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커피전문점 고속성장의 그늘
근무 내내 CCTV 감시
배고파 손님 남긴 빵 먹고
다쳐도 치료는 언감생심…
‘부당 대우’ 알렸다 쫓겨나
“하도 배고파서 손님이 남긴 빵조각을 먹은 적도 있어요.”
당시 기억을 떠올리니 본인도 어이없었던지 박형진(가명·20)씨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지역에 있는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에 처음 출근한 날 “일단 옷 갈아입고 행주부터 드세요”라는 직원의 말에 청소부터 시작했다. 매뉴얼은커녕 근무와 관련한 간단한 지침조차 전해 듣지 못했다. “그냥 실수하다가 혼나는 게 교육이었던 거죠.” 점심때가 훨씬 지났지만 점장이나 직원 누구 하나 밥 먹으라고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바쁘게 일하고 있어 ‘밥 먹겠다’는 말도 못 꺼냈다. 박씨는 너무 배가 고파 결국 손님이 남긴 빵조각으로 허기를 채웠다.
대학을 그만두고 지난해부터 여러 커피전문점을 돌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씨는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4320원을 받으며 하루 8시간씩 일한다. 한달에 75만원 정도 벌어 방세와 생활비로 쓴다. 비슷한 시급을 받는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 비해 깔끔하고 여유가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커피 만드는 일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박씨에게 ‘커피 한잔의 여유’ 같은 건 몽상이나 다름없었다. 식사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20분 정도 사무실에 들어가 허겁지겁 밥을 먹고 다시 매장에 나와 일했다. 알바생들 사이에서 ‘커피계의 김밥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메뉴가 많은 이 업체에서는 커피 내리는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을 알바생들이 도맡는다. 박씨도 스무디, 빙수, 와플 등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매장 청소까지 거의 모든 일을 했다. 박씨의 팔뚝엔 빵을 굽다 오븐에 덴 흔적이 5㎝가량 남아 있었다. “그냥 연고 바르고 끝이죠. 손목이 아파도 손님 보기에 좋지 않아 파스도 못 붙이는데 치료비 달라는 말은 입 밖에도 못 꺼내요. 다치면 그냥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죠.”
그래도 지난해 7월 종로에 있는 ㅎ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던 때를 생각하니 지금이 낫다고 한다.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심야근무를 하는 동안, 욕설을 내뱉고 무시를 일삼는 취객들을 상대하는 일은 너무 괴로웠다. 그래도 참고 일했다. 그러나 온종일 서 있고 2층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다리가 너무 아팠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어 감히 앉을 용기도 못 냈다. 용케 시시티브이 사각지대를 찾아 우유박스를 세워놓고 잠시 걸터앉아 숨을 돌리곤 했다. 박씨와 함께 일한 직원은 하지정맥류에 걸려 그만뒀다. 박씨도 건강이 나빠져 석달 만에 그만뒀다. 두달 뒤에는 결핵 진단을 받았다.
ㅎ커피전문점을 그만둔 뒤 지난해 12월 서대문구에 있는 ㅋ커피전문점에서 한달간 일했다. 이곳은 좀 괜찮겠지 싶었지만 한달 만에 ‘괘씸죄’에 걸려 해고당했다. 하루는 몸이 아파 휴가를 내고 다음날 출근을 했더니, 사장과 사장 엄마가 자신이 오는지 안 오는지를 두고 10만원 내기를 했다고 한다. 사장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형진이 왔으니 10만원 내라”며 좋아하자, 사장 엄마는 박씨에게 “시시티브이에 얼굴 갖다대 보라”고 시켰다. 하라는 대로 얼굴을 쑥 내밀었더니 사장과 사장 엄마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박씨는 자신을 유희거리로 갖고 논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했고, 그런 푸념을 인터넷에 올렸다. 얼마 뒤 사장이 그 글을 발견했고, “우리 카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다음날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박씨는 그 뒤 강남 지역으로 옮겨 일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 일도 그만두려고 한다. “손님한테는 최고의 서비스와 친절, 온갖 여유로운 이미지로 홍보하지만, 거기에 혹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제 알았어요. 커피전문점 일은 더이상 안 할 거예요.” 이경미 기자
[email protected] --------------------------------------------------------------------------------------
손님이 남긴 빵을 먹어야 되고 팔에는 5cm나 되는 상처가 날 정도로 일은 위험한데 상처에 파스도 못 바르며 심야에는 욕설을 내뱉는 취객을 상대해야 되고 무려 2층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cctv 사각지대에서 거지처럼 잠깐 쉬는게 전부에 온 종일 서있으니 하지정맥류에 결핵까지 걸릴 정도. 거기에 사장은 알바를 유희거리로 삼기 일쑤에 수틀리면 괘씸죄로 해고
디스커버리는 deadliest catch말고 deadliest coffee 기획해서 방영해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