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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닥 배운 것도 노력한 것도 없어서 반듯한 데 취직해본 적이 없지만
잠깐이나마 나랏돈 지급받으며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평소 공자, 맹자, 예수, 퇴계 같은 분들을 존경하고 본받으려해서 그런지 몰라도
공직을 신성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남의 돈엔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는 게 양심에 맞는 거 같구
나랏돈은 남의 돈이면서 우리 모두의 돈이기에 더더욱 그렇더군요.
지인의 소개로 고문서 다루는 일을 잠깐 했었습니다.
별 거 아니고 너라면 충분하고도 남는다는 말에..
그런 일 해본 적도 없지만 좀 설명들어보니 내 실력이면 괜찮겠다 싶어서..
정말 별거 아닌 줄 알고 담당자랑 연락해 만나러 갔더니 정부기관..
차 한잔 마시면서 일 설명 들으러 간건데
그 날로 바로 지문키 만들고 일 시작 ㄷㄷ
지문키 만들러가면서 무슨 일인지 구체적으로 설명듣고는..
나 자신의 부족함에 발뺄 궁리했지만 분위기에 휘말려 결국 일하게 됐었습니다.
같이 일하게된 분들을 보면서 전문가 같고 많이 배우신 분들 같고..
는 개뿔.. 겪어보니 왠 무식한 칠푼이 관리자에 한문은 커녕 한자 실력도 어중간한 작업자..
와.. ㅅㅂ 나랏돈이 장난인 줄 아나..
오히려 저로선 일이 할 만 했습니다.
내 실력이 장난 아니더군요.. 스스로도 놀랬습니다.
말단 처지지만 저는 점점 이 일 저 일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남아 대물림될 중요한 나라의 문서라..
오류가 있어선 안된다..
나 하나는 물론 같이 일하는 누구라도 이 일을 가벼이 해선 안된다..
오죽하면 제가 주제 넘게 그랬겠습니까.
하도 개판이라서 ㅅㅂ
다들 나랏돈을 눈먼 돈 쯤으로 생각하는 것에 분노했지만
그 감정을 숨기고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가 진심 존경하는 공무원 중에 이순신 장군이라고 계시죠.
남쪽 바다 지키면서 비슷한 심정이었지 않았겠나 싶구요..
(죄송.. 난중일기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물론 감히 비교대상은 못되죠..)
백분의 일이라도 닮아보려고 노력하는 게 공직자의 기본 아닐까..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면 생계를 떠나 물러나는 게 맞고
어느 정도라면 부끄럽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려 노력하는 게 맞고
나랏일엔 정당한 명분과 사명감을 기준으로 한치도 어긋남이 없어야 하고..
건방진 소리 길게 썼지만..
그리고 다른 일에도 마찬가지여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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