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간 마누라가 여행을 갔어요를 쓴 사람이예요
추천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누라는 노르웨이 영국을 거쳐 지금 파리에 있어요
낼은 독일로 가지요
이제 여행이 거의 1/3정도 지났네요
남은 기간을 어찌 버틸지 마누라의 빈자리가 너무 크네요
혼자 있으려니 잠도 잘 안오고 낮엔 회사에서 졸고
댓글 달아주셨던 많은 분들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칭찬해주셨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마누라가 많이 보고싶네요
그래서 마누라 자랑 좀 할께요.
그전에도 여기에 쓴적은 있는데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마누라는 절 무척 믿고 사랑합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요
전 전형적인 한국남자입니다. 가부장적이고 고집이 세지요
전 비교적 잘사는 부자는 아니지만 부족한 것없는 집에서 자랐지요. 마누라는 좀더 잘살았고요
그래도 결혼할때 부모님께 손벌리기는 싫었습니다. 부모님과 사이가 안좋았던것은 아니고 -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예요 - 자존심이 상해서 그냥 제가 다 알아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진건 없으면서도 아집이죠
그래서 신혼집을 18평이었나? 아파트를 월세로 얻었어요 잘 기억은 안나는데 보증금 100에 월18만원이었을거예요. 솔직히 아버지는 아파트 작은거 하나 정도는 사주실 수도 있었을텐데 제가 고집 좀 피웠지요
그러니 처가집에서는 영 안좋게 보았지요. 장모님이 부동산을 아주 많이 가지고 계셨었어요 많을 때는 땅외에도 서울에 아파트를 6~7채 가지고 계셨대요. 근데 사위란 새끼가 곱게 키운 딸을 월세방으로 데려간다니 좋게 보이지는 않았겠지요
우리 부모님이야 제성격 잘아니깐 별 말씀 안하셨지만 장모님은 보다 못해 전세값이라도 주겠다고 하셨지요
마누라한테 그 얘기를 듣고 엄청 화를 내었습니다. 내가 그리 못나보이냐고 - 사실 못나보였을텐데 - 너 데려가서 잘살면되지 왜 처가 신세를 져야하냐고 성질을 있는데로 부렸습니다.
마누라 집에가서 왜 우리 오빠 무시하냐고 엄마한테 화냈다네요
그때 장모님이 첨으로 딸뺏겼단 생각을 하셨답니다
그래서 어떻게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 가서 전 마누라와 얘기를 했습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난 별다른 노력도 안하고 남들보다 열심히 살지도 않는데 너무 많이 벌고있다. 그건 정말 복이고 내가 버는 돈은 우리가 받아야할 돈보다 너무 많으니깐 노력한것보다 못버는 사람들을 위하여 우리가 써야한다고 그게 얼마인지는 우리가 함부로 나눌수는 없지만 정해놔야 우리 욕심이 안생기니깐 십분의 일은 우리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써야 하는 돈이라고 얘기했지요
마누라는 군소리 없이 10년이 넘은 지금도 월급타면 십분의 일은 따로 찾아서 매월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곳에 보내주고 남은것은 따로 모아뒀다가 연말이나 수해같은거나서 성금내야 할때 냅니다.
어느정도냐면 그전에 정말 급하게 50만원 정도 필요해서 다른사람에게 빌렸는데 나중에 보니까 따로 모아논 돈이 300만원 정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 그돈을 쓰지않았냐고 하자. 오빠가 그건 우리것이 아니라며 하고 반문하더군요 제가 되려 감동받았습니다
마누라는 제가 한번 얘기한건 있는 그대로 믿습니다
또 마누라는 아끼고 모으기만 하면 잘살수 있다고 믿습니다.
겨울에 결혼했는데 가스값 아끼려고 보일러도 안틀고 제 동생에게 얻어온 무스탕을 집안에서 입고 버텼습니다. 마누라는 드라마 전혀 안봅니다. 티브이 자체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이유는 전기료를 아낄려고 그러는 겁니다. 밤에 거실에 불켜있으면 화장실 갈때 불 안켜고 문열어놓고 볼일 봅니다. 아파트에서 공동 전기료조차 아끼겠다고 내려갈때는 엘리베이터 안타고 걸어내려 갑니다.
전화는 이번에 바꾸긴 했지만 그전까지는 10년동안 LG텔레콤의 미니요금제라고 기본요금 5000원짜리에 수신전용으로 써서 핸드폰 요금이 10000원을 넘긴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아껴서 얼마나 아낀다고 그러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버는 돈의 10%는 남을 위해쓰고도 지금 아버지 돌아가시고 상속받은 집하나까지 합쳐서 수도권에 아파트 3채를 장만했습니다. 35평짜리 2개에 상속받은 50평짜리 1개. 100만원 보증금의 월세로 시작해서요. 그과정에서 부모님이나 처가에서 받은것은 상속받은 집하나 밖에는 없습니다
제 마누라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불쌍한 사람들 도우면서도 자기가 돕는게 아니라 그사람들한테 우리가 뺏은것을 돌려주는거라고 생각하고 제 월급이 적어도 적다고 불평한번을 한적이 없습니다. 적으면 자기가 더 아끼면 된다고 생각하고, 10년 동안 단한번도 빠짐없이 월급날 보너스날 통장 확인하고는 저한테 선물받은것같이 좋아하면서 월급들어왔다고 전화를 합니다.
그런 마누라에게 이번 여행은 열심히 살은 것에 대한 상입니다. 제가 보내준게 아니라 마누라가 열심히 살아서 당당하게 쟁취한 것입니다.
그증거는 하늘이 돕는다는 겁니다. 재작년부터 여행계획을 짜고 올해 거의 윤곽이 드러나고 예산을 뽑아보자 적금탄거랑 모으니 500만원 정도 부족하더군요. 그래서 정말 집을 하나 팔을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기엔 모자란 돈이 좀 작기는 했지만 그럴정도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성과급이라며 부족한돈과 똑같은 돈을 주는 겁니다. 전혀 예정에 없던건데요
마누라가 착하게 살고 열심히 살았으니깐 평소에 못쓰던 돈 펑펑쓰면서 한달 여행하고 오는게 그리 나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누라가 정말 즐겁게 다녀왔으면 좋겠습니다. 10년 넘게 희생한 마누라에 비하면 한달반정도의 기간동안 제가 조금 불편하고 외로운 것은 아무것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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