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100세에 가까운 나이로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중 긴 세월을 거동 못하셨고요 병수발에는 효자 없다지요? 자식들 중 둘은 정신적 문제가 생기셨고요. 몇몇 며느리들은 등지다시피 했습니다. 할머니가 한 번 먹은 반찬은 다음날 또 내놓으면 호통을 칠 정도로 까다로운 분이시기도 했죠. 집에서 거동이 안되시는 노인을 직접 보살펴보거나 노인 똥기저귀 한 번 안 갈아본 사람은 요양원에 모시는 사람 욕할 자격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시절 제 소원이 할머니 요양원 가는 거였어요. 할머니 똥 받아내는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요. 효부 엄마는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는 말씀을 습관처럼 하셨죠. 겉으로는 효자 효녀들이라 불렸지만 그 그늘은... 자식들만이 알고 있었죠. 남동생이 있는데, 자기는 부모님 안 모실 거라고 이미 컷했습니다. 보고 자란 것이 있으니 이해합니다.
저는 맞벌이입니다. 만약 시댁을 모실 상황이 되면 직장 그만둘 생각 없습니다. 모시기 원하는 남편에게 직장 그만두라고 하고 직접 수발들라고 해야죠. 우리 부모님 모셔야 한다면 반대로 제가 직장 그만두고 수발해야겠구요. 배우자에게 내 부모 모시는걸 강요하기 전에, 내가 직접 내 부모를 주체적으로 똥기저귀 갈며 기약없이 모실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내가 돈 버는데 너는 부모라도 모셔야지 마인드는... 과거 오유에 펌자료로 올라왔던 숙식 공짜로 제공하고 자기 치매 부모 도와주면 된다는 게시물이 얼마나 욕먹었는지 찾아보시길... 이세상에 숙식 제공해준다고 노인 모셔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거동 불편한 노인 모시기는 그만큼 육체적 정신적 중노동입니다...
저도 애가 있지만... 이 애한테 훗날 늙은 나를 돌보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노후를 위해 열심히 돈 벌 생각이구요. 이왕이면 좋은 곳 들어가야죠. 이 모든 상황이 씁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대가족이 마을공동체에서 우르르르 살고 60넘게 살면 축하받던 옛날이 아니잖아요? 내가 100세까지 살며 자식의 부양을 기대한다면 자식은 최소 70세까지 나를 돌봐야 하는... 그야말로 평생을 나의 그늘에서 고통받아야 하잖아요. 애는 무슨 죄인가요...태어난 죄?
앞에 저희 할머니가 100세쯤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자식들이 6,70대이십니다. 노인이 노인을 수발하는 것이죠. 큰어머니가 할머니 거동 한번 도와드리다가 팔 삐끗해서 깁스하고... 할머니 똥 치우다가 허리다쳐서 입원하고...휴... 더이상 자녀 개인에게 모시기를 강요하고 불효와 효로 나누는 시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요양원 모셨다고 불효자 취급하는 사람들 보면 갑갑합니다. 더불어 자식에게 집사주고 차사주고 자식에게 기대기보다는, 자식 스스로 독립하고 부모는 자식 줄 돈으로 노후를 스스로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사실 그 글과는 관계가 별로 없는 주제이지만 댓글들을 보다가 답답해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