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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aby_3836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7
    조회수 : 879
    IP : 121.172.***.14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10/06 23:34:38
    http://todayhumor.com/?baby_3836 모바일
    혼자 아기 키우는 엄마의 주절거림 #4
     
     
     
     
     
     
     
      1.
      빌라 진입로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들리는 환청. 먼 거리에서도 들리지만 그때는 무시할 수 있다. 아무리 크다 해도 들리지 않을 거리니까. 문제는 빌라 입구에서부터다. 가뜩이나 힘든 다리와 허리로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마음만 급할 뿐, 빨리 옮기려 할수록 천근만근 힘들기만 해서 다리에 바퀴를 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며칠 전에는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집 현관문을 두드리며 사람 찾는 소리에 "잠깐만요!"를 외치며 집까지 뛰어갔던 일이 있다. 물론 우리집을 두드렸다면 들리지 않았을 소리였는데.
     
      아기를 재워놓고 부리나케 일을 보고 돌아오는 시간은 20분 정도인데, 그 사이 깰까봐, 깨서 혼자 남겨진 두려움에 떨까봐 20분 내내 초긴장 상태로 최대한 빨리 걸으며 돌아와도 빌라 진입로에만 들어서면 어김 없이 들리는 아기 우는 소리에 죄 지은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2.
      며칠 전, 애기 2차 접종을 마치고 외식을 하려다 서방과 싸우고 말았다. 혼자 묵묵히 잘 해내고 있다고, 별다른 힘든 점은 없다고 생각해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지 서방이 잘못한 일도 아니고, 잘못 했다더라도 별 일 아니라 그냥 지나칠 일도 기분이 상하게 되곤 한다.
      한 달 동안 집에 안 오겠다더니 내가 아프다 하니 부리나케 먹을 것들을 바리바리 사들고 와서 이틀 동안이나 나 대신 애기 돌보랴 나 걱정하랴 힘들게 일하고 쉬지도 못한 서방은 지금 자기가 머리 아프다며 누워 있다.
     
      둥이 엄마에게 서방과 싸워서 무기력해진다는 얘기를 했더니 육아 스트레스로 쌓인 것들을 쏟아내는 걸 보니 서방을 많이 믿고 의지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맞는 말인 듯하다. 내가 화 내고 신경질 내는 사람은 딱 두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엄마와 서방.
      다른 사람들에게는 타인이기에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화를 낼 일도 신경질을 낼 필요도 없다. 다만 화를 내야 할 상황에서는 세 번까지만 참고 이후로는 절연해버리니까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나는 어쩌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아닌가 많이 반성해야겠다.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상처주는 말도 많이 하고, 서방에게 역시 애교는 어쩌다 한 번 하지만 날카로운 소리는 훨씬 자주 하니까. 이제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사람들, 특히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더 잘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다스려야겠다.
     
      [그렇다면 내 스트레스는 역시나 곰돌이 인형에게 풀어야 하는 것인가? 누군가 이명박 인형을 추천해줬지만 그건 보기만 해도 소름 끼쳐서 어으으으으~]
     
     
     
     
      3.
      나도 참 모질이라는 사실을 또 깨닫게 된 계기가 있다.
     
      지금 네 또래면 이렇게 먹고 이렇게 해야 하는데 우리 애기가 좀 느리네, 걱정은 살짝 되지만 그래도 잘 하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지금 쯤이면 200씩 먹어야 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다른 애기들은 다 뒤집을 때라는데 이제서야 겨우 어깨만 모로 누울 수 있니...
      그래도 이름 부르면 돌아보기는 하네...
      소리에는 민감해서 새로운 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고개 돌리기는 하네...  
      키는 작은데 몸무게는 몇 달이나 앞섰네...
     
      뭐 이런 부질 없는 생각과 은근한 걱정을 했더랬는데 아이 성장발달을 잘못 헤아리고 있었다. 0개월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태어난 달부터 1개월로 쳤으니... 만 3개월인 아기에게 만 4개월 짜리의 성장발달을 보면서 '우리 애기는 좀 느리네'하고 있었으니 모질이도 이런 모질이 엄마가 없으리라.
     
       덕분에 맘마만 많이 먹여 피둥피둥 도야지가 됐는데, 그래도 내 눈에는 이쁘다.
     
     
     
     
     
      4.
      서방은 아기가 울면서도 크는 것이라며 아기를 가끔 울게 내버려 두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아기가 울면 스트레스 때문에 뇌 발달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정서적으로도 안 좋다고 하는 얘기보다 내가 더 크게 생각하는 울리지 않으려는 이유는 이렇다.
     
      아기가 살아가면서 연애도 하고, 실연도 당하고, 좌절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여러 일들 때문에 앞으로 울 일이 얼마나 많을 텐데 엄마 아빠가 보살펴주는 지금만이라도 웃음만 알게 해줘도 모자르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 아기가 앞으로 크면서 겪게 될 실연이나 좌절이나 내적 갈등이나 등등을 생각하니 갑자기 나까지 눈물이 고인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췡.
     
     
     
     
     
      5.
      옷이 날개라더니 선머슴아 같던 우리 애기도 선물 받은 로코코 원피스를 입으니 천상 여자애기 같다. 물론 쩍벌하고 앉는 자세나, 손으로 치마를 잡고 셀프 아이스께끼를 하는 모습은 여전히 선머슴아 같지만 말이다.
     
     
     
     
      6.
      이제 슬슬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는가 싶었는데 만 4개월 차니까 한 달 미루기로 했다. 일찍 이유식을 시작하면 비만이 될 확률도 높다지만 아기가 아직 먹는 음식에 관심을 안 보이기도 하거니와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두렵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참 별 것 아닌 일인데 아기에게 이유식 먹이기가 두렵다. 왜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일이 두려운가에 대해 생각해 보니 신경 쓸 일이 훨씬 더 많아지고 이것저것 옵션으로 이유식에 쓰이는 재료들 구하기와 이유식기 구하기, 아기와의 이유식 먹이기 전쟁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듯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두려워 하거나 겁을 내는 편이다. 어떤 일이 있으면 상, 중, 하로 나눈 다음 상-상, 중, 하, 중-상, 중, 하, 하- 상, 중, 하로 나눠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데 나는 대부분 하-하로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겁을 내거나 두려워 하다 막상 닥치면 그 정도로 힘들거나 어렵지 않아 의외로 수월하게 일을 해치우거나 넘기곤 했던 습관 때문인 듯하다.
     
      애기가 자라고 있음을 안 뒤부터 한 달여를 무척이나 고민하다 낳기로 결심하면서부터는 별 스트레스도 안 받았고 태어난 순간부터 이 주 동안 아기와 새롭게 자리잡은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뿐이다.
      이제 한 달여를 고민하고 머리 쓰고 자잘한 일들의 동선과 재료 다듬기, 소분하기, 이유식기 소독하기, 먹이기, 안 먹을 때 아기가 재밌게 먹을 수 있거나 깜짝 속여서 먹이기 등에 대해 생각하고 몇 번이나 맵을 다시 짜다보면 이유식을 먹이게 될 테고 그때부터는 그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리라. 
     
     
     
     
      7.
      앙드레 가뇽의 '조용한 나날'을 듣고 싶은 밤이다.
     
      잠시 후 아기가 깨면 수유를 한 뒤 나도 함께 아기와 잠들어야겠다.
      아기와 함께 꿈동산은 갈 수 없더라도 다행인 점은 이제 더 이상 꿈동산에서 공갈이 좀 씹던 언니 아가들에게 해꼬지 당하지를 않는지 잠꼬대로 웃는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네게 제일 서러울 때는 배가 고플 때겠지만
      어른들도 배 고플 때가 제일 서럽단다.
     
      물론 마음과 가슴이 고플 때는 아무리 먹어도 서러움이 가시지 않지만 너는 아직 그런 것까지는 몰라도 되니까 코코낸내하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도 말랑말랑 따스해져서 내일은 조금이라도 더 눈물처럼 따뜻하고 둥근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엄마도,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빠와 자식들 역시 고래보다 깊고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잠들 수 있기를,
     
     
     
     
     
     
     
     
     
     
    알수없다,의 꼬릿말입니다
    사+람 = 삶

    삶은 그저 사람이 생을 산다는 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과연 사람일까. 길 위에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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