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방송인 이상민은 tvN '더지니어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게임이면 게임, 예능이면 예능, '더지니어스2' 내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놀라운 촉을 발휘하며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도 하고, 눈빛만 보고도 그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아낸다. '갓상민', '촉의 달인', '21세기형 궁예'라는 말이 돌기도 하는 이유다.
지난해 '음악의 신'으로 쌓은 호감도를 '더지니어스'를 통해 더욱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는 이상민을 만났다.
◇"결승까지 가고 싶다"
이상민은 '음악의 신'에서 그랬던 것처럼 '더지니어스2'에서도 물만난 고기마냥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다. 그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입담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배꼽을 잡는다.
이상민은 어떻게 '더지니어스'에 투입됐을까.
"다 캐스팅되고 뒤늦게 구라형이 추천해서 들어갔어요. 제작진도 제 이름을 듣고 '이런 사람이 필요했는데'하면서 무릎을 탁 치고 캐스팅했죠. 스케줄도 없었는데 바쁜 척하면서 다음에 연락드린다고 하고 금방 연락드렸어요. 제작진 말로는 몇 일 후에 연락준다고 하고, 한 시간 만에 전화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더지니어스1'에서는 3위를 기록했고, 지난 21일 방송분에서도 살아남은 이상민이다. 아직까지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지만, 그의 탈락은 쉽사리 예상되지 않는다. 살면서 겪은 산전수전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상민이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무엇일까.
"나를 망가뜨리는 것도 성공시키는 것도 주변 사람들이에요. 내가 성공과 실패를 겪을 때 다 사람들이 옆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에 대한 판단이 빨라요. 오늘 게임은 홍진호가 잘한다 싶으면 홍진호만 붙잡고, 임윤선 변호사가 잘한다 싶으면 그를 붙잡죠. 그런 판단이 빠른 편이에요."
"또 누구는 게임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아는 게 별로 없다라는 판단이나, 말을 잘 안하지만 아는 게 많다는 판단도 빨라요. 지금까지는 적중률 90%라고 봐요. 한 두번 틀리기는 했지만, 그건 방송이라는 시간제약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결론을 빨리 내려야하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죠. 불안한 점은 내 능력은 사람이 많을 때 빛난다는 거죠. 사람이 적어지면 이건 아무래도 팀 전에서 개인전으로 바뀌니까."
그래서 이번 시즌 이상민의 목표는 결승이란다. 지난 시즌 결승 문턱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승 욕심이 크지는 않아요. 살아남은 것에 감사할 뿐이죠. 이번에는 결승 욕심이 있어요. 저번에 3위까지는 해봤으니까. 사실 우승상금이 진짜 절실해요. 저처럼 빚 있는 출연자가 누가 있어요.(웃음)."
"방송에서 내가 우승을 하면 공약을 걸었어요. 우승상금 30%로 출연진과 스태프 함께 제주도라도 여행가겠다고요. 그만큼 우승한 기분을 오래 느끼고 싶어요."
◇"우승에 가장 위협적인 인물은 유정현·조유영·홍진호"
결승을 목표로 매회 살아남고 있는 이상민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누가 있을까. 이미 출연진 대부분이 각자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 더욱 궁금했다. 약간의 고민 끝에 이상민은 세 명의 이름을 댔다. 홍진호와 조유영, 유정현이었다.
유정현을 꼽은 것은 의외였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천운' 혹은 '어부지리'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 이해도가 높기 보다는 그냥 운이 좋아서라는 인식이 강했다.
"정현이 형이 확실히 정치인 출신답게 정치를 잘해요. 없는 듯 있으면서, 있는듯 없어요. 결정적인 순간에는 명확히 자기 위치를 알리면서 살기 위해 해답을 찾아요. 보이기에는 띄엄띄엄한 사람 같은데, 절대 멍청한 사람이 아니에요."
"'지니어스2'를 통해 엄청 호감을 얻을 거 같아요. 방송으로는 안 나가는데 재밌는 장면도 많아요. 방송인으로 기회가 생길 것 같아요."
3화에서 기적적으로 바둑기사 이다혜를 꺾은 조유영에 대한 평가도 높았다.
"유영이한테는 승부사적 기질이 있어요. 멘탈도 강해요. '더지니어스'에서는 순간 자기가 피해를 봤다고 하더라도, 빨리 자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해답을 찾는 능력이 필요해요. 억울함을 잊고 빠르게. 웬만해서는 그러기 쉽지 않은데 나이도 어린 친구가 그런 능력이 있더라고요."
이상민은 지금까지 두 번의 거짓말을 알아차렸다. 2화 '자리바꾸기' 게임에서 조유영과 은지원의 거짓말을 알아차린 것이다.
"정현이형이 유영이를 데려와서 '얘가 9래'라고 했어요. 그럼 이기고 싶은 사람은 10과 11을 궁금해해야 하는데 딴소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짓말이구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그래도 인정을 하더라고. 만약 거기서 유영이가 거짓말을 했다면 그날의 탈락자는 유영이가 됐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든 나는 뚫고 들어가서 다른 방법을 찾았을거니까. 그래도 유영이가 솔직히 말해서 '얘는 괜찮은 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 시즌 우승자 홍진호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다. 거의 매회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또 그를 의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늘 사람이 따른다. 개인능력과 정치력 대부분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다.
"집중력이 제일 좋아요. 홍진호가 집중력은 1등이에요. 시즌1 때 성규와 차민수 선생님이 데스매치 '윷놀이'를 하는데, 그게 2시간 30분짜리였어요. 비록 나랑 성규 편이 어떻게 이겼지만, 홍진호는 집중력이 흔들리지 않았어요. 게임 이해도도 높고, 억울한 상황을 겪더라도 절대 멘탈이 무너지지 않고 새로운 해법을 찾아요. 그게 홍진호가 무서운 점이에요."
◇"진정한 지니어스는 제작진"
약 2시간이 넘게 진행된 인터뷰 중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문장의 마무리는 '더지니어스'로 끝났다. 그만큼 이상민에게 있어 '더지니어스'는 단순한 방송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이상민은 '진정한 지니어스는 제작진'이라고 치켜세웠다.
"진짜 제작진이 대단한 게 조금의 실수가 없어요. 만약 제작진의 실수로 누가 떨어진다고 하면 아마 난리 날거에요. 세트 다 부수고 그럴지도 몰라요. 그정도의 기운이에요. 현장 긴장감이 살벌해요."
"정종연 PD는 진짜 존경스러운 사람이에요. 나이는 나보다도 어린데, 집중력도 정말 대단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죠. 제가 정 PD 전화번호도 몰라요. 안부도 묻고 그러고 싶은데 어려워요. 내가 전화한다고 방송에 달라질 건 없고, 그 사람도 그런 성향은 아닌데, 번호를 묻기도 힘들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매회 인생이 있고, 교훈을 주잖아요. 더불어서 재미도 있고."
시즌3에 또 불러주면 할 거냐고 물으니 "전 무조건 콜"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더지니어스2'는 어떤 프로그램일까.
"시즌1 끝날 때 인터뷰로 제가 '나에게 정말 고마운 방송'이라고 했어요. 세상엔 정말 천재가 많아요. 음악적으로 게임으로 등등 정말 많죠. 다 살아온 환경과 철학에 따라 다르죠. 그런 사람들이 '더지니어스'에 들어와서 생존해나가기 위해 다투는 모습이 즐거웠죠. 저도 학력이 높은 사람은 아니죠. 서울예술전문대학 자퇴했거든요. 그런 사람이 고학력자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프로그램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