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오유 눈팅하면서
유머게시판에 유머x라고 올라오는 글에 대해 많은 질책이 있으셨다는 것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제 주변에서 이런 피싱을 당할뻔하고,
그 놀란마음 진정시키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보니 어딘가에서 한번이라도 읽으신다면
당할 확률이 줄지 않을까 싶어 제가 주로 들리는 커뮤니티들에 글 올립니다.
어머니가 오늘 오전 겪으신 일입니다.
그동안 피싱 전화가 집에 몇 통 오긴 했었는데,
그때는 그냥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대로 누가 맞고있는 소리를 낸다던지,
사고를 당해서 심하게 다쳤는데 병원비가 필요하냐는둥의 전화여서
어머니가 제게 바로 확인전화를 하시고 별 일 없이 그냥 넘어갔었어요.
근데 오늘 오전에 피싱 전화가 왔는데, 저도 경황없이 들어서 뒤죽박죽이겠지만 최대한 자세히 써볼게요.
오늘 오전에 어머니께서 집에서 마늘을 까고 계셨어요.
집안일이다보니 옷차림도 편안하게 화장같은건 당연히 하지 않으셨죠.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와서 받았더니
국민은행 서소문지점?이라고 하면서 지금 고객님 통장과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어떤 남자가 예금을 인출하러왔다고하더랍니다.
굉장히 다급한 목소리로요.고객님 본인이 아니신것같아서 전화드렸다고.
어머니께서 여기는 지방이라 서울이랑 거리가 멀다고했더니 어쩐지 그런것같더라면서 경찰에 어서 신고를 해야겠다고 하면서
간단한 신원조회를 부탁드렸답니다.
일단 어머니는 다급한 목소리와 신원조회를 요청하면서 나는 타자소리나 무슨 전산 띠띠하는 소리가 어깨넘어로 들리니
별다른 의심없이 간단한 정보만 알려주면서 전화를 계속하는데 행원이 어?어? 저 사람 나간다 어?어? 이러더니
그 남자가 경찰이 오기전에 나가버렸다고 하고 어머니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셨답니다.
그렇게 전화를 한지 5분여가 되서 경찰이 이제 왔다면서 갑자기 경찰을 바꾸어주더래요.
경찰이라고 칭한 자가 말한내용을 요약하면
'당신 명의로 통장이 만들어졌고,
국내외 여러곳에서 2000억이 넘는 금액들이 이 통장을 통해 불법 이체된 것이 확인되었다.
이미 수건의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이고 당신 외 공범 20명이 더 있을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쯤되니 어머니께서 겁이 나기 시작하신 겁니다. 누군가 명의 도용으로 대포통장을 만들었다는것을 제대로입증못할시엔
완전히 뒤집어쓸수 있는 사항이라고 누차 강조했다더군요.
그렇게 몇분을 통화하다가 자기가 설명해줄수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으니 이제 검사한테 연결을 시켜주더랍니다.
검사라고 칭한 자의 첫질문이,
'여러번 소환장을 보냈는데 어째서 출두하지 않았느냐' 였답니다. 2번이나 보냈다면서...
어머니는 그런걸 받은적이 없다고 하시니 무슨 부산시 소재의 주소를 부르더랍니다. 여기 아니냐면서...;
부산에는 산적도없는데;
그래서 어머니는 부산에 연고를 둔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니 그 사람이 대포통장 가능성이 높은것 같다고 말하더래요.
그러면서도 일단 핵심 용의선상에 올라있으니 다른 증거가 나오기전엔 구속영장발부되서 구치소에서 재판받아야한다고.
어머니가 법에 대해서 뭘 아시겠습니까...이때부터 어머니 머릿속에 하애지시더랍니다.
이 사기꾼새끼들이 이렇게 사람 혼을 다 빼놓고나서부터 하는 짓이,
무슨 공안검사?가 있다.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서 그 돈이 결국 어디로 가느냐를 알아내는 검사인데,..로 말을 시작해서
블라블라 알아듣지못하게 빠르게 막 설명을 하더랍니다.
결론은 지금 어머니가 소유하고 있는 통장에 들어있는 모든 돈을 이상한 개인계좌로 보내라고 하더랍니다.
그러면서도 이 일은 극비이니 주변 지인이나 가족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그랬다고.
어머니는 이때 당연히 알아차릴수있을정도였는데 왜 그때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나는지 모르겠다고...;
이제부턴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서 어머니가 검사라고 칭하는 그 사기꾼한테 제발 그 공안검사?좀 해주시라고...
억울하게 구치소가서 재판받을수는 없는 노릇아니냐고...이렇게 되면서 눈물이 막 나셨다네요.
아 쓰다보니 진짜 빡치네요 개객끼들...ㅠㅠ
그새끼들은 이제 신이 나서 전화를 절대 끊지말고 그대로 은행으로 가라고 하셨대요.
집에서 은행은 거리도 먼데 어머니 손이 떨리셔서 운전을 할수가없으셨답니다.
그래서 마늘까다 말고 편한 옷차림..말그대로 버선발 신은채로 은행까지 뛰어가셨답니다.
거기서 딱 어머니가 그동안 알뜰살뜰 모아오셨던 돈을 보내려고 비밀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아차! 하고 정신이 드시더랍니다.
그래도 겁이 나서 전화는 못끊다가 전화연결한채로 화장실을 간다고 말씀하시고는
폰을 은행원에게 빌려서 어머니가 아는 검사분께 그제서야 전화를 드려서 사실여부를 여쭈었답니다.
어머니가 그게 거짓인줄 알고서 집에 돌아오셨는데
한동안 가슴이 떨려서 숨도 제대로 못쉬셨다네요. 전재산 날릴뻔했다고...;
부디 이런경우 없으시길 바라면서 글 한번 썼습니다.
너무 길면 안읽으실것같아서 최대한 간추려서 썼습니다.
어머니같은 마음고생 안하셨으면 좋겠어요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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