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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38628
    작성자 : =(돼지오빠)=
    추천 : 5
    조회수 : 1738
    IP : 121.125.***.251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2/16 22:31:45
    http://todayhumor.com/?military_38628 모바일
    영주권 버리고 군입대해서 겪은 썰 - 자대편 2

    영주권 버리고 군입대해서 겪은 썰 품


    1편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00673


    2편 : http://todayhumor.com/?humorbest_837817



    본인은 33세 남성임. 2편을 올린지 48시간이나 지났지만 여자친구가 없음으로 음슴체 계속 씀.



    본인은 소싯적 부터 장난끼가 많았음. 집안에서 사소한 사건이 터져도 본인은 무조건 용의자 선상에 오를 정도로 장난끼 많은 아이였음. 장난 한 번 치려고 한 달을 준비해서 친구를 골탕먹이고 덤으로 실연의 아픔도 간접적으로 선사했었음. 2000년 초, 특공대에서 군생활한 친구가 나에게 그렇게 당한 케이스 였는데, 이 친구는 내 군생활 이야기를 듣고 ‘그게 수련회지 군대냐?’ 라고 놀렸기에, 잠시 이 친구와 관련된 장난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음.


    중딩 때 만난 이 친구는 게임을 잘하는 친구였음. 얼굴이 긴 편에 속해, 지금까지 ‘말’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고 있는 친구임. 당시에는 롤이나 와우같은 게임이 없었고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이 주류였음. 말 친구는 특히 격투게임을 잘 했는데, 당시 철권 3이 유행이었고 PC통신 동호회에서 팀을 만들고 장소를 정해 팀대 팀이 붙는, 이른바 팀배틀에서도 이름을 날리던 친구였음. 그런친구와 매일 붙어다니며 철권을 연마하던 때에 문득 장난끼가 발동된 것임. ‘이 놈에게 가짜 연애편지를 써 보면 어떨까?’


    즉시 작전에 돌입했음. 우선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은 필체였음. 본인은 당시 글씨 잘쓴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  작전은 단지 글씨를 잘 써서 성공할 케이스가 아니였고 여자 특유의 글씨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음. 물론 쉽게 일을 진행하기 위해 여자애 아무나 붙잡고 대필을 맡길 수도 있었지만, ’장난은 보안을 최우선으로’ 라는 나름의 개똥철학과, 당시 남녀공학을 다녔지만 남자반 여자반으로 구성 돼 있었고 이에따라 알고 지내던 여자애가 없었기에, 작전성공을 위한 열정 하나만으로 (합법적인)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여자애의 예쁜 필체로 쓰여진 공책을 입수하는데 성공했음. 본인은 그 필체를 따라 무려 한 달간 글씨연습을 했고,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필체가 유지되고 있을 정도로 혹독한 필체 수련을 했었던 것임. 


    다음은 편지의 내용이었음. 20여년이 지난 지금 당시 편지의 내용을 뭐라고 썼는지 구체적으로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요약하자면 ‘오빠, 철권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오후 5시에 광장오락실에서 만나고 싶어요’ 라는 내용이었음. 오늘날의 10대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그런 허접한 내용이었지만, 우리는 당시 순수한 10대들이었고 이 작전또한 말친구에게 제대로 먹혀 들어갔음. 말친구 반이 체육시간일 때,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몰래 필통속에 봄내음 가득한 사탄의 편지를 넣어놓았고, 예상대로 말 친구는 뜬금없는 연애편지에 너무나도 신나했었음. 쑥스러웠는지 나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었고 난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음. 우리는 본인이 통보한 오후 5시에 오락실로 향했지만 냄새나는 남자애들만 오락실을 채우고 있었을 뿐, 당연히 여자애는 물론이고 암컷 개미 한마리 없었음. 말친구는 바람을 맞아서 서운해 했지만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무슨일이 있어서 못 온거겠지”라며 자신을 뒤돌아 볼 생각을 하지도 않았음. 솔직히 바람 맞은건 아니였음. 편지의 진짜 주인공인 본인이 옆에 있었으니까.    그 때부터 였던거 같아요……


    1차 작전 성공에 도취 된 본인은 제 2차, 3차 사탄의 편지 투하작전을 이어나갔고 그 때마다 설렘에 가득찬 말친구를 보며 너무나도 재밌어 했었지만 한편으로는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 지 상당히 고민을 했었음. 2차 작전 때, 말친구의 주변친구들에게 ‘나 이런장난 친다’ 라며 대놓고 필통에 편지를 넣었고 그 주변친구들도 재밌어 했었지만 하루하루 인생의 봄날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말친구의 꿈이 부풀어 오르는 것과 비례하여 그런 말친구를 바라보는 주변친구들의 양심 또한 부풀어 터지려고 했었다함. 보다못한 주변친구1이 말친구에게 


    “야. 그거 돼지가 써 놓은거야”


    라고 내부고발 했고, 말친구의 멘탈을 수호하겠다는 정의로운 주변친구 2,3,4,5,6 까지 합세하여 주변친구 1의 내부고발 근거에 힘을 실어 주었지만 말친구는 피식 웃으며


    “이게 어떻게 돼지글씨냐? 부럽냐?”


    라며 자기 나름의 나르시시즘을 뿜어내며 주변친구1의 주장을 일축해 버렸다함. 속이 터진 주변친구 1~6은 ‘병신’ ‘또라이새끼’ ‘왕자병’ 이라며 말친구를 욕했지만, 봄내음 가득한 사탄의 편지에서 아지랑이 처럼 우러나온 쉴드가 말친구의 멘탈을 역수호 하는 상황이었고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을 보다못한 본인도 3차 투하작전 직후 오락실 앞에서 말친구에게 ‘내 짓이오’ 라는 고백아닌 고백을 했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무시당할 정도로 본인의 필체는 완벽했었음. 하는 수 없이 말친구 앞에서 편지의 필체와 똑.같.이 재현을 했더니, 마치 우라늄의 원자핵이 핵분열을 일으켜 엄청난 열 에너지를 방출하듯 말친구의 분노는 극에 달해 한 달 넘게 본인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상황까지 갔었던 것임. 물론 본인은 한 달이 넘도록 말친구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싹싹 빌었고 결국 화해하여 제일 친한친구 사이가 됐지만, 다른친구들 사이에서는 본인을 가리켜 ‘장난 갑의 아이콘’ 이라는 타이틀을 수여하며 장난의 트렌드 리더로 추앙하기에 이르렀고 반대급부로 ‘불신의 아이콘’ 이라는 2개의 타이틀을 얻게 된 사건이 있었던 것임. 한마디로 본인은 장난의 장인이었고 신이었음. 필체, 편지지의 선택, 장난질의 시기 및 준비태세, 편지의 내용, 타겟에 대한 철저한 심리적 분석… 뭐 하나 나무랄데 없는 깨알같은 디테일의 승리였고 이는 현재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의 강력한 밑거름이 됐음.



    본인도 나이가 들면서 ‘장난의 신’ 이라는 타이틀은 추억속에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내면에 잠재돼 있는 장난의 본능은, 위력이 크게 감소됐으나 알 수 없는 트리거에 의해 간헐적으로 부활 했었고 현재 직장 동료인 ‘배 주임’이 제일 많은 피해를 받았음. 오죽했으면 얄미워서 쥐어박고 싶다 했을까. 미안합니다. 배 주임. ~_^ 진심이에요.



    그러했던 본인이 장난은 꿈에도 못 꿀, 이등병이 돼 있었던 것임.


    보급관실을 나온 본인은 맞선임들의 인솔을 받으며 소대로 이동하고 있었음. 맞선임 두명이 날 인솔했는데, 미국에서 온 것이 신기했는지 대뜸


    “where are you from?” 


    이라며 꼬부랑 말로 물어보는 것이었음. 다 알면서 뭘 물어본담. 본인은 퉁명스럽게 ‘America’ 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했고, 물어본 맞선임은 자신이 영어 한마디 한 것이 대견 했는지 “오~~” 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음. 그리고 소대로 들어가 자리배치를 받게 됨. 내가 배치받은 ‘생활관’은 소대 2개가 나누어 쓰고 있었음. 왼편은 행정병들, 오른편은 중대 주특기 소대. 나이어린 다수의 선임들에게 반말을 듣게 되는 순간이었음. 상당히 적응이 되지 않았고 비참했으나 내가 선택한 길인데 후회한들 무슨소용이겠느뇨 라는 마음가짐으로 군생활에 임하니 한 달 후에는 적응이 됐음. 자대 배치 받고 처음 일주일간은 반말 듣는 것 외에 별 불편한 사항이 없었음. 이곳 저곳에서 ‘영어 가르쳐줘’ 라는 선임들의 부탁이 있긴 했지만, 실제 배움으로 연결되는 사례는 없었음. 이등병이 침상위에 올라 다리 뻗고 앉아 있을 수 있었는데, 특공대 출신 말친구가 이 이야기를 듣고


    “그게 수련회지 군대냐? 나 때는 이등병이 침상위에 다리뻗고 앉아있는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우리 때 이등병은 침상 가장자리에 각잡고 앉아있어야 했어. 호출시 즉시 튀어날 수 있도록…”


    라며 내 군생활을 비하하기에 바빴음. 말친구가 군부심을 부리면 공익 출신 친구와 자폭농담으로


    “야, 저새끼 꼴보기 싫어서라도 우리 재입대 해야겠다”


    라는 섬뜩한 농담을 주고받곤 했음. 실제로 2000년 초에 친구들에게 들었던 군대와 많이 달랐음. 언어폭력은 있었지만 30년동안 쌀밥먹은 경험에 의해 그정도 폭언 욕설은 내 멘탈에 지장을 주지 못했었고, 폭력은 완전히 근절되어 있었던 상태였음. 가뭄에 콩 나듯, 후임에게 가혹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병사는 맑고 고운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조치 된 후, 타 부대로 전출을 보내버리는 중징계를 내렸기 때문에 부대는 폭력에서 많이 안정화가 돼 있었던 상태였음.




    그리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신병 하나가 우리 소대로 들어오게 됐음. 필리핀에서 영어 어학연수를 받다 온 친구였는데 1신교대 사단장 표창을 받은 우수병사였음. (정확한 명칭이 뭔지 기억이 나지 않음 ㅠㅠ) 소대로 들어온 그는 선임들의 질문에 각을 넣어 대답하다가 필리핀에서 영어 어학연수를 받다 왔다는 말을 들은 손 병장이 대뜸


    “야. 그럼 너 돼지오빠랑 영어로 대화해봐”


    라고 하는것이었음. 본인의 소개를 본인 대신에 손 병장이 대신하였고, 이에 필리핀 병사(이하 필 이병)는 놀라는 표정이었음. 본인은 이런 상황 너무 싫어했는데, 첫번째 이유로는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바라보는 눈빛과 뜬금없는 “영어한번 해봐” 라는 수 많은 요청에 노이로제가 있었고, 두번째로는 이러한 ‘영어배틀’은 어느 한쪽이 반드시 놀림받는 결과로 이어지게 돼 있었음. 물론 둘 다 영어를 잘 하면 구경꾼들의 호감을 사겠지만, 당시 필 이병은 당황한 기색이 뚜렷했고 결정적으로 소대원의 시선이 나에게 모여 있을 때, 필 이병이 고개를 티나지 않도록 절래절래 흔들어 나에게 싸인을 보낸 것이었음. 다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친구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물론 본인도 당해봐서 잘 알고 있었기에, 손 병장에게


    “좀 그렇지 않습니까? 왜 영어로 대화를 하라고 하시는건지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라고 항명을 한 것이었음. 들어온지 일주일 밖에 안되는 이등병 찌끄레기가 날아가는 헬기도 떨어뜨린다는 병장에게 항명이라니, 소대원들 모두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난 당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었음. 나이많은 이등병 찌끄레기의 패기가 아니라 정말 상황파악이 안 됐었던 것임. 필 이병의 멘탈을 보호한다는 생각에 미처 말을 가다듬지 못하고 본능에 충실한 대답을 내 놓았으니, 소대가 발칵 뒤집힌 것이었음. 손 병장은 머슥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밖으로 나갔고, 이윽고 본인은 손병장 아래로부터 ‘내리갈굼’을 당하기 시작했음-_-;;


    “그깟 영어 한마디 한다고 군생활 늘어나냐?”

    “나이 많다고 뻐기는거냐?”

    “쓉새끼야 따라나와”


    등등… 그 때 처음으로 군입대를 후회하게 됐음. 따라 나오라길래 소대 뒷편 빨래 건조대로 갔음. 그 당시 일병을 달고 있었던 분대 선임이었는데 나와 나이가 약 9살 차이가 났었던 것으로 기억함. 겨울 밤하늘의 별을 보며 뜨거운 속공기를 한 숨 내 뿜더니, 쪼그려 앉아 담배에 불을 붙여 뻐끔뻐끔 피우는 것이었음. 솔직하게, 당시 난 모든것이 기가막히고 어이가 없었음. 뺨 한대 후려치면 엉엉 울면서 엄마를 찾아 도망갈, 장작개비 같은 소년이 내앞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며 날 훈계하고 있다니. 그리고 이 길을 내가 선택했다니. 진심 후회하고 또 후회했음. 전역 후, 친구들과 식당에서 밥먹으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유치원 선생이었던 친구, 마치 자신이 10년 군생활 했다는 듯이 


    “니가 군기가 덜 들어서 그래. 재입대 해야겠다? 깔깔깔”


    이러는데 진심으로 머리털 다 뽑아다가 콧구멍에 쑤셔 넣어버리고 싶었음. 본인은 화를 잘 내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전역후, 이러한 장난섞인 도발성 멘트엔 참지 못하고 매우 예민해져 있었음. 


    날 훈계한 일병이 잘못 했다는 것이 아님. 그는 자신의 계급에 맞게 하급자가 잘못한 것에 대한 충고를 정당하게 한 것이었음. 단지 한 달만에 완전히 뒤바뀐 생활에 적응을 할 수 없었던 내 선택에 대한 후회였음. 군생활의 끝은 보이지 않았고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미웠음.



    그런데,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첩보를 긴급 입수한 보급관님은 날 소환하여 사실여부를 캐물었고,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확인사살 하려는 느낌이 역력했기에 본인은 모든것을 순순히 다 털어놨음. 보급관님이 주동자가 누구냐 라고 묻길래 손병장이라고 대답 했더니, 처벌을 원하냐는 물음을 던졌음. 잉? 웬 처벌? 본인에게 잘못이 있다고 그 누구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음. 솔직히 처벌을 할 만한 건수가 아니였음. 


    그리고 그 다음날, 보급관님의 지시에 의해 본인의 소속이 행정병쪽으로 기습적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었음. 갑자기 들이닥쳐 관물대를 옮기라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음. 본인에게 굉장히 잘 해준 당시 박 일병은 섭섭했는지 나에게 말도 붙이지 않았고 다른 소대원들도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날 주시했음. 군생활 참 스펙타클하게 돌아가는구나 싶었음. 잘 버틸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은 점차 커져 갔음. 


    행정병 소대는 일명 천사소대 라고 불리웠음. 소대원 모두 다 성격 좋고 서글서글 해서 적응하기 매우 좋았음. 단 한명 빼고. 분대장인 김 병장은 일명 악마라고 불리웠음. 본인이 자대배치 받고 3개월만에 전역해서 그가 저지른 악행들은 직접 다 보진 못했지만 행정병들의 말을 따르면 악마였다고 함. 당시 인사계 업무를 인수인계 받던 이 모 이병은 훗날 증언에서, 폭언욕설에 정신이 혼미해졌다고 고백했음. 잘생긴 분대장, 장난기 가득했고 취침시간만 되면 상기한 ‘박 일병’과 죽이 아주 잘 맞아 떨어져 개그맨으로 빙의하여 소대원들을 즐겁게 만들었지만 행정업무에 있어서는 필요이상으로 칼 같이 행동 한 것이 분대원들의 불만을 산 것 같았음. 당시 22살인가 그랬는데 본인을 나이로 종종 놀릴때가 있었음. 단, 아래의 에피소드 이후로는 본인을 놀리지 못했음.


    소속이 행정병으로 바뀐 뒤 2~3주 후,  중대장님이 분대원들을 호출하여 집단면담을 했음. 중대장실에 들어가 ㄴ 자로 배치된 나무의자에 왼쪽 상단부터 계급별로 착석하여 중대장님과 면담을 했음. 오래전이라 어떤말을 주고 받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대장님이 이야기 도중 뜬금없이 날 보며


    “돼지야, 너 영어한번 해봐라”


    이러는 것이었음. 또 시작이었던 것임. 아 놔. 이놈의 군대는 영어를 왜 이렇게 좋아해? 


    솔직히 위에서 언급한 대로 “where are you from?” 식으로 먼저 영어로 물어보면 대답을 영어로 하겠지만 밑도 끝도 없이 ‘영어해봐’ 라는 주문은 도대체 무슨말을 하라는건지 센스가 없던 본인으로써는 난감 그 자체였음. 사회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영어해봐’ 라는 주문에 학을 뗐는데, 군대에서도 이러니… 그런데 중대장의 명령이지 않는가! 병장의 명령에 항명한 죄로 그렇게 내리갈굼을 당했는데, 중대의 최고 책임자에게 항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줄줄 흘렀음. 그래서 본인 왈


    “아무말이나 괜찮겠습니까?”


    라고 묻자, 중대장이 아무말이나 괜찮다며 영어로 해보라는 것이었음. 방안의 시선은 모두 나에게 쏠려있었고 무슨말을 해야할지 생각을 하던 차에, 순간 번뜩하며 내면에 숨겨져 있던 장난의 본능이 꿈틀거리는 것과 알 수 없는 트리거가 당겨지는 것이 느껴졌음. 악마 김 병장의 기를 죽일 절호의 찬스라는 것을 직감했음. 본능적으로 장난의 타겟을 본인의 왼쪽 대각선 상에 위치한 악마 김 병장에게 맞추었고 입으로만 하면 임팩트가 적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바디랭귀지 까지 곁들이기로 전격 결정하고 김치 혓바닥에 빠다를 3만번 바른듯한 느낌으로


    (두 다리를 벌리고 양 팔꿈치를 허벅지에 댄 후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깍지 낀 채로)

    look, if you had - [이봐, 만약 네가]


    (고개를 들고 김병장을 바라보면서 오른쪽 검지를 흔들며)

    one shot, or one opportunity. - [원하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김 병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To seize everything you ever wanted - [단 한방, 한번의 찬스가 온다면]


    would you capture it? - [그 기회를 잡겠어?]


    or just let it slip? - [아니면 그냥 날려버릴래?]



    김 병장은 이내 본인과의 시선 교감을 피하곤 전방의 하얀 벽에 걸린 태극기를 바라봤는데, 본인 혀에 바른 빠다의 고소한 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얼마전 집에서 뜯던 처갓집 양념통닭의 닭다리가 생각나서인지 상기된 얼굴과 더불어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로 “꼴깍” 하고 침을 삼켰음. 중대장실 내부는 초상난듯 고요했고 본인은 김 병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중대장에게 돌려


    “더 합니까?”


    라고 중대장님께 묻자, 중대장님은 식겁하며 “아니야! 됐어! 그만해!” 라고 비명을 지르셨음. 이제서야 말씀드리지만, 중대장님. 저도 그만했어야 했습니다. 그 다음 말은 “Yo” 였거든요. 


    사실 저 말은 에미넴이 부른 lose yourself 인트로 부분의 가사인데, 본인이 매우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였음. 이 사건의 전말은 그 당시 행정병 중 병기계 행정병인 이 모 일병밖에 모름. 전역 후, 이 모 일병과 술자리에서 이야기 해줬더니 겁나게 좋아했음. 너도 그 자리에 있었잖아 임마 ㅋㅋ


    김 병장이 전역 하고 한참 후에, 짬 찌끄레기였던 허 병장이 분대장을 달면서 당시 분대원 기록일지에 적힌 내 신상명세를 보다가 “형, 나이가 몇갠데 아직도 에미넴을 좋아해?” 라고 놀렸었음. “좋아하는 노래” 란에 본인은 ‘에미넴 - lose yourself’ 라고 적었었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허 병장아. 이게 그런 뜻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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