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이는 시청자에게 표현했고.. 택이는 덕선이에게 표현했다.>
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초반에는 확실히 정환이가 시청자들에게 표현을 친철하게 해주었습니다.
반면 택이는 쟤가 사랑을 알긴 알까? 그냥 덕선이만 좋아하는 바보로 보여지는 게 흐름입니다.
하지만... 정환이와 덕선이가 서로 방황을 하고 있을 때...
그게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정석적인 드라마라고 인식되고 있을 때 쯤
택이가 슬며시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합니다.
***
분홍셔츠를 형에게 주었다고 오해 한 후 덕선이는 동룡이에게
"왜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여잔가 봐"
라는 푸념을 늘어 놓습니다.
거기서 동룡이가 조언해 주죠.
"남이 널 좋아하는 거 말고 네가 누굴 좋아할 수도 있는 거야"
그리곤 피자를 사온 택이가 잠깐 자신의 집에 있다 가라고 합니다.
"넌 좋겠다 바둑말곤 딴데는 아무 관심이 없어서...넌 누구 좋아해본적도 없지? 바둑말고는 다 관심없잖아"
"아닌데"
"치. 거짓말하지마. 이게 누구 앞에서 뻥이야. 너는 내 손바닥 안에 있어. 내가 너에 대해서 모르는게 뭐 있냐?"
"넌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그리고 고백할건데 곧"
넌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일명 넌나아몰을 들은 순간...
택이에게 망치로 세게 때려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카메라 구도 역시... 그 대상이 시청자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래요... 우리가 그냥 바둑천재... 덕선이만 좋아하는 바보말고는 택이에 대해 아는게 뭐가 있었을 까요... 설명을 해준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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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넌나아몰이 있기 전에 나왔던 씬이 있습니다.
선우와 잠자리에 들기전에 대화를 나눕니다.
"근데 택아. 넌 왜 덕선이야? 아니 너 좋다는 사람들 많은데 왜 덕선이냐? 이유가 뭔데? 왜 좋은데?"
"그냥 좋아. 같이 있으면 그냥 좋아."
"없으면 죽을 수도 있을 거 같아"
이 대사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줄만 알았던 택이가 죽음에 이를거 같은 아픔을 느낄 정도라는 것.
작가가 도대체 이 걸 어떻게 수습하려고... 저런 대사를 넣었냐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넘겨 짚지 말아야 할 것은 그만큼 택이의 마음이 진중하고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
알고보니 후지쯔배 우승컵.
택이는 덕선이가 일본가서 아무거나 가져오라던 선물에... 자신의 우승컵을 안겨줍니다.
그렇다고 이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덕선이에게 내색하지 않았죠.
시청자들이 택이가 얼마나 덕선이를 생각하는지 느껴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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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려면 눈을 보라고 하더라. 눈빛은 거짓말을 못하거든."
선우와의 대화 中 택이가 덕선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숨겨지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며 한 말.
그리고 그 후 정환이의 눈빛을 읽게 됩니다.
마치...정환이가 택이가 덕선이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듣고도... 내색할 수 없었던 씬가 매치가 됩니다.
이 때의 정환이와 같은 굴레로 빠지는 택이.
정환이가 집에 놓고 간 지갑을 열어보고...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였습니다.
그리고 집에 찾아 온 덕선이에게 정환이한테 대신 지갑을 전해주라고 하죠.
이 걸 자세히 보면 등신같은 행동입니다. 덕선이가 볼 지도 모르는데요.
택이는 덕선이가 정환이를 좋아하고 있었는지는 몰랐겠지만... 덕선이가 이것을 보았다면
택이가 둘의 큐피트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덕선이가 봤는지 안 봤는지는 미궁속에 있습니다.
정환이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면 덕선이는 필히 이 것을 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덕선이가 보았다고 하더라도... 정환을 향한 마음이 돌아섰음을 반증합니다.
이 부분은 정환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작가가 친절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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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국에서 돌아온 후 덕선이와 영화를 보고 고백하려고 했던 택이는
기대에 부풀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덕선이에게 거짓말을 하며 약속을 취소해 버립니다.
그리곤 약에 의지하며 덕선이에 대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려 합니다.
택이의 약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얘는 덕선이 때문에 약을 달고 살았던 거에요. 그동안....
얼마전에 이세돌 9단의 뉴스룸 인터뷰를 보았는데... 바둑기사들이 택이처럼 두통을 호소하진 않는다고 하더군요.
대본을 쓰며 바둑기사들을 많이 참고하였을 텐데... 약에 의지하는 컨셉을 넣었던 것도 어느정도 의도가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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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타임워프...
혼자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덕선이에게 먼저 달려온 택이.
그리고 대국을 기권하면서 까지 덕선에게 달려간 것을 알고 절망하는 정환.
타이밍이 아니라... 그놈이 더 간절했고 자신의 수많은 망설임이 운명에 이르지 못했다는 각성...
사실 여기서 <게임셋>이라고 보여졌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정환이의 안타까움이 먼저 느껴지는 씬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택이가 더 간절했다는 것도 느껴져야 할 씬이거든요.
헉.... 힘듭니다. 예전보다 덕질하기가 많이 버거워졌다고 느껴집니다. ㅠㅠ 아 세월아...
제가 귀차니즘을 이기고 이런 글을 굳이 쓴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짠내 풀풀 풍기는 정환이의 마음을 따라가서 결말에 아쉬움을 느끼듯이...
또 다른 사람들은 택이의 저런 절절한 마음을 따라 갔기 때문에 결말이 아름다웠다는 것도 존중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