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서 이름난 대학에 다니고 있는 김xx 이다.
서울에서 그 대학다닌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걔가 고1때부터 교과서만 붙들고 미친척 어지간히 했겠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다.
원래 나도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좀 논다 하는 축에 속했고, 그런 애들이 으레 정석적으로 거치는 담배/술 그것도 여러번 했었다. 아니 담배없이는 못 산다 라고 할 정도로 담배를 많이 피웠다.
야자빠지고 술마시고 담배피고 그런만큼 내 성적은 아래로 곤두박질 쳤고, 담임선생님마저 나를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게 나는 고 3이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삶에 회의가 들기 시작한것이다. '이렇게 살면 인간쓰레기가 되는게 아닐까' '집에서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시는데...' '고3 담임도 나 보자마자 개무시하고 다니는데 자존심 상하지도 않냐' 이런 느낌이 계속 내 머릿속을 때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고3 학기초부터 나는 오랫동안 어울려다닌 그 불량한 애들과 연락을 끊고, 미친듯이 공부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새벽5시에 일어나서 학교가기전까지 공부하고, 학교에서도 공부만하다가 집에돌아와서 새벽2시까지 공부를 하고...간혹 작년에 어울려다니던 불량한 그놈들이 내 공부를 방해하였기에 나는 쉬는시간에는 가끔 학교 뒷뜰에 숨어서 공부를 하기도했다. 애초부터 머리가 꼴통이어서 공부하는데 엄청나게 어려움도 겪었지만, 다행히 고3때 만난 친구가(편의상 S라고 하겠다) 공부를 몹시 잘했기에, 걔가 나의 이것저것을 많이 도와주었고, 나도 그 아이가 가르쳐주는것은 잊지않으려고 애를써댔다. S랑 매우친해진 덕분에, 나는 고3때는 S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매우 많아졌다. 주말에 같이 공원에 농구하러가기도 하고, 아니면 같이 도서관에서 밤늦게 까지 공부를 같이 한 적도 많았다.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이 지금 서울의 xx대학 학생증을 가지고 주위 사람들의 약간의 부러움을 받으면서 학창생활을 누리고 있는 나 아니겠나.
남중 남고를 스트레이트로 졸업하다보니 지금 이곳은 꽃밭이 그지없다.
xx대학교 xx대학 xx학과 김xx
캬~! 학생증 보는것만으로도 합격당시의 쾌감이 전해져오는것 같다.
게다가 고3때 만난 공부잘하는 그녀석(S)도 나랑 같은대학 같은학과에 들어왔기때문에 대학교 새내기 생활동안 그 애랑 더욱더 친해질 수 있었다.
대학교 생활의 설레임이 얼마 가시지 않았을때, 우리과는 여름에 MT를 가게 되었다.
뭐 강원도 어디 산장이라는데...아직 펜션 몇동이 완공 덜되었긴 하지만 펜션주인이 가격을 몹시 싸게 해주는 덕분에 그리로 가게 되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xx대학교 xx학과 1학년 새내기들은 강원도 산장으로 MT를 가게되었다.
MT기간동안 그저 우리가 한것이라고는 술먹고 놀고 술먹고 놀고...
이튿날 밤이 되었을때 술먹기가 조금 지겨워진 우리들은 펜션 거실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거실한가운데 우루루 둘러앉아있었다.
"심심한데 뭐 할거 없냐?"
"술먹자. 술"
"됐어, 이제 술 보기만 해도 지겨워"
"야, 원래 MT오면 술만먹다 가는거야"
"야 그러지 말고 지금 여름밤이고 하니 무서운 이야기해보는게 어때?"
"좋다!"
"찬성!"
"좋아, 그럼 누가 먼저 이야기할래?"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분위기가 다시 썰렁해질 무렵 무언가 내 머리를 번득하며 스쳐지나갔다. 아이디어!
나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아이들한테 이야기했다.
"내가 먼저 이야기할게"
"오~ 원래 첫타자가 제일 부담스러운거 알고있지? 재미없어도 좋으니까 등골빼먹을 정도로 오싹한거 부탁해~"
"맡겨만 둬. 이거 작년에 우리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거든. S야 너도 들어봐서 알거다"
"글쎄, 작년에 우리 고등학교에서 뭔 일 있었어? 난 잘 모르겠는데"
"에이~ 야 김xx 초반부터 이렇게 신빙성 없게 나가기냐"
"좀 조용해봐. 아무튼 진짜로 우리학교에서 있었던 일이야. 모든 고등학교에도 그렇듯이, 우리고등학교에도 전교2등과 전교1등이 있었어. 그런데 전교2등이 자존심이 무척 강했던 아이였대. 그래서 자기가 항상 전교1등에게 밀리는걸 참을 수가 없었어. 전교2등은 전교1등을 꺾기 위해서 무슨짓이든지 다 했데. 자기가 전교1등보다 공부를 더 해보기도 하고, 유명교사에게 과외도 받아봐도 소용이 없는거야. 그래서 치사한 방법을 쓰기로 했지"
"치사한 방법이라니?"
"전교2등이 전교1등을 공부못하게 할려고 쉬는시간이랑 야자시간 내내 전교2등의 친구들을 시켜서 전교1등이랑 같이 놀게 했데. 전교1등이랑 친한 애들만 골라서 그래서 전교1등이 쉬는시간에 매점만 가고, 점심시간에 나가서 농구하고 공부안할때 전교2등은 기회다 싶어서 그때 공부를 막 했데. 그리고 나서 모의고사를 쳤지. 그런데 전교2등이 또 전교1등한테 졌어. 전교2등은 참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마침 모의고사라고는 수능 바로 직전에 치는 사설 모의고사 하나밖에 없었대. 전교2등은 이걸 목표로 두고 전교1등을 꺾기 위해서 노력했어. 집에가는것도 전교1등이 집에가고 난 뒤 1시간 더 공부하다 가고, 집에서 자는것도 전교1등이 불을끄고 자면 1시간 또 더 공부했어. 마침 전교2등이랑 전교1등은 같은 아파트 맞은편 동에 살고 있었거든. 그래서 전교2등은 전교1등이 불끄고 자는걸 쉽게 볼 수 있었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 모의고사를 쳤어. 그런데 전교2등은 전교1등보다 더 공부했는데도, 전교1등에게 졌어. 그것도 더 큰 점수차이로. 분을 이기지 못한 전교2등은 그 날밤 학교에서 자살했데."
"끝이야?"
"응. 끝이야."
"야 얘기가 뭐 그러냐. 너네 학교에서 실화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사람하나가 자살했데. 이러고는 끝이냐. 솔직히 자살하고 나서 그 귀신이 학교를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는 다른학교에도 많아."
"진짜라니까 진짜 작년에 자살했어. S야 너도 자살사건 이야기는 들었지?"
"아~ 자살한 학생 있다는거? 나도 들었어. 그것뿐이야? 나 그 자살한 아이가 떨어져 죽는것도 봤어."
"그치? 그치? 실제로 있었다니까"
"이야 근데 김xx 너보다 S가 더 무섭다 야. 자살한 아이가 떨어져 죽는것도 봤다니."
이후 S가 웃으면서 한 이야기에 나랑 친구들은 모두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S가 말한것은 단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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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져 줄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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