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인씨는 해외출장이 잦은 편이었다.
이번에는 중동 어느 국가로 해외출장을 나가게 되었다.
빈부의 차이가 아주 심한 지역이라 외국인들은 늘 경계심을 팽팽하게 세워야만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출장지에 한국어가 꽤나 능숙한 칼리드라는 직원이 있어서 자인씨는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살람 알레이꿈('당신에게 평화를' 이라는 뜻의 인사). 자인, 오늘도 무척 수고한다.」
회사업무로 이리저리 자주 만나는 동안 둘은 의기투합하여 친구가 되었다.
「살람. 자인 여기 온 것이 언제?」
「살람. 아마 반년정도 됐을 거야」
「쳐음 너를 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되었다.」
「와 대단한데 칼리드. 그런 한국말 표현까지 알고 있다니.」
「자인. 내가 죠금 천재. 하하하.」
그리고 이곳에서 근무가 끝나는 마지막 날.
「살람. 자인의 일은 오늘 끝?」
「살람. 응 그렇지.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칼리드.」
「모든 것은 알라의 뜻. 그리고 자인이 잘했기 때문.」
「아무튼 고마워.」
「오늘은 함께 마시러 간다!」
그렇게 해서 자인과 칼리드는 일을 마친 후에 술을 마시러 갔다.
원래 이 나라에선 술이나 도박, 매춘 등등이 금기였지만 칼리드는 몰래 술을 파는 곳을 알고 있었다.
둘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장 골목에서 자꾸만 자꾸만 깊이 들어갔다.
인적이 조금씩 드물어지고 이상한 분위기의 가게들이 나타났다.
가게 앞을 지키고 있는 장정들의 눈빛이 차가운 것이 칼리드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한국인 혼자서 오지 못할만한 위험지역이었다.
그러다 칼리드가 이끄는 데로 어느 가게에 들어가서 술을 마셨다.
몰래 마시는 술이라 그런건지 원래 이 나라의 술이 맛있는건지 자인과 칼리드는 기분 좋게 취해버렸다.
그렇게 마시는 도중에 방안으로 풍채 좋은 남자가 들어왔다.
아주 고급스러운 복장을 하고 있는걸 봐서 아랍의 부자상인으로 보였다.
그는 칼리드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자인에게도 말을 걸어왔다.
계속 웃는 얼굴이었는데 거의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꽤 재미난 물건을 팔고 싶다.' 라며 권하는 것 같았다.
칼리드는 웃는 얼굴로 완곡하게 그 남자의 권유를 거절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남자에게 보이지 않게 작게 메모를 써서 자인에게 몰래 건네주었다.
자인은 화장실에 가는 척 하며 메모를 보았다. 한글로 삐뚤빼뚤하게【자 인 살 람 사 저】라고 써 있었다.
(칼리드 녀석. 저 사람이 파는 뭔가를 사달라는 건가? 뭐야 이거?)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자리로 돌아오다가 문득 벽에 쓰여진 글자들을 보았다.
자인은 깜짝 놀랐다. 이 나라에서 문자 읽는 방식은……
자인은 급한 볼일이 생각났다며 부자 상인에게 이별을 고하고 칼리드와 함께 도망쳤다.
안전한 곳까지 와서 칼리드는 웃으며 말했다.
「자인. 위험이었다! 그 사람은 과격파로 외부인을 몰래 데리고 가서 죽인다는 소문이 있다. 아마도 소문은 진실. 알라의 가호가 있어서 살았다!」
「고마워, 칼리드. 알라의 가호가 있기를!」
※ 덧붙임
일본 원문에선
たしろこんにちは - 타시로 콘니치와(하) - 타시로 안녕하세요
はちにんころした - 하치닌 코로시타 - 8명 죽였어
였지만 한글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그냥 한국식으로 바꿨습니다.
쓰고 보니까 너무 억지같네요;;;
출처 - Feel My Violet Bl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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