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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여행지가 있다. 나라마다, 국가마다, 심지어는 도시마다도 뛰어난 관광 루트가 있다. 호주엔 그레이트 오션 로드라는 멋들어진 해안도로가 있고, 남아아프리카 공화국엔 가든 루트란 이름의 여행코스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 올레길이라는 매력적인 하이킹 코스가 있다. 대부분의 코스는 자연 경관의 수려함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까지 담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데 코스를 도저히 짜기 어렵다면, 이러한 코스를 따라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테마 여행이 된다. 지금부터 소개할 곳이 바로 독일의 그 유명한 ‘로맨틱 가도’다. 이야기와 역사가 담긴 마을들을 따르는 여행길로는 이 로맨틱 가도만큼 유명한 곳이 없을 듯 싶다.
로맨틱 가도는 프랑크푸르트 남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에 있는 뷔르츠부르크에서 시작한다. 그 끝은 알프스의 산기슭에 자리 잡은 도시 퓌센. 위 사진의 멋들어진 노이반 슈타인성을 마지막으로 로맨틱 가도는 끝이 난다. 구자철 선수가 속해있었던 아우크스부르크를 지나 퓌센에 도착하면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이어진다.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나 로맨틱 가도를 따라 란스버그로 이동했을 때다. 한없이 아름다운 로맨틱 가도에서 신나게 페달을 밟는다. 우거진 숲과 시원한 바람. 도로 옆에 나란히 흐르는 레흐강.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면, 단연 이 꿈같은 풍경 속에서 페달을 밟을 때다. 간간이 존재하는 ‘독수리 주의’표시가 괜히 몸을 경직시키지만 괜찮다. 즐겁다.
란스버그는 꽤 작은 시골 동네다.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의 풍경이 마음에 든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작은 계단식 보가 너무나 아름답다. 부서지는 물이 햇빛을 쪼개며 눈부신 아름다움을 만든다. 세상에, 이런 보물 같은 곳이 숨겨져 있었다니. 이 곳에 들리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을까. 아름다움을 보며 아찔함이 드는 건, 지금의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기 때문이겠지.
사실 로맨틱 가도를 따라 라이딩을 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 뮌헨-아우크스부르크 이동 중 만난 한 아주머니의 열열한(?) 추천에 갑작스레 들린 루트였다. 당시 조금 복잡한 마을 길 때문에 길을 확인하고자 마을 한 켠 비치된 큰 지도를 보며 서 있었다. 한 없이 뜨거운 날씨에 온몸을 꽁꽁 싸맨 여행자의 표정을 읽은 것일까,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아주머니가 끼이익 자전거를 세우시더니 역주행을 하시며 다가온다.
아주머니 : 혹시 도움이 필요하세요~?
나 : 앗 감사합니다~ 아우크스부르크까지 가고 싶은데 앞쪽에 길이 막혀있네요, 지도엔 뚫려 있다고 나오는데...
아주머니 : 이 길이 공사 중이라 쭉 돌아가셔야 해요, 저 따라오세요~ 제가 앞에서 안내해 드릴게요.
우리는 그렇게 함께 라이딩을 하기 시작했다. 앞서 가는 아주머니의 수신호를 받으며 가던 그 길이 왜 그리 행복했을까. 아주머니의 따뜻한 친절 때문일까, 누군가와 함께 라이딩을 하고 있다는 즐거움 때문일까. 아주머니의 인도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감사함을 전하고 떠나려는 찰나 아주머니께서 여쭙는다.
아주머니 : 혹시 아우크스부르크 다음에 정해진 루트가 있어요~?
나 : 아니요~ 좋은 곳 좀 알려주세요~~ 어디에 가보면 좋을까요~?
아주머니 : 란스버그라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 있어요. 일반 관광객은 잘 모르니까 꼭 가보세요.
하며 직접 루트를 적어 주신다. 로컬의 보물 같은 추천을 어찌 그냥 놓치리. 단번에 루트를 수정한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뭐 드릴게 없나 두리번 두리번하다, 챙겨놓은 십 원짜리를 아주머니께 건넨다. 한국의 동전이라며, 감사의 표시니 받아주시라 전하니 행운의 동전이냐고 되물으신다. 나도 모르게 나온 대답.
“네~ 행운의 동전이에요! 늘 행운이 가득하시길 빌어요~!!”
우리나라의 10원짜리가 ‘행운의 동전’이 된 순간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아무렴 어떠랴. 아무것도 아닌 10원짜리지만, 누군가에게 ‘행운의 표식’으로 여겨질 수 있다면 하얀 거짓말도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아주머니와 함께한 잠깐으로 보물 같은 란스버그의 풍경도, 따스한 독일의 친절도 얻는다.
일정이 촉박하지 않다면 즉흥적인 루트를 가져보자.
우연이 만드는 즐거움은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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