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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38368
    작성자 : 뿡분
    추천 : 22
    조회수 : 4419
    IP : 112.146.***.64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2/11/02 16:59:21
    http://todayhumor.com/?panic_38368 모바일
    소설] 돼지 소년 2

     

     

    <1편>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panic&no=38343&page=2&keyfield=&keywor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38343&member_kind=

     

     

     

    <2>

     

     교사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는 너무나 쉬웠다. 모두 소년을 포기한 부모 덕분이었다.

     철저한 무관심 속에, 소년은 새로운 가정을 찾기 위한 절차를 밟아갔다.

     상담 차 방문한 소년의 집에서, 엄마 치마폭에 안겨서 눈만 빼꼼 내민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를 보았다. 동그랗게 반짝이는 여자아이의 눈을 보며 교사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그녀에게도 오빠가 있었다. 그녀의 부모는 장남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쳤다. 그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집과, 땅을 팔았고, 부모의 관심이 집중될수록 장남은 비뚤어지기만 했다. 그녀는 고등학생때부터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고, 월급이 나오면 그마저도 오빠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녀의 눈에 오빠는 가족이 아니었다.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늘, 악마처럼 보였다. 꿈속에서 악마로 변한 오빠한테 밤새 쫓기며 시달리다가 잠에서 깨어나면, 악몽에서보다 더 끔찍한 오빠의 얼굴과 마주쳐야만 했다.

    사춘기가 올 무렵부터, 그녀는 매일 소원을 빌었다.

    저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주세요.

    친구들 부모님처럼 나를 해주는 부모님 곁으로...

    하지만 세상에 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 곁에는 오지 않았다.

    결국 혼자 힘으로 일어서야만 했다. 수능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오빠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몰래 훔친 아빠의 차를 타고 나갔던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무면허인데다가 음주운전이었다.

     

     "선생님 말씀은, 우리가 나쁜 가족이라는 건가요?"

     

     소년의 어머니가 고상한 말투로 되물었다.

     "그런 뜻이 아니고요...."하며 교사는 움찔했지만, 그녀의 미소는 어색하게 굳어 있었다.

     

     "아직 미혼이시죠?"

     "네."

     "선생님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보시면 알거예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는 걸...

     천사같던 아이들이 자라는 건 순식간이에요. 이 조그마한 몸에 자아가 생기는 거예요."

     

     소년의 어머니가 딸을 꽉 끌어안으면서 교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등 위에 걸려있는 커다란 액자 속에는 단란한 모습의 가족사진이 찍혀 있었다. 어머니는 지금보다 좀더 젊고 아름다웠고, 남매는 지금보다 어린 모습이었다. 아빠의 허리에밖에 못오는 작은 딸을 뒤에서 끌어안고 아내의 어깨에 손을 올린 아버지의 모습은 더없이 인자해보였고, 그 옆에서 앉아서 웃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현모양처처럼 보였다. 두 사람을 닮은 딸은 뺨을 복숭아빛으로 물들이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것만 봐서는 완벽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몇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있는 소년이 있었다. 그쪽에만 비구름이 낀 것처럼, 소년의 얼굴은 긴 머리칼로 가려져 있었고 그 머리칼 안에서 우중충하게 빛나고 있는 눈동자는 초점없이 텅 비어있었다.

     

     "완벽한 부모가 없는 것처럼 완벽한 자식은 없어요. 저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답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의 말씀이 옳아요. 제 아들이긴 하지만 저에겐 버거워요. 그 아이한테 맞는 부모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테죠."

     "그렇다면....그애를 그냥 포기하시겠단 건가요?"

     "내년이면, 또 그후년이면...무서운 속도로 자랄테죠. 그때까지 그애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포기하시겠단 거군요."

     

     소년의 어머니는 부정하지 않았다.

     집에서 나와서 넓은 정원을 걸어가는 동안에 교사는 울고 싶었다. 그녀는 넘실넘실 흘러서 넘치려고 하는 눈물을 다스리기 위해서 잠깐 멈춰야했다.

     눈물 때문에 뿌옇던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뒤뜰로 이어지는 곳에 어린아이 키만한 울타리가 주욱 늘어서 있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울타리를 따라 걸어갔다.

     그곳에는 축사가 있었다. 큰 규모는 아니었고, 차 한대가 드나들 정도의 크기였다. 교사는 호기심에 그 안을 기웃거렸다. 동물들을 키운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키우지 않는지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다. 하지만 이곳을 만드는데 얼마나 정성들이고 아꼈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마다 화환이 걸려 있었고, 귀여운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병아리, 강아지, 아기 돼지...

     동물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단지 오리 한마리만 남아, 물그릇에 부리를 파묻고 물을 튀기고 있었다. 오리는 자기를 닮은 노란 병아리 그림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빙글 돌아서서 멀찌감치 가버렸다.

     

     "그건 병아리가 아니라 오리에요."

     

     어느새 나타난 소녀가 재잘재잘 떠들었다.

     

     "그래?"

     "아빠가 말을 키운다고 했는데...약속했거든요."

     "말은 키우기 쉬운 동물이 아니란다."

     "그치만 오빠가 다른집으로 이사가면 꼭 사준다고 했어요."

     "오빠가 갔으면 좋겠니?"

     "오빠는 엄마 말을 안들어서 매일 혼나요. 엄마가 화내는 것도 싫긴 하지만...그래두 오빠가 나빠요."

     "왜? 엄마 속상하게 하니까?"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는 소녀의 반질반질한 머리통을 쓰다듬어 주었다.

     

     "오빠 잘못이 아니란다. 때론, 그냥 그렇게 되는 것들이 있어. 아마 엄마도..."

     

     그냥, 이유없이 미워하는 거란다.

     이 세상엔 이유없이 자식을 편애하는 부모들이 있단다. 어떤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 부터 사랑하고, 어떤 아이는 미워지게 되는 거야.

     그건 너희들 잘못이 아니고 그 사람들이 나빠서야. 네 부모님이 나빠서야, 내 부모님처럼...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마 엄마도 오빠를 사랑하고 계실거야."

     

     어린아이의 순진한 눈을 보며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지만 교사는 이 아이한테만은 진실을 말해주지 않기로 했다.

     오빠가 겪은 끔찍한 학대를 알 필요가 있을까.

     

     "나중에 말을 사게 되면 오빠랑 놀러오세요."

     "그래..."

     "꼭이에요."

     

     벌써부터 소년이 없는 집을 설계해가고 있는 이 가족은 악마인 걸까. 악마라고 하기에, 저들은 너무나 아름답게 생겼고 사랑스럽고 완벽한 가족같았다. 왜, 저 아이에게만 잔인한 걸까.

     교사는 차에 앉아서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소년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래 기다렸니? 지루하니까 따라오지 말래두."

     "선생님하고 살면 안돼요?"

     "응?"

     "선생님하고 살고싶어요. 선생님이 엄마처럼 저를 키워주시면 안돼요?"

     "그건....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제가 귀찮아요?"

     "아니야. 이렇게 잘생기고 씩씩한 왕자님을 왜 귀찮아하겠어."

     "그런데 왜 다른데로 보내려고 하세요?"

     

     소년의 시선이 두려워서 교사는 운전대를 잡으며 말을 돌렸다.

     이 소년이 가엽고, 구해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지만 부모가 된다니 상상도 안된다.

     내가 아이를 키운다니, 그것도 초등학생을...

     신호에 멈췄을 때 교사는 옆자리를 쳐다봤다. 소년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소방차 여러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불이 났나보네."

     "아무데도 갈데가 없으면...갈 곳이 없어지면 선생님 집에서 살 수 있나요?"

     "너한테 갈 곳이 필요하면 당연히 와도 돼.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정말, 정말로 좋은 분들이니까."

     

     또 한사람한테 버림받는 느낌이 들었던 걸까. 소년은 그 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창밖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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