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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37784
    작성자 : 파쿠
    추천 : 16
    조회수 : 978
    IP : 108.162.***.94
    댓글 : 60개
    등록시간 : 2016/09/20 11:19:11
    http://todayhumor.com/?menbung_37784 모바일
    새치기한 할아버지 제지했다가 기쎄다고 욕먹은썰
    10년쯤 전

    일본에서 유학생활하던 저는 오랜만에 한국에 갔습니다.

    밤비행기였는데 꽉찬상태.

    인천공항 내려서도 입국심사건 버스건 사람이 많아 줄을 한참 서야했어요.

    밖에 나오니 깜깜한 심야.

    서울로 가는 버스표를 사고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제가 일등. 제 뒤로 사람들이 줄을 서기시작했지요.

    30분정도 기다린것 같고 뒤에는 엄청 긴줄이 생겨있었고, 한국인 외국인 여러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버스가 들어올즈음 어디서 술냄새 풍기며 얼굴 벌건 할아버지가 20대 대학생쯤 보이는 여학생 둘을 데리고 제 앞으로 오더니

    "여기 서~ 이제 버스온다~ 서~서~"하고 셋이 제 앞에 섬.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상황파악하는데

    여대생들이  "고맙습니다~"하고 그 할아버지한테 꾸벅.

    벙쪄서 사고가 멈춰있던 저는 3초정도만에 정신차리고

    할아버지 어깨를 톡톡.

    "저기요. 몇십분 줄서고있어요. 뒤로 가세요."

    뒤돌아보는 할아버지

    "?? ..(무시.계속 있음)" 

    다시한번 "저기요~할아버지, 학생들. 여기 줄 안보이세요? 저뿐만 아니라 뒤에 사람들도 이 버스타려고 계속 기다리고 있다구요. 만석되서 못 타는 사람도 있을것 같은데 세분때문에 버스 놓치게 되는 사람들은 뭐가 됩니까? 뒤로 가서 서세요"하니

    할아버지 왈 

    "내가 제일 처음에 줄서고 있었는데 잠깐 저어~기 다녀온거야."

    거짓말 시전. 

    순간 빡쳐서 

    "제가 계속 처음에 줄서고 화장실도 안가고 자리 지키고 있었거든요? 제앞엔 아무도 없었구요. 뒤로 가세요"

    옆에서 듣고있던 두 여학생이 뻘쭘해졌는지 뒤로 주춤주춤 뒤로 가려고 한던 찰나 할아버지께서

    "나 공항 직원인데~일이 있어서 그래. (여학생들을보며) 괜찮아~ 있어 그냥" 

    헐. 멘붕. 직원이 무슨 상관? 일이 있어? 여행이든 친지방문이든 다 예정이 있고 이 버스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체 뭐란거지?

    점점 속에서 부글부글 올라오고 감정이 주체가 안되서 좀 격앙된 목소리고

    "아~ 뒤로 가시라구요~! 그리고 직원증 보여주세요.  컴플레인 넣게. 빨리 뒤로 가세요. (제뒤에 줄서있던 여자분 돌아보며) 저기, 제가 여기서 제일 처음부터 계속 줄서고 기다린거 보셨지요?"

    뒷분

    "네. 제일 먼저 한참부터 계셨어요. 저도 그렇구요."

    할아버지 얼굴 보며 제가

    "거보세요. 뒤로 가세요. 가시라구요"

    라고 반복.

    옆에서 듣던 여학생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할아버지께

    "그냥 뒤로 갈께요." 

    하고 쭈볏쭈볏.

    할아버지는 계속 절 투명인간 취급. 숨쉴때마다 술냄새 진동..

    "아! 제말 안들리세요? 뒤로 가시라구요~! 저뒤에 외국인들 보고 있는데 창피하지도 않으세요? 할아버지때문에 저 사람들 못타면 어쩌실껀데요? 뒤로 가시라구요!"

    그제서야 여학생들이 뒤로 물러나고 할아버지도 뒤로 가시긴 하는데 제일 뒤에 가서 줄설 생각은 안하고 어중간한 줄 옆에 서서 어정쩡.

    일단 일행을 물리친 저는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는데 제 뒤에 뒤에 서있던 커플 중 남자분이 여자분에게

    "ほら、韓国人の女は気が強いでしょ?"
    (거봐. 한국 여자 기쎄지?)

    하고 왜인지 모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야기합디다.허허.

    한국남자 일본여자 커플 같았는데 제가 못 알아듣는줄 알았나봐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가 휙 돌아보며 째려보니

    얘 뭐지? 하는 표정으로 절 쳐다보는 커플..   

    가방속에 들고 있던 일본어 소설책을 꺼내들어 조용히 펴 읽기 시작했습니다.(고백이라는 영화화도 되었던 유명한 책. 표지에 고!백!하고 한자로 쓰여있어서 누가봐도 일본책)

    순간 일본 여자분 동공지진. ヤバい!조졌다라는 표정.

    둘다 당황스러운 표정이 스쳐지나가며

    귓속말로 속닥속닥하더니 입다물더군요.

    들리진 않았지만 "헉. 일본말 아나봐"하는 분위기.

    저는 전화 꺼내들고 당시 사귀던 일본남자애한테 전화해서

    잘 도착했다고 일본말로 몇분정도 통화해줬죠.

    꿀먹은 벙어리된 그 남자..

    버스가 와서 창가에 타고 벨트를 메는데 

    새치기 당한것도 분하고

    무엇보다도 난 잘못한게 없는데 기쎄단 소리나 듣고

    게다가 같은 한국사람이 날 일본인에게 비아냥 거렸다는게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렇게 눈물을 삼키며 창밖을 보고 있는 도중 
    줄 제일 뒤에 서지 않고 어정쩡하게 서 있던 할아버지 일행이
    줄 중간쯤에 치고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버스에 오르는걸 보았습니다..

    덕분에 뒤쪽에 있던 외국인 일행은 타지 못했구요.

    아.. 한소리하고 싶었지만

    한일커플에 무안당한거, 그 실랑이를 벌이는데 아무도 도와주지않고 있던 사람들, 모든게 속상하고.. 모든걸 불태워버린 전 하얗게 재가 되어 자리에 앉아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혹시나 그 남자분이 이글을 본다면 물어보고싶네요. 
    "그래서 그 잘난 기 안쎈 일본 여자랑은 결혼이나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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