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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막힌 소세지와 시원한 맥주한잔의 점심)
보석처럼 아름다웠던 란스버그! 잠깐의 휴식과 추억을 뒤로 한 채 묶기로 했던 마을 ‘바드’로 향한다. 30km 남짓한 거리니 세 시간 정도면 가볍게 도착할 수 있을 듯하다. 점심도 든든히 먹었겠다, 마트에 들러 물과 요거트 하나를 사들고 나와 가방에 쟁여둔다. 사실 여행이 길어질수록 비상식량에 대한 욕심이 커진다. 자전거의 경로가 대부분 시골 길이다 보니 갑자기 당이 떨어지거나 목이 마를 때 마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여유가 있을 때 이렇게 든든히 챙겨놓고 여정을 나선다.
안장에 올라 엉덩이를 반만 걸친 채 구글 맵을 켠다. 자전거 여행에 꼭 필요한 ‘내비게이션’이다. 구글 맵의 위대함은 하루 반나절을 이야기해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전 세계 지도를 꼼꼼히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있는 지역의 작은 골목까지도 담겨있다.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gps만 작동되면 내가 가는 방향과 위치가 표시된다. 심지어 데이터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미리 와이파이가 잡히는 숙소에서 몇 번 확대만 해주면 스마트 기기 저장소에 자동으로 저장되어, 그 후부턴 데이터를 사용할 필요 없다. 때문에 해외에서 사용할 경우, 비행기 모드로 놓고 사용하면 배터리의 소모량도 적다. 이 얼마나 천사 같은 어플인가.
구글맵을 통해 란스버그-바드 구간의 길을 살핀다. 누가 뭐래도 노란 경로를 따라가는 게 가장 최단거리일 듯 싶다. 큰 길이 나있는 게 느낌이 좋다. 자전거 도로도 편안히 잘 나있을 것만 같은 느낌! 햇볕이 뜨겁게 쏟아지지만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오후 라이딩의 시작이다.
저 노란 도로를 타기 위해 큰 찻길에서의 라이딩을 시작했다. 표지판에 목적지인 BAD가 큼지막하게 쓰여있다. 하하 참으로 고맙고, 간편하여라. 목적지가 대문짝만 하게 쓰여있으니 이제 죽어라 밟기만 하면 될 일이다. 비교적 쉽게 찾은 길에 기분이 좋다. 덩달아 페달이 돌아가는 속도도 빨라진다.
노란 도로에 들어선 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차들이 너무 빠르다. 이정표도 꽤나 복잡하게 나와 있다. 차들이 지나가며 생긴 바람에 자전거가 휘청 휘청댄다. 뭔가 예감이 좋지 않다. 차를 몰고 가는 운전자들이 나를 보고 고개를 졌는다. 그 빠른 순간에도 그들의 고갯짓이 보였다. 그렇게 몇 대의 차들이 태풍을 몰고 가듯 나를 지나친다. 그 와중 어떤 운전자가 나를 바라보며 팔로 X자를 크게 그린다. 두 팔을 겹쳐 X를 만들며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아뿔싸, 이제야 깨닫는다. 여긴 고속도로구나!!
그랬다, 나는 아우토반 위에 있었다. 말로만 듣던 광란의 도로 아우토반을 자전거로 질주하는 미친 아시안이 되었던 것이다. 순간 강변북로 위에서 라이딩 했던 한국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이건 장난이 아니라 정말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자전거를 들고 초인적인 힘으로 도로 옆 풀밭을 뛰기 시작했다. 저 도로를 자전거로 되돌아가다간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움푹 움푹 패이는 들판에 발이 빠지면서도 그저 발걸음을 옮긴다. 살려고...
(지나던 길 보이던 평화로운 양떼들..난 죽다 살아났는데..)
간신히 고속도로를 빠져나오자 헛웃음이 친다. 참나, 별일을 다 한다. 온몸을 꽁꽁 싸매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아시안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저 노란 도로가 고속도로란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참으로 멍청하고 우둔하다. 살면서 한 번도 길치이거나, 센스가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사실 그랬나 보다. 잠깐의 위협이지만, 쫄깃해진 심장이 웃음 가득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 자신은 길 찾는데 도사라고, 지도 하나만 있으면 세상 무서울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고한다.
그래도 한 번 더 돌다리를 두드려보자.
세상의 표현방식은 다양하고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언제나 여러분의 안전한 여행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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