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7월까지 골프장에서 캐디로 3년 조금 넘게 일하다 그만둔 여징어.. 입니다
정말 너무너무 힘이 들고 밥도 제때 챙겨먹지 못해 위궤양까지 왔지만 그래도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자며
새벽같이 일어나서 저를 스스로 달래고 달래며 일을 했지만
사람에게 질린다는 말이 어떤건지 뼈저리게 느끼고 .. 본업으로 돌아와서 회사를 다니지만 그것 나름대로 멘붕..
25살, 취업 준비를 하다가 너무너무 힘이들고 알바만으로는 더이상 서울에서 생활 할 수가 없어서(월세와 교통비를 제하면
남는 돈이 .. 흑..)
그래 이렇게 된 김에 돈을 많이 벌수 있는 일을 해보자!
하던 찰나에 원래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 따라 골프장 다니면서 라운딩 하면서
캐디언니들이 현금을 많이 번다는걸 알고 있었죠..
그래서 충북 충주로 갔습니다. 기숙사도 있고 밥도 삼시세끼 주니
기본적인 생활비는 적게들겠구나 .. 하며 한달 반 가량 교육을 받고
3년 넘게 일을 하며 겪은 멘붕썰들을 풀어보겠습니다
1. 이 글을 쓴 가장 큰 이유.. 요즘 멘붕게에 난리죠.. 나이많은 아저씨들의 추근덕..
사모님들 보다 사장님들을 대하는 날이 많고 내장하시는 이유도 참 다양하죠
접대, 친목, 취미생활 등등
정말 매너 좋으신 사장님들도 계시고 딸처럼 조카처럼 이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재미나게 편하게 일했지만
그중에도 진상은 있기 마련..
(아드님 소개시켜 주신다는 분들 참 많았지만 전화번호 한장 안남겨 가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하루는 첫홀에서 어떤 고객님께서 "언니 언니는 몇살이야?"
라고 하시길래 "아 저는 2n"살입니다 했더니
"결혼했어? 아님 남자친구 있어?"
라는 질문에 "아니요.. 좋은곳 있으면 소개좀 시켜주십시오.."라고 했더니
난 어때?
난어때?
난어때?
난..
ㄴ..
저는 그런거 농담으로 잘넘겨요
사장님 같으신 분을 만날수 있으면 좋겠네요
근데 우리엄마랑 나이차이가 얼마 안나면 엄마가 싫어하실텐데ㅜㅜ
했더니
"원래 여자는 20살정도 많은 남자를 만나야 안정적이고 잘살아"
.. 그때부터 18홀 내내(4시간 30분정도 소요됩니다)
언니 전화번호좀 알려줘
끝나고 또 일해?
끝나면 뭐해?
숙소앞에서 기다릴까?
........ 분위기를 망치면 제가 그날 일하기가 너무 힘이들어집니다ㅜㅜ
그래서 사장님 라운딩 끝나고 이야기합시다^^ 하고 좋게 넘겼는데
빽까지 다실어드리고선 다음 근무 나갈 준비를 하는데
경기과에서 콜이 옵니다 ..
갔더니 그 고객님께서 컴플레인을 걸고 가셨는데 내용인즉
술집여자도 아니고 캐디가 왜이렇게 살살 웃으며 사람을 꼬시냐
이래서 급떨어지고 캐디가 인식이 안좋은거다 ....
네..? 네고갱님...? 뭐라구여..?
이분이 가장 강력했구요 ..
뭐 끝나고 술한잔 하자 밥한끼 하자 같이 일하는 언니들 데려와라 우리랑 같이 놀자
하시는분들 정말 많았어요.
근데.. 저 .. 사장님들.. 큰딸이랑 저랑 나이 똑같다면서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장님 큰딸이 어디가서 그런말 듣고 다니면 기분 참 좋으시겠습니다!??!?!?!?!?!?!?!
2. 여왕님이신지 사모님이신지 고객님이신지..
여자분들을 모시는게 이렇게 힘든일인지 처음알았습니다.. 그것도 우리 엄마 연배의 사모님들..
정말 너무 힘이들어요..
뭐 한번은 채를 늦게 갖다 드렸더니(이건 제가 잘못한겁니다.. 플레이어의 경기 흐름을
캐디가 방해해선 절대 안되거든요)
물론 죄송하단 말과 함께 갔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난 너같은년이 기다리게 할 몸이 아니야. 그러니 앞으론 더 빠릿하게 행동해..
그 목소리 마저도 아직도 귀에서 맴도네요 ..ㅠㅠㅠㅠㅠㅠ
3. 너 똑바로 해 이년아.
남자 한분과 여자분 세분이 라운딩을 오셨죠.
첫홀에서 네분 다 두번씩 치시는 겁니다.
그런데 티업 간격은 앞뒤팀 7분 간격인데
두번씩 치시면 우리 뒷팀은 ...?
그리고 골프의 기본 룰은 앞팀을 놓쳐선 안되는 겁니다.
물론 티업 시간이 골프장 마다 다르고
앞팀이 어디쯤 있어야 한다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건 프로세계에서도 냉정한겁니다.
그래서 첫 홀에서 고객님께 조금 빠르게 플레이를 부탁드렸더니
니가 자꾸 재촉해서 내가 돈잃었다.(타당 5000원짜리 내기중이셨음.)
너 똑바로 해 이년아. 진짜 짜증나게 굴지마.
예전 같았으면 정말 기분이 상해서 표정관리가 안되었을텐데
그땐 일 좀 했다고
웃으면서 고객님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다음홀 부터는 열심히 할테니 기분 푸십시오.
이렇게 말을 하고 돌아서는데
정말 제 스스로 비참하고 소름이 돋더라구요..
나한테 이런모습이 있었나.. 하면서
그나마 같이 치시는 다른분들이
저한테 따로 언니 싹싹하고 예쁜데 쟤가 좀 예민해서 그래
너무 신경쓰지마
하셔서 기분 풀고 일했던 기억이........
이야기 하자면 너무 많은데 이렇게 쓸려니 막막하네요 .........
나중에 또 생각나면 쓸게요
주말이 끝났습니다.......................
그래도 이번주만 잘 버티면 3일 연휴가 있으니
오징어님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