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애들이 부럽다.

아빠라고 부르기도 싫은 저 남자는 대체 왜 사는걸까.

애를 낳아놓으면 다가 아닌데.

왜 일을 안할까.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지금 대학교에 올때까지 아빤 단 백원도 벌지 않았다.

근데 매일 매일 소주마시고 담배피는 돈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안다.

할머니한테 받아오는거다.

할머니도 독거노인으로 혼자 가난하게 사는데.

그런 할머니한테 몇 만원씩 받아와서 자기 술 마시고 담배사고 그런다.

소주 먹고 나면 술에 취해서

7시간,8시간,9시간은 한자리에 앉아서 술 주정을 한다.

몇십년전 일, 몇년 전 일, 몇달 전 일.... 똑같은 이야기를 욕을 잔뜩 섞어서

자기만의 추측으로 막 뱉어낸다. 그러면서 스스로 더 화에 받혀 화를 낸다.

답이 없다.

의처증이 심하다.

혼자 밖에서 돈 버는 엄마를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여자밖에 없는 공장인데.

거기에 몇 안되는 남자들, 운전기사나 공장장 같은 사람들 의심한다.

참 대단한 억지논리다.

남의 말은 절대로 안듣고.

자기가 한 욕이나 잘못한 일은 다 이유가 있고 사정이 있고

다른 사람이 한건 어떤 이유든 잘못된거고.

집에서 하루종일 티비보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고.

그러다 졸리면 자고.

엄마오면 엄마가 차려주는 밥먹고. 욕하고 싸우고. 또 자고.

정 그럴거면 이혼하라는 말 했다가 맞아 죽을뻔 했다.

이혼 못해주겠단다.

누구좋으라고 해주겠냔다.

이혼해서 안좋을 사람은 당신밖에 없을텐데.

우리 세식구 좀 행복하게 살면 안될까.

고지서가 나왔다.

어떻게 해서 겨우 장학금 100만원은 받았는데, 그래도 대출을 해야한다.

지금까지 전 학기 대출을 받았다.

울고싶다.

울면 또 뭐라 할테니 못울겠다.

아빠는 돈 벌어오면 그 돈 적다고 욕먹고, 안벌어오면 안벌어온다고 욕먹으니

어쨌든 욕먹으니 왜 벌어와야하냐고 술주정을 하고 있다.

내년이면 동생도 대학생이다.

엄마 혼자 150만원 남짓하는 돈을 번다.

네 식구가 그걸로 산다. 죽지 못해 산다.

나는 모든게 사치다.

신발 하나, 커피 한잔, 스파게티 한 그릇.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근데 너무 비싸다.

가난은 지겹지만 불화는 날 지치게 한다.

가난해도 좋으니 화목하기라도 하면 안될까.

화목도 안바랄게. 그냥 매일 매일 욕듣고 싸움소리 듣지 않는 정도면 되는데.

왜 나는 가난하고 불행하게 살아야하는지.

가난과 불행은 동의어가 아닐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