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오징어입니다.
두달 전 낯선 나라에서 만난 어린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의 개인 사정으로 너무 외롭고 힘들던 그때
아무말 없이 저를 안아주던,
그래서 한없이 위로받았던 사람입니다.
그 후 두달 간 아무 연락이 없다가
지진이 났다 하여 안부를 물었고, 어제 다시 만났습니다.
여행지에서의 만남은 뽕발이 있기 땜에
그저 그런 사람일수도 있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정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나이 먹고 주책입니다 참.
20대 중반의 그녀는 정말로 깨끗합니다.
꿈이 무어냐 묻자 ‘착하게 사는 것’ 이랍니다.
저는 그런 꿈을 근간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어머니가 많이 아프다, 고백했더니 알고 있었는데,
내가 감히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
섣불리 위로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중간이라도 가려고 침묵을 지켰다고 합니다.
세상에... 난 아직도 철없는 철부지인데.
그렇게 맑고 순수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산장미팅의 임성언을 닮았는데
누군지는 알 지도 못합니다.
그러니까 친구는 나이가 어립니다.
제가 언감생심 다른 생각도 못할 만큼 차이가 납니다.
물론 허용 가능한 범위인 것은 맞습니다만..^^
저는 그간 연상을 주로 만났더지라 그 차이가 어마하게 느낍니다.
그 친구는 아주 먼 곳에 삽니다.
앞으로 2년 간 더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과메기를 먹으러 오랍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참 오랜만입니다.
콩깍지 없이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다만 콩깍지가 없어서, 나이와 거리가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거기에 내 어머니, 직장, 이런 나의 조건들이 되려 어렵습니다. 정작 상대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조차 않는데도 말이지요.
다시 보고 싶네요.
평친’ 이라는 말을 그녀가 남겼습니다
평생 친구를 만들어 평생 함께 하고 싶다고.
나의 평생 친구가 그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참 말도 예쁘게 합니다.
앞 뒤 안 가리고 ‘들이대기에는’
제가 너무 나이가 든 모양입니다.
괜시리 기차표 어플을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낭만, 그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