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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인사참사의 결정판, 윤창중
[자격미달 박근혜 인사 ⑦]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방미 도중 전격 경질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청와대 윤창중 전 대변인은 한국 시각 5월 10일, 주미 한국대사관이 고용한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추문이 폭로되며 전격 경질되었다. 이 사건은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는 등 윤창중의 성추행 사건은 국가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게다가 청와대와 외교부가 윤창중의 한국 도피 과정에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단순히 윤창중의 경질로 마무리 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사건은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한 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변인으로 임명한 청와대의 불통인사, 오기인사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구시대적으로 아부 굴종하는 인사를 중용한 박근혜 정부의 인사정책이 낳은 참극이다.
누가 윤창중을 청와대로 보냈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윤창중을 발탁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뉴스1>의 5월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과거 보좌진 가운데 한 명이 박근혜에게 언론 스크랩을 보고할 때 윤창중이 문화일보에서 쓴 칼럼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를 눈여겨 본 박근혜 대통령이 측근과의 논의를 통해 윤창중을 대변인으로 기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익명의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13일 "윤 전 대변인의 임명은 대통령이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윤 전 대변인의 칼럼과 종합편성채널 출연 등을 눈여겨보고 임명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을 직접 임명하였기에, 윤창중은 숱한 논란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청와대 대변인까지 승승장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항간에는 이와 다른 몇 가지 설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의 추천이 있었다는 설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2012년 12월 26일자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지난 총선 전에 윤창중을 만났더니, 대뜸 ‘박지만과 친하니 한번 만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거다. ‘파시스트 윤’(윤창중)을 추천한 인사가 누군지 금세 알 수 있는 대목” 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현철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상당히 오래전부터 ‘박지만과 가깝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집안하고 다 잘 아는 것처럼 얘길 하더라”고 하여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2시간 반 뒤 “또 다른 언론인과 총선 당시 나눈 얘기를 착각한 것 같다”며 게시글을 삭제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친박 원로그룹인 7인회가 윤창중을 추천했다는 설도 있다. 안티조선 기고가 홍재희씨는 2012년 12월 27일, “박근혜 7인회가 윤창중 추천했나?”란 글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문고리 권력 3인방이 아니면 박근혜 7인회가 윤창중을 추천하지 않았는가 하는 분석을 해본다.”라고 하였다. 실제로 2012년 12월 27일 당일, 경향신문에서는 ‘7인회’의 한 인사가 윤창중을 “국가정체성을 수호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상식인”이라고 평했다고 보도되었다.
7인회에는 박정희 정권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김용환)과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김기춘), 법무부 법무실 검사(현경대), 조선일보 정치부장(최병렬)과 조선일보 청와대 출입기자(안병훈), 하나회 육군 중령(강창희), 현역군인(김용갑)들이었던 유신시대 권력실세들이 결집해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70년대부터 박근혜와 인연을 맺어 온 40년 지기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윤창중이 노태우 정부 말기 청와대 행정관과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언론담당 보좌역으로 정치권과 관계를 맺은 적이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7인회 멤버와 인연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서도 윤창중의 대변인 기용은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인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 면에서 윤창중 기용의 기본 책임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발탁 실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자격미달의 윤창중
윤창중은 언론 전문가가 아니라 언론계와 정치권을 오가며 권력에 기웃거린 정치 지향적인 인물이었다. 윤창중은 1981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후 KBS 국제부기자를 거쳐 세계일보 정치부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1992년 노태우 정권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변신했다가 김영삼 정권 시절 다시 세계일보로 복귀했다. 1997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언론담당 보좌역으로 다시 정치에 발을 들였고, 이 후보가 대선에서 패하자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창중은 말바꾸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당선인 대변인에 발탁되기 3일 전인 12월 21일, 윤창중은 종편 방송에 출연하여 “인수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보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영혼에 대한 모독입니다. 윤봉길 의사보고 이제 독립됐으니까 문화관광부 장관하라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12월 24일, 윤창중은 ‘박근혜 당선인 돕는 게 애국’이라는 글에서 “지독한 고민 속에서 결심했다. 저는 거절하려 했다. 입에서 침이 마르게 주저했지만, 박 당선인의 첫 번째 인사인데 이를 거절하는 건 참으로 힘들었다”며 3일만에 발언을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윤창중은 “윤봉길 의사가 제 문중 할아버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새누리당 의원 하태경까지 가세하여 윤창중이 파평 윤씨 34대 손으로 윤봉길 의사의 직계 손자임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병철 파평 윤씨 대종회 회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족보를 찾아보니 윤봉길 의사 집안은 판도공파이고, 윤창중씨 집안은 소정공파다. 촌수를 따져보니 36촌정도 되는 것 같다”고 밝혀 윤창중과 윤봉길 의사는 사실상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윤창중의 삐뚤어진 입
윤창중은 대변인으로 임명되기 전 진보-개혁진영에 대해 수준이하의 무차별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11월 7일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협상을 두고 “또 위장 사기극, 문철수 국민연대”라며 비난했다. 11월 21일에는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 “(단일화는) 한 편의 막장드라마”, “콘텐츠 없는 약장수” 등으로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으며 이에 해당 방송사가 경고를 받기까지 하였다. 안 후보가 후보등록을 앞두고 사퇴하자 “더러운 안철수!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영혼 팔았나”라며 독설을 내뱉기까지 하였다. 야권연대에 대해 비난하던 윤창중은 투표 하루 전날인 12월 18일에는 “더러운 야합! ‘문철수·이정희·심상정’ 나눠먹기 정권!”이라고 맹공했다.
또한 윤창중은 대선 전날인 12월 18일 발표한 「투표장에서 선거혁명을!」이라는 칼럼에서 이른바 친노 세력을 “노(盧) 탈레반”, “완장찬 노란 점퍼세력” 등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또한 뉴데일리에 발표한 「문재인의 나라? ‘정치적 창녀’가 활개 치는 나라!」라는 칼럼에서는 “만약 문재인이 당선되면 ‘종북시대’의 거대한 서막을 전 세계에 고지하게 될 것”이라는 비이성적 주장을 펴기도 했다. 심지어 대선 다음 날에는 “‘대한민국 세력’과 이를 깨부수려는 ‘반 대한민국 세력’과의 일대 회전에서 마침내 승리했다”고 하여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은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을 ‘반 대한민국 세력’으로 매도하기까지 했다.
윤창중의 야권에 대한 수준이하 비난은 2012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윤창중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대통령 후보로 급부상했던 상황에 대해 “노무현이 대선 후보의 결정적 발판을 마련하게 된 광주에서의 노풍(盧風)? 사실은 ‘대통령 김대중 총감독’에 ‘박지원 기획’이 낳은 산물!”이라고 폄훼했다. 또한 2011년 10월 24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쓴 칼럼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시장이 되면)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 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은 물론 17개 산하단체 모두 꿰찰 겁니다. 법정에서만 김정일 장군 만세 외치는 게 아니라 종북 시위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정일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라는 상식이하의 주장을 펼치기까지 했다.
불통 대변인
윤창중은 수준 이하의 글 뿐만 아니라 ‘불통대변인’으로도 구설수에 올랐다. 윤창중은 2013년 1월 6일 인수위원 워크샾 결과에 대한 기자 브리핑을 거부하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브리핑을 거부한 이유는 “기삿거리가 안된다. "영양가가 있고 없고 내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보수인사로 알려진 조순형 전 의원마저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변인은) 대변인으로서의 기본적 자세가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워크숍에서 의견이 서로 교환을 하고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다면 성심껏 브리핑하고 그것을 어느 정도 비중을 가지고 보도하느냐는 언론에 맡기고 그렇게 해야지, 대변인이 판단한다? 그런 독선을 부리고 있는데 참 잘 못 됐다”고 지적했다.
윤창중은 인수위원들의 언론접촉을 차단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인수위 주요 인선을 발표할 때 인선 내용 문서가 들어있는 밀봉된 봉투를 발표장에서 뜯는 작위적인 장면을 연출해 ‘밀봉인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1월 10일에는 “내가 인수위 안의 단독 기자”라며 홀로 대언론 창구 역할을 자처하고 공식 브리핑 이외에는 언론의 개별 접촉에서 인수위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전하지 않아 '불통인수위'라는 지적의 중심에 섰다. 심지어 2월 27일에는 “브리핑을 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는, 어이없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대통령 수행 중 터진 대형사고
대변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던 윤창중은 결국 미국에서 전대미문의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윤창중이 미국에서 저지른 성추행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 윤창중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권력지향형 인물이었고 이런 윤창중의 성향이 방미 수행 중 성추행이라는 전무한 사태를 낳았다.
윤창중은 대통령 방미 수행에서 대변인 역할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5월 14일자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 윤창중은 미국에 있었던 3일 내내 인턴들과 술판을 벌였다고 한다. 특히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날에는 새벽까지 술에 만취한 채 호텔을 돌아다닌 것을 기자들이 목격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개씩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미국방문에서 ‘대통령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변인이 매일같이 술자리를 하고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또한 윤창중은 5월 11일 해명 기자회견에서 대사관이 임시 고용한 인턴을 ‘가이드’로 표현해 자신이 마음껏 부릴 수 있는 사람 정도로 인식했음이 드러났다. 실제 윤창중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의 방에 있던 식권을 가져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까지 인턴직원에게 명령한 것을 아무 자각없이 기자회견에서 진술하였다.
윤창중은 이 사태와 관련해서 사죄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윤창중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였다. 성추행을 저지른 다음 날 아침,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인과의 조찬 일정을 수행했다. 청와대에서 윤창중을 불러들이지 않았다면 다음 일정을 수행했을 것이다. 또한 윤창중은 귀국하고 나서 가졌던 기자회견에서도 공직기강팀 조사 때와는 다르게 발언하는 등 관련 의혹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없는 브리핑까지 지어내면서 피해 인턴 여성의 업무능력을 비난했다. 또한 자신은 남아서 해명하려 하였으나 상사인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귀국을 종용했다는 식으로 걸고 넘어지며 추한 진위논란을 벌이는 추태까지 부렸다.
예견되었던 불통인사의 결말
윤창중은 대변인으로서의 자질을 탓하기 전에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소양이 갖춰지지 못한 사람이다. 각계각층에서 이번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예견된 사태’라고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윤창중에게 있겠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사태와 관련하여 공직자 기강문제를 언급하였지만, 이 사건은 모두 다 수준 미달이라고 지적했던 윤창중을 박근혜 대통령이 대변인으로 임명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내각 인사는 1달여 만에 무려 12명이 낙마할 정도로 처참한 실패였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실패는 인사 등용이 능력과 실력 보다는 연줄과 권력에 충성하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 것이 그 원인이다. 윤창중은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정치권에 들락날락했고, 대선기간 박근혜를 옹호했으며, 방미 수행기간에는 경제인들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 이건희와 정몽구 등에게 90도로 인사했을 정도로 권력에 굴종한 인물이었다.
윤창중은 7년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윤창중은 박근혜 정부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인 셈이다.
그의 예언 아닌 예언처럼 윤창중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가 수준미달이었음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불통인사, 오기인사를 돌아보고 엄격하게 검증하여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교체해야 할 것이다.
홈페이지 : http://urisociet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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