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4일까지, 인터넷 신세계몰의 할인 판촉 행사가 있었습니다.
특정 신용카드사 회원을 대상으로, 무려 '전품목'을 20프로 할인해주는 흔치 않은 할인행사입니다.
내가 바로 그 신용카드를 사용합니다. 평소 구입을 미뤄왔던 가구를 주문할 기회였죠.
나는 신세계몰 사이트에 접속하여 원하는 가구 상품 페이지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상품 이름 앞에 요란한 색깔의 글씨체로 기분좋게 명기되어 있었습니다. 20프로 할인!
그러나 회원가입부터 카드결제화면에 이르기까지, 도통 그 20프로를 할인받을 방법이 없네요.
할인 판촉 행사 페이지에 들어가 행사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간단했죠. 특정카드사 회원에게는 전품목을 할인해준다.
구석에 수줍어보일만큼 작은 글씨가 부연하고 있었고. (단 일부품목 제외)
그러나 개별 상품 품목 앞에 '20프로 할인' 이라고 명기했다면 그것을 할인에서 제외할리는 없겠죠.
나는 전산상의 오류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다른 상품을 찾았습니다.
20프로 할인! 이라고 적힌 상품이 많았습니다. 전 품목이 할인되기 때문에.
그리고 그중 어떤 상품도 20프로 할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부품목이 할인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구입 의사가 없는 상품까지 닥치는 대로 확인해보았으나, 할인되는 상품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죠.
선별한 품목에 대해서만 할인을 적용하는 정책이야 판매업체의 당연한 선택권한이겠으나,
"20프로 할인"을 명시하여 고객을 유인한 상품까지 할인에서 제외하는 마케팅 방식은
도덕적으로 또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의하기 위해 신세계몰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질의 내용이 할인행사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상담원은 매우 익숙한 태도로
고객지원팀장이 한 모가 내게 따로 연락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고객 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까와는 다른 상담원이 같은 말로 대답했습니다. 고객지원팀장 한 모가 따로 연락할 것이다.
그러나 연락은 그날 내내 오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작은 전쟁을 벌였습니다.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어 한 모 팀장과 당장 연결해줄 것을 요구했죠.
그리고 선언했습니다. 연결해줄 때까지는 전화를 끊지 않겠다!
그러나 애초에 나는 이길 수 없었죠. 직업적인 거짓말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한 모가 따로 연락할 것이라는 상담원들의 답변은 한 모가 곧 연락할 것이다,
한 모가 지금 연락을 하려고 한다, 한 모가 지금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고 있으니
이 통화를 당장 끝내고 받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진화했습니다. 그러나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죠.
상담원들은 다음 볼 일을 처리하고 있었겠죠? 저는 간단히 따돌려진 겁니다.
30분 가까이 실갱이를 벌인 한 상담원은, 결국 한 모의 직통 내선번호를 실토하고
제 포획으로부터 풀려났습니다. 통화를 끝내고 그 직통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한 모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또 다른 상담원이었죠.
십여차례 상담원들과 번갈아 교전한 후 대단한 반전에 도달했습니다.
"한 모라는 직원은 신세계몰에 없습니다."
그렇게 항의를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채, 신세계몰의 할인행사는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행사가 종료한 다음 날인 7월 5일, 존재하지 않는다던 신세계몰 고객팀장
한 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는 먼저 전산상의 오류 혹은 수많은 상담원들의 일치된 실수로 내 질의 내용이 기록되지 않았음을
사과했고, 질의 내용이 기록되지 않아 연락할 수가 없었다면서 스스로를 면책시켰습니다.
뒤이어 할인행사에 대해 변론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할인행사는 "일부 제외된 전품목"에
대해 적용되므로 내가 구매하려했던 상품이 제외된 것일 뿐이라고.
물었습니다. 20프로 할인을 직접 명시한 품목마저 할인행사에서 제외해도 되는 겁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아무 문제될 게 없습니다. 일부 품목 제외니까요."
구린 냄새가 나더군요.
20프로 할인이 적용된 상품이 있기나 하냐고 물었죠.
팀장은 당연히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소비자보호원에 이 행사의 위법여부를 질의하려고 하는데,
이번 행사에서 할인이 적용되는 상품과 적용되지 않는 상품의 명단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팀장은 저녁까지 메일을 보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메일은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다시 팀장의 전화가 걸려왔죠.
마케팅팀이 할인이 적용되는 상품을 전산상으로 따로 추려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여
할인 상품 명단을 줄 수 없다는 겁니다.
뭐 아직까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이 많긴 합니다. 컴퓨터는 사랑을 할 수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고, 선거에 참여할 수 없죠.
그렇지만 기록된 명단을 정렬하는 건 최초의 컴퓨터인 애니악도 할 수 있었죠.
어이가 없어서 상품목록을 전산상으로 추려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대답한 마케팅 부서 직원을
연결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고객팀장은 그럴 순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대신 할인 적용 상품을 전부 추려내 제시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특정 품목이
할인 적용되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줄 수는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확신에 가까운 직감으로 물었습니다.
신세계몰의 수많은 물건 중 할인이 적용된 상품이 있다면 단 하나만이라도 알려달라고.
물론,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 인터넷 쇼핑을 하는 모든 분들께 말하려고 합니다.
신세계몰은 모든 물건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파는 쇼핑몰입니다. 명백하게요.
(일부 품목 제외)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