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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가 얼마남지 않은 슴두살 공대생입니다...
조만간 입대고 해서 방학 동안 고향에 내려와 있는 상태구요,
공군으로 들어가게 됬는데 어머니께서 "저 등신새끼는 육군 가서 디지게 굴러야 인간이 되는데, 아이고 내 팔자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시더라구요...
후우, 집안 얘기는 누워서 침뱉기라던데, 고등학교 때는 친구 없이 지냈고 대학교 와서 사귄 친구들한테는 아무래도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는 않아서...
여튼,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저희 어머니께서 자기가 세상 누구보다 더 심한 고생을 하며 사신다는 착각에 빠지신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꽤 부유한 집안에서 5남매 중 늦둥이 딸로 태어나셨습니다. 친척들 말씀을 들어보면 어릴 때는 정말 금이야 옥이야 크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외조부모님께 버릇 없이 떽떽 거리는 것만 봐도 얼마나 귀하게 크셨는지 예상은 갑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끝무렵 때 나쁜 물이 드셔서, 대학교에 못 들어가셨습니다. 저는 그 때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껌 짝짝 씹는 모양새나 툭하면 주먹질하시고 쌍욕하시는 거 보면... 뭐, 어쨌건 예뻐하는 늦둥이 대학교 보낼 돈도 없는 집안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서울대 다음으로 알아주던 국립대를 졸업하시고 박사 학위까지 받으신 분이셨죠. 어떻게 남자 하나 잘 잡아서 떵떵거리며 살고 싶다던 어머니를 보고, 외조부모님께서 좋은 대학 나오고 박사 학위 받았다고 다 돈 잘 버는 것은 아니라고 말리셨다는데, 기어코 속도위반하셔서 저 만들고 결혼에 성공하셨다고 그러시더군요. (이 이야기는 어머니 없으실 때 외할아버님께서 저희 아버지와 술 한 잔 하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저희 아버지는 돈이나 안정적인 직장에는 관심이 없으신 분이셨습니다. 좋게 말하면 열정적인 분이시고, 나쁘게 말하면 조금 비현실적인 분이시죠. 그래서 아버지께서 관심 있어 하시던 어떤 소기업의 개발팀에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시며 일하셨었습니다.
물론 풍족한 재산과 꿀릴 게 없는 생활을 기대하고 아버지와 결혼하신 어머니는 기가 차셨겠지요ㅋㅋㅋㅋ
결국 제가 옹알이를 시작할 때 "그 회사를 나와서 다른 안정적인 직업을 찾던지, 이혼하던지, 물론 이혼할 때 애새끼는 당신이 데려가고" 라며 아버지를 쏘아붙이셔서, 아버지께서는 결국 그 회사를 그만두고 전국을 돌아다니시면서 대학교 시간강사로 일하셨습니다. 이걸 어머니께서는 아주 자랑스럽게 제게 말씀하시고는 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아버지께서 그만둔 그 회사는 아버지가 나가신지 얼마 안 되어서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해 대박을 터뜨렸더군요...ㅋㅋㅋ
그렇게 아버지께서 전국을 돌아다니시면서 돈을 버시던 와중에, 저희 가족이 살던 전셋집의 주인 이 인간이 전세금을 먹고 집을 다른 사람한테 판 뒤에 잠적했습니다. 당연히 집 명의가 다른 사람한테로 돌아가버렸으니까 저희 가족한테는 그 집에 대한 소유권이 없었죠. 결국 어머니는 저를 친척집에 맡기고, 수도권 쪽으로 돈을 벌러 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시간강사를 하시면서 그 대학교 근처에 묵을 곳을 마련하셨구요.
여기서부터 저의 엿같은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친척집에 얹혀 사는 상태니까 밥먹는거 옷입는거 하나하나가 다 눈치보이는 일이다보니 빼빼 마른 아프리카 난민 같은 애가 옷도 후줄근하고 다 떨어진 걸 입고 다니는 데다가 부모님마저 떨어져지내니...ㅋㅋ 유치원을 가든 초등학교를 가든 왕따는 따놓은 당상이었죠. 애미애비 없는 거지새끼... 이런 소릴 들으며 자랐죠ㅋㅋㅋㅋ
거기에 친척집에 또래 애들은 텃세도 부리고, 지가 사고 친 걸 전부 저한테 뒤집어씌우고ㅋㅋㅋㅋ
참 거지새끼처럼 잘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올라갈 때쯤 되니까 한 곳에 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집이 좀 안정되었다면서 저를 집으로 데려가더군요.
그런데 아버지는 없더군요..ㅋㅋㅋ 어머니랑 단 둘이 살면서 심심하면 쳐맞으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가 되었는데, 중학교 내내 그림 그리는 데에 필이 꽂혀서ㅋ 예고에 가면 안되겠냐고 어머니께 여쭤봤더니, "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면서 니 애비처럼 부인 고생시키고, 자식 고생시키고 할 거면, 불임수술하고 해라. 그럼 니가 예고를 가든지 고등학교를 안 가든지 신경 안쓴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ㅋㅋㅋㅋㅋ 예고 간다고 더 우기다가는 일 나겠구나 싶어서 일반계고등학교 가려고 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예고는 꿈도 안 꾸겠다는 제 말을 믿기가 힘드셨는지, 제가 그림 그릴 때 썼던 오른손을 아작을 내시더군요ㅋㅋ 뭐 사실 왼손잡인데 아버지가 왼손잡이시라 왼손으로 뭘 할 때마다 꼴뵈기 싫은 인간 닮는다면서 두들겨 팬 덕에 오른손잡이 코스프레를 했던거라 이제는 오른손 같은 건 타자 칠 때 말고는 필요 없습니다만...ㅋㅋㅋㅋㅋ
그래도 어린 맘에 충격을 받아서 폐인처럼 지냈었습니다. 허구한 날 손목 긋고 뭐...ㅋㅋㅋ 이제는 지난 일입니다만은ㅋㅋ
그러다가 고1 때 여자애랑 문자하는 걸 들켰는데, 그날부터 집에 들어가는 걸 허락을 안해주시더군요ㅋㅋㅋㅋ 어머니께서 계실 때는 항상 문이 밖에서는 안 열리게끔 다 잠겨있어서 집에 못 들어갔습니다ㅋㅋㅋㅋㅋㅋ 학교 마치면 산 아래쪽에 있는 공원 같은 데서 가방 베고 신문지 덮고 자고 그랬습니다ㅋㅋㅋㅋ 아침 되면 학교 가서 세수하고 씻고ㅋㅋㅋ 그래도 어릴 때 거지새끼처럼 잘 자란 덕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아파보이는 덕에 점심시간에 조퇴증 끊어서 집에 몰래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오고 막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멈추질 않네요ㅋㅋㅋㅋㅋㅋ
대학교는 무조건 인서울해서 집에서 벗어난다. 그 일념 하나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학원 이런 델 다니지를 못하니까 그냥 학교 선생님한테서 교사용 문제집 몇개 얻어서 무작정 풀고ㅋㅋㅋㅋ
결국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에 들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상위권이어서 기숙사 생활 쭈욱 유지했고, 등록금은 장학금에 모자란 금액은 방학 때 아르바이트로 다 메꿔 넣었구...ㅋㅋ
암만 생각해도 이 정도면 편하게 자라서 등신인 새끼 소리는 들을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ㅋㅋ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나요? 귀하게 자라다가 남자 잘못 만나서 고생하신 어머니 고생이 훨씬 더 고생인가?ㅋㅋㅋ
두서없이 적었습니다만, 아무한테도 못한 얘기 이렇게라도 풀어놓으니까 마음은 좀 편해지는군요ㅋㅋ
혹시나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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