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차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저도 한 마디 써볼까 합니다.
이런 케이스를 한번 생각해보죠.
내가 40대 먹은 아저씨입니다. 그런데 어느 모임에 갔다가 이제 고등학교 갓 졸업한 사람을 만났어요. 한두 번 정도 만났고 이야기 잠깐 해본 정도인데, 이 고등학교 졸업생이 갑자기 내게 오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집에 돈 많고 우리아빠 잘 나가는데, 너 보니까 내 마음에 든다. 오늘부터 우리 친구먹자. 나이차이 많이 나도 친구먹을 수 있어. 노무현과 문재인도 나이차이 꽤 나는데 친구로 유명하잖아. 그러니 친구먹자.
자, 이런 상황이 되면 나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나이차이나는 친구들도 있을 수 있고, 외국에서는 열살 이상도 친구먹는다고 하니까 가볍게 맞먹어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까요, 아니면 '이 자식 미친 거 아냐? 내가 호구로 보여?'라는 생각이 먼저 들까요?
제가 볼 때, 이 문제가 계속 이슈가 되는 이유는 나이차이는 숫자차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아요. 나이차이 자체가 사회적인 지위와 자리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40대 아저씨는 20대 초반 학생들과 다른 사회적 스탠스를 갖습니다. 그리고 40대 아저씨들도 20대 초반 학생들도 모두 각자의 스탠스, 그리고 각자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습득하고 있고요. 그래서 20대 학생들은 40대 아저씨들에게 반말을 쓰지 않고, 나름의 예의를 지킵니다. 마찬가지로 40대 아저씨들도 20대 학생들에게 하지 않는 것이 있고, 기대하는 것이 있죠.
그런 것이 깨진다면, 예를 들어 제가 지금 예로 든 것처럼 갓 고등학교 졸업한 애가 40대 아저씨에게 돈자랑하면서 반말로 친구먹자고 한다면, 그건 그거 자체로 고등학교 졸업한 애가 싸가지가 없는 것이 되고, 나아가 그것만으로 그 학생은 욕먹어 마땅한 것이 됩니다. 다른 별도의 잘못이 없더라도요.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어린 여자들에게 들이대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건 그 아저씨가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느끼는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겁니다. 사회적 기준에서 볼 때 나이 많은 아저씨가 어린 여자에게 들이대는 것 자체가 문제될 수 있는 거고, 특히 어린 여자 입장에서는 역겨울 수 있는 거죠. 19살 먹은 애가 40살 넘은 아저씨에게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먹자고 했다고 해서 싸가지 없다는 소리 안 듣는 것은 아닌 것처럼요.
그럼 해답은 없는 걸까요? 나이차이 많이 나는 커플은 생길 수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생길 수 있죠. 그렇지만 그 방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지금 예로 든, 친구먹기를 다시 생각해보면 됩니다.
만약 40대 아저씨가, 이제 19살 먹은 애를 겪어보니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런 사람이라면 나이차를 뛰어넘어 친구로 삼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래서 아저씨가 19살 학생에게 친구하자고 했다면, 그럼 문제없는 친구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문재인과 노무현이 아름다운 친구 소리 듣는 것은 다 아시겠지만, 제가 노무현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노무현은 자기보다 어린 사람인 경우에도 친구로 삼고 싶은 경우에는 자기 나이를 낮춰서 말하고 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게 말해준 분이 그런 식으로 노무현과 친구가 되었는데, 실제 나이를 알게 된 건 노무현이 정치인이 된 다음이었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 노력은 있어야 우리나라에서 나이차이나는 친구가 가능한 겁니다. 그것도 나이많은 사람이 노력을 해야 하는 거고요.
마찬가지로 나이차이 많이 나는 남녀가 커플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특수성이 있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나이 어린 쪽에서 움직여야 커플이 되는 겁니다. 그게 아니면 아무리 의도가 순수해도 40넘은 아저씨에게 친구먹자고 들이대는 싸가지없는 어린애 이상은 되지 못하는 거에요.
보다보니 좀 답답해서 한 마디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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