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9월 개봉 예정이라는 이 영화.
애니메이션판이 성공하고 나서 소설도 나오고, 심지어는 영화까지 만들어지네요.
영화판의 감독은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 등을 연출했으니, 영화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상됩니다.
다만 원작이나 애니메이션판과 다른 장면들이 예고편에 많은데, 일단 만화의 컷을 그대로 옮긴 것 같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그러나 영화판이 원작이나 애니메이션판을 초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저 둘은, 그렇게 대단하고 훌륭하지 않습니다. 원작부터가 흔한 소재들을 잘 버무렸을 뿐이죠.
'남주와 여주가 벚꽃이 흩날리는 배경 가운데 아름다운 첫만남을 하고 서로 가까워지지만 '좋아한다, 사랑한다' 라는 말은 안하다가 둘 중 하나가 죽거나 떠나는 이야기.
그리고 이 토대 안에 오밀조밀한 여러 설정들이 더해진게 <4월은 너의 거짓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관객들이 직접 순정 이야기를 만든다고 해도 바로 나올만한 기승전결 같습니다. 진부하다는 것이죠.
제가 이용하는 한 영화 전문 사이트에 영화판 예고편과 줄거리가 올라왔는데, 한 분이 '여주한테 병이 있나요'라고 하는걸 보면... 많이 진부하다는걸 알 수가 있죠.
다만 진부하고 뻔한게 재미없는 것과 같느냐, 그렇진 않습니다.
원작 만화를 봤을 때, 내용도 빨리 읽히고 다음 권이 기다려졌습니다. 애니메이션도 그랬습니다. 몰입이 잘 되기에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영화는 거의 2시간 동안 스크린만 쳐다봐야 하니까 다를 수도 있구요. 원작보다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원작은 여주가 죽는걸 모르고 봤으니까요.
영화판은... 위에서 예시를 들었던 것처럼 줄거리만 봐도 반전이 어떨지 쉽게 간파된다는 겁니다.
영화판 줄거리에서 '여주의 비밀에도 변화가 생기는데...'라고 하는데, 결국 제목의 '거짓말'을 하는 캐릭터가 누군지 훤히 보입니다.
시나리오 작법을 다루는 책에서도 '관객들이 알아채지 못할 반전을 가진게 좋은 시나리오다'라고 하는데, 이런 허술한 반전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있죠.
그리고 기대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요. 원작, 애니메이션판이 서정에 비해서 서사와 개연성이 아쉽습니다.
(여기선 애니메이션판 기준으로 말합니다.)
여주가 죽기 전에 남주보고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죽은 후 남주가 크게 상처입을까봐 편지로나마겠죠. 그런데 남주는 왜 그러지 않았을까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같은 작품처럼 '사랑한다, 좋아한다'라는 말을 드러내지 않는 로맨스도 있기는 합니다.
다만 러브코미디 애니에선 '클라이맥스에서 둘이 그런 고백을 하고 서로의 감정을 알아야 보는 사람이 설레임도 느끼고 재미있다고 느끼니까'라는 변명으로 쓰이는 듯합니다. 여기서도 다르지 않게 쓰입니다.
그저 '걔는 남친이 있고, 난 걔의 친구 A다'라고만 합니다.
그리고 여주가 죽기 전에 여주의 남친이라는 사람에게(남주의 친구기도 하지만)'걔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물론 여주가 아플 때니까 여주의 남친도 계속 붙잡고 있을리는 없고 하니 이런 말을 했겠죠.
1쿨 마지막쯤에 '난 너(여주)를 위해 피아노를 칠게'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적어도 그때부터 그런 감정을 느꼈는데 왜 애니메이션에선 표현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영화에서도 그럴 것인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게다가 여주의 남친이라는 캐릭터는 호색한이고 여주만을 위한 무언가는 표현되지 않습니다.
이걸 사귀는 관계라고 할 수 있는지... 표면적인 남친, 극에서 '남녀가 바로 이어질 수 없는 걸림돌'으로만 보여요. 이게 캐릭터를 다루는 것에서 아쉽고,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남주가 어린 시절, 엄마의 가혹한 행위로 인해 남주가 '죽어버려라'라고 면전에 말하게 되죠.
이 관계는 영화 <사도>처럼 무겁고 진중하며, 2시간 분량의 극 전체를 이끌 수 있는 갈등입니다.
그런데 애니에선 고통받던 남주가 피아노를 완주하고, 죽은 엄마의 환영이 웃으며 끝납니다.
분량 문제도 있겠지만 '이 정도에서 이 이야기는 끝내는게 낫겠다'라는 느낌이 듭니다. 마무리가 아쉽고 '이렇게 화해할거면 왜 그렇게 심하게 갈등했냐'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애니는 1쿨까지 전력질주하다가 2쿨부터 병문안 가는 이야기가 주요 플롯이 되어, 마지막에 반전을 터뜨리지만 후반부에 활력이 부재한 것도 아쉽습니다.
이런 등등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건 애니메이션판의 얘기지만, 이 서브플롯들이 영화판에 거의 그대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색을 통해 영화판이 더 훌륭한 작품이 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써본 글입니다. 기대가 안되는건 여전하지만(...)
올드보이급 환골탈태(...)를 원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