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원론적인 얘기부터 하자.
축구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건이 세 가지 있다.
첫째는 개인전술이다. 이 개인전술은 체격, 스피드, 체력, 기술이라는 네 부분으로 나눌 수있겠다.
여기서 체격과 스피드는 하드웨어적이며 체력과 기술은 소프트웨어적이다. 쉽게 말해서 노력의 여하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분이라 하겠다.
둘째는 팀 전체의 유기적 구성이 어떻게 짜여져 있는가 즉 조직력이 어떤가. 좋은 조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적당한 기간의 실전과 연습이 필요하다. 흔히 선수 구성원들 간에 ‘눈빛만 보고도 안다’는 말이 횡행한다면 그건 좋은 조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셋째가 팀 전술이다. 축구에서 전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위의 둘에 비해서 미미하다. 그런데 현대 축구에서 전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크게 보인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각 팀간의 실력이 점점 상향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일거다.
다시 말해서, 개인전술과 조직력이 비슷한 팀끼리 맞붙었을 경우 전술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일게다.
자 이제부터 재반박글 들어간다. < >안의 글은 ‘토라이몽’님의 글이다.
< 스페인이나 일본이 결코 체격이나 스피드가 뒤쳐져서 이런 축구를 선택한 게 아니란 말이야. 아직 이 축구보다 현대적이고 이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전술의 개념이 탄생하지 않았어.>
그냥 TV화면으로 봐도 스페인이나 남미 특히 아르헨티나 그리고 일본 선수들의 체격 조건은 다른 유럽권의 나라에 비해서 왜소하지 않은가? 더구나 일본애들은 우리애들보다 작잖아. 일본 남자의 평균 신장을 한 번 봐.
얘네들 상당히 작다. 우리보다 작다. 그리고 유럽애들에 비해서는 많이 작다. 윗글에서 밝혔듯이 하드웨어적인 건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지 않냐? 그러니 남은 방법이 뭐겠어?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발전시켜서 갈고 닦는 방법 밖에 더 있겠냐? 그 최첨단에 있는 팀이 바로 스페인 국대와 클럽 바로셀로나고 말이야.
거두절미하고, 스페인이나 바르셀로나 일본이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고 실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는데, 나의 질문의 초점은 그들의 철학이 애초에 어떻게 나오게 됐겠는가?에 맞춰져 있어.
여러 가지 축구 전술이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 제일 미래지항적인(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미래지향적이면 만사 오케이란 말이냐?) 전술을 스페인이나 일본이 선택한 건 아니라고 봐. 축구 전술이 뭐 제비뽑기도 아니고.
축구 전술이란 게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나오는 거지, 애초부터 이게 제일 미래지향적인(?) 축구 전술이야 나머지는 닥치셈! 이런 건 아니잖아.
< 우리의 롤모델이 독일이어야 한다고 했는데.말도 안되지.
먼저 지금의 독일은 이미 '스페인' 과의 축구야. 알잖아.
과거의 독일을 말한거 같은데. 독일이 그런 축구를 왜 버렸겠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지.90년대 후반부터 우승문턱에서 번번히 주저앉았잖아?
낡은 전차군단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아주 비참하게.>
월드컵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면, 아니 모르면 구글링이라도 조금 해보면 저런 말은 못할텐데 안타깝다.
독일과 스페인에 관해선데, 스페인은 개국이래 처음 월드컵 우승했다. 2010남아공 월드컵 전까지는 우승권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즉 결승전에 단 한 번도 올라가지 못했다. 아마 8강 이상 가 본적이 없을거다.
그러나 독일은 90년대 후반부터가 아니라 월드컵 역사상 늘 우승권 문턱까지는 갔다. 그것은 월드컵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독일의 월드컵 우승 횟수는 3회 준우승 횟수는 4회다.
이제까지 총 19회 월드컵이 치러지는 동안 독일은 결승전에 7번이나 올라간 셈이다. 전세계에서 결승전에 일곱 번이나 올라간 나라는 독일과 브라질 단 두 나라 뿐이다. 이탈리아조차 월드컵 결승전에는 6번 올라갔다. 물론 그중 4번 우승했지만.
스페인은 이제 우승 한 번 했다. 물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그건 며느리도 모르겠지만. 미래지향적(?)으로다가 스페인이 앞으로 10회 연속 월드컵에서 우승하게 될지 그걸 누가 알겠냐.
하지만 스페인의 우승은 반짝 우승으로 그칠 공산이 아주 크다.
그건 스페인식 축구가 미래지향적(?)이 아니라서 아니라, 아마도 스페인 내부 사정 때문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지금까지의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늘 우승후보로 손꼽히고도 우승권 근처(독일은 우승권 근처에는 갔잖냐)에도 못가보고 무릎 꿇은 사태가 재발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독일이 스페인과라고 했는데, 독일은 스페인과가 아니다. 독일은 예전부터 개인전술보다는 조직력을 팀의 중심점에 뒀었는데, 거기에 이제 고급한 개인전술을 더하는 중인 거다. 그래서 팀의 무게 중심이 개인전술 쪽으로 이동 중인 상태인 거다.
그러나 개인전술과 패스를 중시한다고 해서 다 브라질과가 아니 듯 패스를 중시한다고 해서 다 스페인과는 아닌거다.
뭐 어쨌거나 독일이 우리의 롤모델로서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과거는 보지 않고 현재만으로 모든 걸 재단하려는 근시안적인 우를 범하지는 말자. 이왕이면 과거 현재 둘 다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
< 여기서 또 반박. 축구선진국들이 흐름을 만들고 후진국들이 따라간다고 했지?
따라가고 있잖아 지금. 가장 현대적이고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축구.
우리도 그거 해보려고 하고있잖아.>
우리도 축구 선진국 한 번 해보자는 거다. 이제 그럴 때도 되지 않았냐는 거다.
그리고 필자 역시 조광래 감독 좋아한다. 선수 시절부터 좋아했더랬다. 선수시절 그의 별명이 ‘컴퓨터 링커’였던 것도 기억한다. 예전엔 미드필더를 ‘링커(Linker : 즉 연결시켜주는 사람이라는 뜻)’라고도 불렀다.
물론 조광래 감독을 한 게임 졌다고 당장 경질시켜야 한다거나 그가 추구하는 축구를 바꿔야 한다거나 그런 뜻으로 글을 쓴 건 아니다.
조광래 감독을 좋아하고 그를 지지하지만 다른 비전을 꿈꿀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조광래 감독이 너무 패스 축구만 강조한 나머지 우리의 장점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스페인이나 바르셀로나 일본은 패스 축구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오직 그것으로 정상에 올랐지만, 우리는 패스 축구도 할 수 있고 다른 유형의 축구도 구사할 수 있지 않겠냐?
이를테면 힘과 스피드와 높이로 우악스럽게 밀어 붙이기도 하고 아기자기하면서 유연한 패스 축구도 구사하고, 상황에 따라 능소능대하게 대처하는, 그런 축구를 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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