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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aby_3854
    작성자 : 꼬매니
    추천 : 17
    조회수 : 1389
    IP : 218.148.***.123
    댓글 : 72개
    등록시간 : 2014/10/07 23:24:12
    http://todayhumor.com/?baby_3854 모바일
    제가 겪은 출산 후기 입니다^^
    8월.

    임신 38주 0일째 되던 날. 
    2.78kg의 예쁜 딸내미 낳았어요^^ 

    아기 낳기 일주일 전 검진 때,
    양수가 좀 부족하다며, 
    물 많이먹고 한 주 지켜보고, 유도분만할지 결정하자구 하셔서..
    진짜 폭풍산책하고, 쪼그려 앉아서 폭풍 화장실 청소도 했어요. 
    신랑은 자연스러운게 좋은거라고 하지말라고 말렸지만, 
    유도분만 실패 후 제왕절개하는 글을 많이 봐서..
    37~8주쯤이면 나와도 괜찮다고 하니, 그냥 진통걸려서 빨리 낳고싶더라구요. 
    실은, 막달되니까 기다리기 지치기도 했구요ㅋㅋ 
    막달에 몸이 힘들어진다던데, 전 초기에 입덧이랑 호흡곤란(!)으로 많이 힘들었고, 
    막달에는 몸이 가뿐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거리고, 
    아기가 궁금해서 기다리다가 숨 넘어갈 것 같았거든요. ㅋㅋㅋㅋ 

    그러다, 38주 되던 날.
    밤에 배가 살~짝 싸르르 해서 
    자다가 으~ 하면서 몇번 깼어요. 
    밤이면, 제가 별 소리를 내도 꿈쩍 안하고 잠 잘자는 저희 신랑이 
    그날따라 아주 작게 낸 저의 소리에 반응하고 잠을 깨서 신기했던 날이었어요.

    그날 아침, 8시 20분쯤. 
    화장실에 갔는데, 빨간 피가 꽤 적당한 양(!) 보였어요. 
    누가봐도 "아, 이슬이구나." 하고 알 수 있는 양이었고, 급 흥분이 되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그날이 왔구나. 때가 되었구나. 

    저희 엄마께서 저 낳을 때, 
    2주 빠른 날 아침에 이슬을 보고, 오후 4시쯤 낳으셨대서, 
    아.. 나도 오늘 오후쯤이면 아기를 만나겠구나!! 했어요.

    양가 어른들께 전화드리고, 
    폭풍진통이 걸리기만을 계속 기다렸는데, 우째 뜨뜨미지근하더라구요. 
    답답해서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피를 봤는데, 빡쎄게 운동해서 진통 팍 걸리게 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병원에서는.. 

    "산모가 막달에 피를 봤으면 와서 검사를 일단 해야지, 무슨 진통 걸리길 기다리시나요? 빨리 오세요"

    라고 하셔서;; 
    인터넷 카페에서 다른 산모들이 이야기하는 것만 듣고 
    진통 5분 간격만을 기다리고 있던 저는 
    깨갱하고 바로 병원에 갔답니다. 
    그때가 오후 1시 30분.

    의사쌤께서 공포의 내진을 하시더니, 
    물 많이먹었나보다고, 양수가 많아졌다고 하시고^^ㅎㅎ 
    1.5~2cm 열렸다고 하시더라구요. 
    입원을 하든, 아님 가도 좋은데, 어차피 오늘 밤에 병원 다시 올 것 같다고 했어요. 
    전 입원 안하고 좀 운동하다 오겠다고 하고 돌아갔어요.

    집에 돌아와서 마지막으로 집정리를 하고,
    출산가방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슬슬 배가 아픈가? 싶고..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5시 디너타임에 맞추어서 뷔페를 가야겠다고ㅋㅋㅋ 빡빡 우겨서 뷔페에 갔답니다. 
    제가 임신 기간동안 임신성 당뇨가 와서 그동안 음식을 가려먹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임당이고 나발이고 하면서 폭풍으로 먹었어요. 
    슬슬 더 아픈가?? 싶은 진통을 느껴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 하면서 한 접시 더먹고, 더먹고하니깐, 
    신랑이 엄청 걱정하면서 안절부절, 불편해했어요. (신랑은 그날 그 뷔페가 맛이 없었대요.) 

    전 다시 생각해도 그날 진짜 먹길 잘한 듯..... 
    정말 맛있고 행복한 만찬이었어요. 
    그 이후론 아직까지 외식이 불가능하거든요ㅡㅡ
    마지막 만찬이 될 줄이야...

    다 먹고는 배가 진짜 터질 것 같아서 ㅋㅋㅋㅋ 
    더 심해졌나? 싶은 진통을 느끼면서 산책 좀 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5분 간격 진통을 기다렸어요. 
    진통어플 다운받아서 확인하는데, 
    계속 6~8분 진통이어서,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지금 진통체크하고 있는데요, 하하, 언제쯤 병원에 가면 되나요?" 했더니..

    "아직 웃는거 보니깐 멀으셨어요^^" 

    라고 하시더라구요. ㅋㅋㅋㅋ 그래서 그냥 기다렸어요. 
    아.. 정말 지루한 기다림이었어요. 
    아프긴해도 참을만 했고, 이런게 진통이면 낳을만 하긋따~ 하는 생각속에 11시가 되었고..... 
    12시 땡~치고 병원에 들어가야 하루 더 입원할 수 있다길래, 12시 딱 맞춰서 병원에 갔답니다.

    12시 병원 도착. 신랑은 잠깐 밖에서 대기. 
    저는 살짝 어두운 조명의 분만대기실에 들어가서, 
    진통체크, 내진, 초음파확인, 제모, 관장을 슉슉 진행했어요. 
    옆에선 신랑과 함께 어떤 산모분이 으~으~ 하고 계셨고, 저도 진통올땐 으~ 하던 중이었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당시 진통은 아파죽겠다기보단, 그냥 다 너무 낯선 경험이라 분위기가 무서웠어요.
    신랑이 빨리 옆에 있으면 좋겠다~ 싶었구요. 잠깐 떨어져서 분만 전 준비하는 시간이 두렵더라구요.

    제모굴욕, 관장굴욕은 별로 못 느꼈어요ㅋㅋ 
    제모는 아래쪽(!)만 하더라구요. 전 시~원~하게 다 미는건줄 알았더니ㅋㅋㅋㅋㅋㅋ 
    관장도 어찌나 시원하던지ㅋㅋㅋㅋ 
    뭐 창피하고 어쩌고 하기엔, 간호사분이 엄청 쿨하고 시큰둥하셔가지구요. ㅋㅋㅋㅋ

    분만 전 작업(?)을 다 마쳤는데, 2cm 열렸다고 하더라구요. 

    진짜 멘붕이었어요. 
    1시 30분에 그 정도였는데, 그게 뭔소린가!! 
    그럼 이 긴 시간 동안 나는 뭐한거지? 도대체 언제 낳는거지? 얼마나 아파야 하는거지? 싶더라구요.

    그런데
    저보다 더 빨리오신 옆에 계신 분은 비슷하게 열렸다는데 이동을 안하시는데,
    저는 분만실로 옮기라고 하시더라구요.
    무슨말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미 경부(?)가 부드러워져서, 
    금방 진행 될꺼라고.. 여기까지 진행되는게 오래걸리는데, 오랫동안 잘 참고 왔다고 그러더라구요.
    뭐 진짜 디지게 참고 간것도 아니었는데;;;;; 

    그.래.서..... 
    무통주사를 못 놔주시겠대요.ㅡㅡ 
    절대 안되냐고 했더니, 
    이런 상황에서 무통을 맞는건 훨씬 늦어지기만 해서 아깝다고, 
    그냥 빨리 낳고 쉬래요..........

    그러더니, 가족분만실로 이동. 
    그리고 바로 신랑이 들어왔어요. 
    이 모든건 병원가자마자 슝슝~ 진행된거였어요.
    1시쯤되니 전 가족분만실의 어두컴컴함 속에서 진통체크기와 아기심박동체크기를 달고 있었어요. 
    그리고 1시 30분쯤부터는 좀 어어어~ 싶게 쎄게 아프더라구요ㅜ 
    ...... 죽을 것 같았어요. 
    진통체크기에서 진통이 올때마다 60, 80, 90... 숫자가 막 커지고, 
    진~~~짜진짜 웃음 안나온다는 말이 뭔지 알겠었어요. 
    그 전까지 불편해했던 내진이 좀 주물러주고 만져주는 것 같아서 엄청 시원하게 느껴지구요. 
    첫 내진했을 때 엄청 아파서, 내진이 이정도로 아픈데, 진통은 더 아픈가? 싶었는데..
    진통하고 내진은 비교할 것도 아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부터는 너무 아파서 몸을 이리 저리 비틀고 난리를 쳤어요.
     
    르봐이예 분만 한답시고 병원까지 옮겨놓고, 
    소리를 미친듯이 질러대고ㅋㅋㅋ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를 한 만 번쯤 외치면서ㅋㅋㅋ 하도 시끄럽게 하니까, 
    이러면 목 다 쉰다고, 힘없으면 힘 못준다고, 소리지르지 말라는데... 
    소리는 막 저절로 나오고, 소리 안지르면 죽을 것 같았어요. 
    너무 아파서 신랑 머리채 대신 손을 꽉쥐고 있었는데 
    정신차리고 나중에 봤더니, 신랑 손이 전부 상처 투성이가 되었더라구요ㅜㅜ 
    신랑 머리카락을 잡는 이유는, 
    "너 때문이야 이ㅅㄲ야!" 라고 하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정말 아파서 붙잡을 것이 필요해서 그렇다라는 것을 알게됐어요. 

    간호사분이 중간 중간 확인하시면서,  
    딴 산모들 아직 한참 기다려야하는데 다 겁먹었다고.. 하셨는데......
    애 낳고 알고 보니까, 먼저 오신 분은 아침까지 진행 안되어서 못 낳으셨더라구요 ㅠㅠㅠ 
    저보고 진짜 빨리 진행된다고 3cm, 4cm.. 진행 잘 되고 있다고 격려해주시는데.. 

    빨리 아기만날꺼라고.. 9시 전에 낳을 것 같다고.. -_- 
    새벽 3신데... 4~5시인데ㅜㅜ ㅜ 
    9시쯤!? 2~3시간 후쯤? 
    막 이러시니 미츄어버리는 줄 알았어요. 전 당장 20초 뒤에 낳고 싶은데 말이죠....

    어두운 분만실, 
    틀어주신 CD에서 캐논은 무한반복으로 흘러나오고, 
    제가 호흡 잘 못한다고 호흡기를 달아주시고, 
    신랑은 호흡을 도와주고, 
    눈앞에 시계는 영화처럼 막 15분, 30분, 이렇게 지나갔어요. 
    시간이 엄청 천천히 가면서도 빨리갔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몸은 바들바들 떨렸고, 
    뭐 제 모습이 그지같거나 말거나 눈에 뵈는게 없더라구요. 

    진통주기 짧아지니까, 
    죽도록 으아아악~ 아프고, 완전 잠깐 쉴때는 다음 진통이 너무 무서워서 벌벌 떨리고, 또 아프고..를 무한 반복하더라구요.
    쪼~끔 거짓말 보태서 한 천 번쯤 반복 한 것 같아요. ㅋㅋㅋ 
    계산 할 수 있나? 확실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40초 정도 진통 있고, 40초 정도 쉬고, 막 그랬던 것 같은데, 한 3시간은 그정도였던 것 같거든요. 

    암튼, 제가 호흡을 잘 못하니, 아기 심박수가 떨어지고, 
    신랑은 사색이 되어서 숨쉬어야한다고 저 붙잡고 호흡하고.. 
    정말 초~담담한 간호사분께서는 한번씩 오셔서 잘~ 열리고 있다고, 금방 낳을꺼라고.. 응원(ㅡㅡ)해주시구요. 

    그러다 점점 힘주기 연습을 시키시더라구요. 
    전 애 낳을 때 그렇게 힘을 주는건지 몰랐어요ㅋㅋㅋㅋ 
    정말 으아아아아악 하고 젖먹던 힘을 다해 똥싸듯이 힘을 주면 되는데, 
    진짜 똥 싸도 상관없다! 하는 심정으로 힘을 줬어요. 그냥 똥을 싸고 싶더라구요. 그럼 끝날텐데.. 싶어서.. 
    아기 머리가 보여야 의사쌤이 오신대서.. 
    난 그냥 죽어도 힘을 줘서 아기머리를 저 간호사 눈에 보이게 하리라.. 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힘주기를 하면, 정말 쪼끔, 미세하게, 고통 100 중에 1 정도 만큼? 덜 아파요ㅋㅋㅋ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아마 뷔페 안갔다 왔으면 힘 못줬을듯ㅋㅋㅋㅋㅋㅋ 체력전 같았어요. 

    그리구 신랑이 힘주기 할때 도움을 많이줬어요. 
    다리잡고 눌러주는데, 제가 힘을 많이 못줘도, 신랑이 정말 잘 눌러주더라구요. 
    신랑이 호흡을 잘 맞춰줘서 훨~씬 덜 힘들었고, 아기머리도 빨리 보인 것 같아요.

    의사쌤이 오셔야 아기를 낳는다는 정보를 알게 되어서 ㅋㅋㅋㅋㅋ 
    제발 의사쌤 좀 불러달라고 하다가.. 
    드디어 
    진짜 드라마처럼 문이 열리고 의사쌤이 들어오셨어요. 
    제가 다닌 병원에서 잘생긴 의사쌤으로 유명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진.짜. 멋져보이셨어요. 진짜... 
    르봐이예 분만실이라 방이 엄청 어두운데, 문이 열리면서 불빛이 쫘악 들어오고 가운입은 의사쌤이 딱 등장. 진짜 멋짐 ㅋㅋㅋㅋㅋ 

    의사쌤에게 또 살려달라고, 목숨을 구걸하고.. 
    의사쌤께서는 살려주겠다고 초~담담하게 대답을 하시고ㅋㅋ 
    힘주기를 하자고 하셔서, 
    간호사분과 신랑이 힘을 합쳐서 저를 눌러주는데, 
    진짜 정신 딱 차리고 한방에 낳아서 이 고통을 끝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정말 무지막지하게 힘을 줬고, 그 순간 의사쌤이 뭘 툭 자르시는 것 같았고, 후두두둑 뭔가 쏟아지는 것 같더니,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리고... 
    '당신은 사랑 받기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가 나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진~~~짜 시원하긴한데, 몸이 너무 덜덜 떨려서, 
    한참 동안 몸이 떨리는게 멈춰지지가 않더라구요. (입원실에 올라가서까지도..)

    전 보지 못햇지만 신랑 말로는, 
    아기 입속에서 피를 막~ 뺐는데 보기에 엄청 많은 양이어서 걱정이 되었다고 그러더라구요. 
    탯줄을 자르고, 
    아기를 잠깐 가슴위에 올려주었는데.. 
    아기가 제 가슴을 빨 수 있는건 아니지만 입을 대고 빠는 시늉을 하던 감촉을 가장 잊을 수가 없어요. 그게 가장 감동이었어요. 
    그리고 아기를 물에서 아빠보고 잡고 있으라고 하면서 놀게 해줬어요.  
    사실, 이땐 좀 뒤죽박죽 기억이에요. 뭐가 먼저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너무 추웠구요. 

    아기 데리고 나가구, 신랑도 잠깐 나가구, 회음부 수술을 했어요. 
    주사 한 방 엉덩이에 놓으시고, 꼬맬때는 따끔따끔 했는데, 
    아픈게 문제가 아니라,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는게 더 힘들었어요.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어지질 않아서요ㅜ 회음부 수술도 꽤 오래걸렸어요. 

    의사쌤이 나가시고는 신랑이 들어와서 잠깐 토닥토닥 해주고,
    간호사분이 아기를 데려와주셨어요.
    저희의 아가가... 그 사이에 목욕도 하고, 꽁꽁 묶이고, 모자를 쓰고 왔더라구요ㅎㅎ 
    인증샷 찍어주시고, 아기랑 시간 보내래서 잠깐 같이있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아기도 힘들었는지, 너무 졸려해서ㅎㅎ 신생아실로 보내줬어요^^

    그렇게 끝이 났어요. 
    부모님들께 전화드리는데, 다들 잠 못주무시고, 소식 기다리셨더라구요. 
    저희 엄마께서 새벽 4시쯤, 혹시나 싶어서 병원으로 전화해봤더니, 아직 좀 있어야한다고 했대요^^ 
    근데 전화기 너머로, 제가 온갖 소리를 지르는게 다들렸대요ㅋㅋㅋ 

    엄마께서 그동안 저한테, 아기낳는거 별로 안아프다고 낳을만하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기낳고 엄마랑 통화하면서, 아파 죽을뻔 했다고 하니까, 
    엄마가... 진짜 아픈데, 제가 겁먹을까봐 한번도 말한적 없었대요........ -_- 
    엄마한테 낚였음. 전 정말 겁 안먹고 병원갔었거든요.. ㅜ

    아기가 3kg 안되었으니까 낳았지, 4kg 넘게 나가는 아기 낳으면 정말... 
    상상도 못하겠어요. 큰 아기 낳으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무튼, 그렇게 끝이 나고, 전 입원실로 옮겨졌답니다. 
    신랑은 생명탄생의 신비 이런거 모르겠고, 
    정말 어수선함이 가득한 시간으로 기억해요. 
    저 역시, 정신 하나도 없어서 뭔가를 느끼고 말고 할 여유가 없었구요. 
    그치만, 그 모든 시간을 신랑과 함께하면서 끈끈한 전우애? 같은것이 생긴것 같았고, 신랑이 더 믿음직스러워지고, 그랬어요. 
    신랑이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서 손잡아주고 지켜줘서 행복했어요.
    밤을 꼴딱 새면서, 제가 그 난리를 치는걸 정말 차분하게 다 받아주고 같이해주더라구요.  

    그렇게 더욱 단단해진 저희가 함께 "우리의 아가"를 맞이했어요. 
    아가는 정말 요~만큼도 절 안닮고,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아빠를 골고루 섞어서 빼다 박아놨어요ㅋㅋㅋㅋㅋ 
    역시 큰 딸은 아빠를 닮는다고 하죠?...... 제 배 아파 낳았는데 말이죠!? -_- 

    아침 7시 좀 넘어 아기를 낳았고, 
    2박3일 입원을 하고 조리원으로, 
    조리원에서 집으로, 
    그리고 어느덧 오늘, 아기가 태어난지 50일째가 되었답니다^^

    +

    입원 둘째날. 
    신랑은 친정아빠 호출로 나가고, 
    저는 수유실에서 물리기 힘든 가슴이라 모유수유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말을 듣고는 
    아직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면서 
    아직 제대로 안는 방법도 모르는 엄마에게 안겨서 낑낑거리며 애쓰는 예쁘고 안쓰러운 아가를 보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엄마 역할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 때문에 산후우울증이 찾아 올 뻔 했으나.....

    아기탄생축하를 기념하면서 
    결혼 전후 탈탈털어 처음으로 사위에게 술을 무지막지하게 먹인 아빠 덕분에, 
    완전 만취한 저희 신랑이....... 
    집으로 가지 않고, 다음날 오전에 퇴원시켜야 한다며, 
    병원에 와서 저를 찾다가, 신생아실 앞 쇼파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고 웃겨서 우울한 마음이 다 달아났어요. 
    밤새 끙끙거리면서 자다가 토하다 하는 신랑 걱정하느라, 우울할 틈이 없더라구요ㅡ.ㅡ
    술은 저희 아빠가 먹였는데, 취해서 미안하다며, 
    다음날 아침에 혹시 못올까봐 병원 왔다고.. 
    더운 병실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숙취로 죽을라고 하는 신랑 보는데ㅋㅋㅋㅋ 정말 웃펐어요. ^^;;;
     
    그 이후^^ 모유수유는! 
    젖이 펑펑 나오는 저와 
    쪽쪽 잘빠는 저희 아기와 
    노벨평화상 주고싶은 유두보호기 덕분에 
    잘하고 있답니다ㅋㅋㅋㅋ 
    전 제 가슴에서 젖이 그렇게 넉넉하게 나올줄은 몰랐어요. 그럴만한 가슴이 아니라.. ㅋㅋㅋㅋ 
    집에 유축해둔 모유가 냉동실에 쌓여가는데.. 처리가 안되네요. 
    유두보호기를 사용해야 하는게 아쉽긴 하지만, 
    100일 넘어가면 아기 빠는힘 좋아져서 그냥 물릴 수 있다고 하니, 우선 만족합니다. 

    +

    아기를 낳고나니,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그리고 말해줘도 잘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고.. 
    출산 전에 예상했던 것, 책으로 배우던 것들과 전혀 다른 상황을 겪게 돼요. 
    육아에는 답이 없는 것 같고, 아기와 부모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모든걸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그러기엔 시행착오가 계속 따르게 되고, 
    그 시행착오가 아기를 불편하게 만드는것 같아서 
    미안함 때문에 힘들어지는게 좀 큰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분께서

    "아기에게는 완벽한 엄마보다, 한번 더 웃어주는 엄마가 필요할꺼에요^^" 

    라고 하는 걸 보고, 많이 위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기보고 한 번 더 웃어주려고 노력하며 지내고 있어요.
    배고프다고 우는 아기에게, 기저귀 갈아주면서..  
    트림못해서 답답하다고 우는 아기에게, 젖 물려보면서.. 
    오늘도 웃어주네요.ㅠㅠ (애가 말을 안하니, 잘 모르겄어요.ㅠㅠㅠ)

    아직 초보엄마여서 서툴러요. 
    우리 초보아가는 아직 엄마보고 웃을줄도 모르구요. 
    그렇게 하루하루 살고 있어요. 
    그런데, 옹알이와 함박웃음을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지나가는 오늘 하루하루가 너무 아까워요. 
    아기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이 시간이 지나는게 아쉽더라구요.^^ 

    출산하며.. 육아전쟁에 참여하며.. 겪은 깨알같은 팁 10가지도 같이 올리고 싶었는데, 
    아기가 곧 깰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우선 정리해서 올려야 할 것 같아요.

    내일은, 아기 50일 촬영하러 가는 날이랍니다. 

    오늘 새벽에 분명 또 2번 정도 깨서, 아기 젖을 먹여야 하지만...
    잠탱이라 중고등학교때 그렇게도 지각을 하던 저는 잠이와서 좀 힘들긴 하지만...
    좀... 많이 힘들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좀 힘들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아기가 있어서 행복해요.
    아기 옆에 가서 누워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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