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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389011
    작성자 : HALO
    추천 : 84
    조회수 : 17864
    IP : 180.69.***.114
    댓글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9/19 12:55:04
    원글작성시간 : 2011/09/19 11:48:06
    http://todayhumor.com/?humorbest_389011 모바일
    [고민상담] 절대로 아름답게 헤어지지 마세요...

    제가 오늘의 유머를 안 지도 이제 8년이 다 되어가네요
    7년을 사귀었던 그 친구를 통해 이 곳을 알고 우울하고 힘들 때 많은 위로와 웃음을 얻어갔던 곳입니다
    그리고 때로 정말 진지하게 당신의 경험을 고이 적어 올려주셨던 많은 언니 오빠들의 글로 세상과 인생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오유를 통해 정치와 경제를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새로운 정보도 많이 얻었으니 이 곳이 제게는 사회인으로서의 양분을 얻은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불어 피튀기는 댓글 전쟁도 참여해 본 적도 있고 돌이켜 보면 모두 다 추억입니다 

    말을 다시 돌리자면, 
    저는 그 친구와 7년을 사귀고 작년 12월 말에 헤어졌습니다 
    그 친구는 요즘도 오유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르겠습니다  
    헤어진 이유는 사랑해서 헤어진 건데요
    결국 그렇지 않더라구요
    헤어질 때 1년의 유예기간을 갖고 1년 뒤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약속을 굳게 믿고 신의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항상 마음을 지켰습니다 
    그 친구나 저나 헤어질 당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고 저는 석사 졸업을, 그 친구는 여전히 
    학부생이었거든요 아마 요즘 대기업 취업에 정신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종교 문제도 있었습니다 저는 기독교, 그 친구는 무교. 
    하지만 교회를 가자고 매주 조르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같이 몇 번 가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왜 우리 목사님이 참 이슈가 되는 이야기를 하셨는지...
    그래서 결국 저는 그 친구 사귀면서 저도 교회 잘 안 갔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다시 나가게 되었죠 헤어지기 한 1년 정도 앞두고...
    물론 그 친구는 우리 집에 오거나 할 때, 문화적으로 적잖은 충격과 압박을 받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힘들었다면 그 친구도 절대로 우리 집에 자주 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7년 동안 양측 부모님도 만나보고 다 그랬습니다 
    철없어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이거 하지 마세요. 그 사람과 정이 드는 것보다 그 가족이 나에게 해줬던 따뜻함이 더 큰 상처로 
    남습니다. 전 그 친구 어머니가 해주셨던 **죽이 그렇게 먹고 싶습니다. 예쁜 **말이도 생각나구요. 그 친구도 저희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도 했으니 다 그런가 봅니다. 
    절대 부모님과 알고 지내지 마세요, 결혼하지 않을 거라면 하지 마세요. 

    여튼 헤어진지 9개월이 지났고 그 친구와 저는 연락을 하고 지냈습니다
    저는 이제 3개월이 남았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요즘 텐션업이 되어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12월 말이 되면 다시 만나서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에...
    그러던 며칠 전,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2개월 전에 생겼는데 그 동안 괴로워서 말을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제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서...항상 저에게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 뿐이라구요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해서 전화해서 한 40분을 울면서 난리법석을 친 것 같습니다
    이런 글 쓰는 것도 미저리같기도 하구요
    그 친구는 그냥 12월 말에 만나는 것은 그냥 만나는 것일 뿐, 다시 사귈 가능성은 꼭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니더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7월에 취업을 했습니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곳에 잘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그 친구도 취업해서 다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서
    그 친구가 가고 싶었던 곳의 정보가 뜨면 알려주고, 제가 있는 곳의 정보도 알려주고 했습니다
    먼저 취업해서 좀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얼른 취업해서 다시 만나면
    둘이 항상 이야기했던 차도 사고 원하던 곳으로 여행도 갈 수 있으리라 그렇게 그 가능성을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회사에서 1단계 진급을 하게 되면 박사 과정도 시작해도 된다는 정보를 듣고 솔직히 그 이야기 듣자마자 연봉이 오르면 그 친구가 좋아하는 차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 죄다 그런 생각.
    패션에 관심도 많은 터라 예쁜 옷들도 사주고 어릴 때 만났기 떄문에 자금 부족으로 해보지 못한 것들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생겼다네요
    그 여자분이 먼저 사귀자고 했다네요 
    평범한 사람이라길래 평범한 건 저같은 사람이 평범한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냥 무조건 제가 더 낫다고 좋다고 어필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디스성 발언을 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육성으로 '닥쳐'라는 소리도 해봤네요 

    저는 공대생이 아닙니다
    완전 인문계열입니다 그런데 제가 다니는 곳은 다 그 친구와 같은 전공자들이라서 유체역학이며 열역학이며 벡터가 어떻고 그런 이야기가 난무하는 곳에서 더욱 그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항상 생각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문득문득 떠오를 때, 이를 앙-하고 다물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다시 만날 때,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며칠 밤을 잠을 못 자서 글이 너무 중구난방식이라 죄송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헤어지던 날 둘이서 4시간을 울면서 헤어졌습니다
    첫 사랑이었고 처음으로 가족 아닌 다른 사람이 주는 사랑의 따뜻함을 배웠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마음이 무척 약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또 이겨내면서 제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지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주변에선 그럽니다
    니가 뭐가 아쉬울 게 있냐고...잊어버리라고. 
    그럴 때는 더 서럽습니다
    그 친구가 없는 삶을 그려본 적이 없어서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더 무섭고 초라해집니다

    그 친구가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정말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이십대 후반이라 선도 소개팅도 들어오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오랫동안 연애해서 이제는 좀 쉬고 싶다고. 
    내년에 하겠다고...
    솔직한 마음은 12월 말에 그 친구 다시 만나서 다시 사랑하게 된다고 믿었으니
    그냥 시간을 벌어보자는 심산이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된 마당에 소개팅을 나가볼까 해도 저는 다시는 그 친구만큼 저를 예뻐해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믿어서 나갈 수가 없습니다
    대학교 1학년 둘 다 병아리같던 시절, 좀 촌스럽기도 했던 둘의 모습이 함께 많이 세련되졌다고 생각해서 그게 사귀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영원히 이 친구와 함께 멋스럽게 늙어가고 싶다 생각했으니까요


    헤어질 때, 다시 만난다는 약속은 하지 마세요 
    서로에게 아무런 약속도 가능성도 남겨두지 마세요
    마음 속에 아직 못 지웠다해도 말로는 그런 약속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정말 사랑한다면 헤어지면 안 되죠
    아마 그 친구나 저나 딱 그 때 잠깐 헤어지자는 약속을 하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딱 그 정도 
    크기의 사랑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건 이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앞에 놓여진 불확실한 미래라는 무게 때문에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는 그랬습니다, 앞으로 취업준비를 할 동안 우울하고 다운될 내 모습을 너에게 보여주기 싫다고...니가 견디기 힘들 거라고...저는 같이 견뎌보자고 했는데. 결국 헤어졌는데 그 친구는 그 새로운 여자친구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나 봅니다 
    스펙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이 스펙으로 결정되는 것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에... 그래도 너무 억울하고 그래서 말하자면 저 나쁜 스펙 아니고 진짜 열심히 살았고 송파구 집에서 안양 석수까지 가서 알바하고 과천에서 과외하고 그러다 3학년 되서야 동네에서 과외자리 구해서 여튼 대학교 4년 내내 과외하고 그러면서 받은 돈으로 항상 그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웠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궁금하기도 합니다, 대체 그 새로운 친구는 어떤 사람인지- 
    평범하다는데 저보다 아니라는 건지...아니면 집에 엄청 돈이 많은 건지-
    정말 제가 이런 아침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머리를 굴리는 요즘 이 나날들이 너무 한심하고
    제 자신이 아닌 것 같아서 괴롭습니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서 더 별 생각이 다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유까지 와서 이런 장문의 글을 쓰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것 같나요?
    그 친구를 계속 기다리면서 지내는 건 정말 아닌가요?
    아니면...정말 악으로 잊어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 글을 올릴까 말까 진짜 고민됩니다
    그래도 올리고 싶습니다
    여기는 오유니까요
    제가 그 친구랑 같이 오유 보면서 밤새 웃고 떠들고 여기서 빅뱅이론이라는 미국 시트콤을 알게 되서
    둘이 같이 달리던 날도 많았구요...

    두렵고 떨리고 발끝부터 정수리 끝까지 시려서 뭘 못하겠습니다
    .....가능성이 헛된 희망이 되었다는 사실. 
    그 친구는 새로운 사랑을 하고 있는데 저는 정말 전투차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소개팅이고 선이고 다 집어치우면서 탱크처럼 달려온 생각을 하면, 아- 이러다 사람이 미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다 그 친구가 준 것, 신발도 가방도 심지어 안경까지...
    그래서 저 그 이야기 듣자마자 바로 안경부터 질렀습니다...
    옷장도 다 뒤집고 다 꺼내서 정리해서 치우려는데 그 물건들 하나하나 만지는 것이 손끝이 아립니다

    솔로부대로 복귀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습니다
    행복했던 시간만큼 더 얼차례를 받나봅니다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아서 글을 올려서 묻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저에게 좋은 조언 많이 주셨던 그 분들이 아직도 계시리라 믿습니다
    언니오빠 그리고 동생분들의 조언 기다리겠습니다

    한 가지 제가 충언드리고 싶은 것은 너무 오래 한 사람만을 만나지 마세요
    제가 7년 사귀었는데 제가 70년을 산다치면 인생의 10퍼센트이고. 지금 28이니 인생의 25퍼센트를 
    함께 한 거네요... 
    저처럼 나약하지 않다면 오래도록 사귀시고 꼭 결혼까지 성공하세요 

    긴 글..정말 죄송하고 다 읽으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또...그 친구를 까고싶은 마음에 쓴 글이 아닙니다 
    그 친구가 요즘도 오유를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고 전 그저 옛 추억의 장소에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니 그 친구를 비하하는 글은 자제해 주세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구요 
    행복하고 항상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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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9 11:52:23  210.103.***.39  V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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