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하체부실, 운전자에 불안감 줘… SM3 승차감 좋지만 '존재감 미미'
-"준중형 한계 넘으려는 노력 안 보여… 비교분석으로 상처받거나 자만하는 차 없길" 조언도
"전체적으로 K3의 완성도가 높다. 판매량 1위 아반떼는 과대평가됐다. 하체가 부실한 탓에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준다. 크루즈는 차체가 튼튼하지만 응답속도가 느리다. SM3는 디자인이 뒤쳐지고 부품비가 비싸다. 승차감과 실연비는 좋다."
조선비즈가 국내 자동차학과 교수, 정비 명장, 레이서, 자동차 대표매체 편집장과 기자 등 전문가 30여명에게 의뢰한 국산 준중형차 4종에 대한 평가결과다. 평가 대상은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K3, 한국지엠 크루즈, 르노삼성 SM3다.
정비 명장은 엔진룸 및 하체를 살펴 정비편이성·부품배열·조립구조 등 정비성을 분석했다. 소리공학 연구진은 차량 실내소음·진동을 측정했다. 전문 드라이버는 도심·자유로·증미산·외곽고속도로 등 총 370㎞ 구간에서 주행 테스트를 했다. 자동차 매체 편집장과 기자는 각 차종에 대한 자기 소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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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 각사 제공, 그래픽 편집=김범수 기자
◆ [정비성] K3는 엔진룸, 크루즈는 하체의 정비성 우수…SM3 잔고장 적지만 부품비 비싸
차량 정비성은 부품 품질과 조립구조로 결정된다. 운행 중 고장사고 발생율과 유지·관리비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국산 차종은 3만~10만원대 부품을 교환하는데 50만원 이상 공임이 필요하다. 소비자 다수는 디자인, 주행성능, 옵션만 보고 차를 고른다. 정비성은 무시되기 일쑤다. 이로 인해 완성차 업체는 신차 출시 대신 페이스리프트(디자인 개선)·부분변경·옵션추가를 통해 손쉽게 차 값을 올린다.
준중형차 4종이 인천 남동공단 소재 박병일 명장 연구소에 모였다. 정비성을 살피기 위해서다. 그는 2002년과 2006년 각각 고용노동부 선정 자동차명장(국내 1호)과 기능한국인에 오른 정비 전문가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산업현장교수로 재직중이다. 박 명장은 차 4대의 엔진룸과 하체를 살폈다.
K3 보닛(앞 덮개)을 열자 가지런히 정리된 배선이 보였다. 박 명장은 "전체적 배열이 간결하다. 배선트러블(합선·마모·접촉불량·열변)이 적은 구조다. 커넥터(전기기기 및 전선을 접합하는 부품) 마무리도 많이 신경썼다"며 "엔진룸의 공간활용이 우수하다. 운전자가 관리하기 좋은 구조"라고 말했다. 아반떼도 엔진룸과 부품 배치가 깔끔했다. 다만 카울탑(앞 유리와 엔진룸 사이)에서 물이 새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이 보닛 옆으로 빠져야 하는데 엔진룸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커넥터가 부식될 수 있다. 휴즈 박스에 습기가 차면 큰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크루즈의 부품 배치도 양호했다. SM3의 배선은 어수선했다. 보닛 아래 쪽은 마무리 처리가 부족했다. 박 명장은 "(SM3는) 엔진룸 정비성이 현대·기아차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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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일 자동차 명장이 아반떼·K3·크루즈·SM3의 엔진룸과 하체를 살피고 있다. 그는 “엔진룸 내 배선 정리, 하체 코팅작업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송병우 기자
차를 들어 올려 밑바닥을 살폈다. K3와 아반떼의 프레임(차량 기본골격)은 2개뿐이었다. 크루즈는 프레임 4개를 탑재했다. 크루즈는 강판을 주형틀에 넣어 로우암(바퀴 움직임을 조정하는 하체 부품)을 제작한다. 이와 달리 현대·기아차는 철판을 접어서 로우암을 만든다. 그만큼 크루즈의 로우암이 K3와 아반떼보다 강하다. 박 명장은 "현대·기아차는 프레임 수가 적고 로우암이 약해 시속 110㎞ 이상 달리면 차체가 많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반떼의 서스펜션(쇼크업소버, 스프링, 로우암으로 구성돼 차체나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이 다른 차종보다 약하다"고 덧붙였다.
박 명장은 아반떼 하체의 코팅부실을 걱정했다. 육안으로 봐도 K3나 SM3에 비해 코팅이 엉성했다. 박 명장은 "아반떼 하체의 코팅율이 20%도 안 된다. 철판 이음새를 실리콘으로 처리했는데 겨울철 염화칼슘을 만나면 부식된다. 아반떼는 K3에 비해 코팅의 마무리 작업이 허술하다"고 설명했다. SM3는 밑바닥 코팅 처리가 말끔했다.
SM3는 긴 통 모양 머플러(엔진소음 저감장치)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 박 명장은 "머플러를 하나로 연결했다. 고장이 잘 나지 않는 구조다. 머플러 과열을 막기 위해 보호커버도 잘 돼 있다"며 "다만 이 부분이 고장나면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동석 신성카센터 대표는 "정비성은 운전자의 관리·유지 여하에 따라 다르다"면서도 "종합적으로 볼 때 잔고장은 아반떼가 제일 많다. 부품비는 르노삼성과 쌍용차가 비싼 편"이라고 밝혔다.
◆ [실내소음] 준중형차 4종 정숙성 모두 우수
준중형차 4대를 몰고 서울 상도동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소장 배명진)로 향했다. 차량 실내진동·소음 측정을 위해서다. 한국·미국·일본·유럽의 차량 소음테스트는 건조하고 평탄한 콘크리트·아스팔트 도로를 전제로 한다. 장소는 주변 암소음이 측정 차 소음보다 최소 10데시벨(dB) 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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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와 소리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도로정지 ▲저속주행(2~4단·진입속도 50㎞/h) ▲3000RPM(분당회전수) 공회전 등 3가지 경우로 나눠 실험했다. 결과는 미세한 차이로 K3가 가장 우수했다. 공회전 시에는 크루즈와 SM3가 다소 앞섰다. 견두헌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박사는 "보통 조용한 사무실 소음이 50dB 수준이다. 정숙성은 4대 모두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좌측 표와 같다.
◆ [시승] SM3·K3 승차감↑, 아반떼 피쉬테일 우려, 크루즈 하체 탄탄하지만 응답 느려
준중형차 4총사의 달리고 서는 능력은 레이서 2명과 기자가 함께 진행했다. 시승 레이서는 완성차 업체의 후원을 받지 않는 선수로 구성했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동은 선수는 '2011 올해의 프로드라이버 신인상' 출신으로 올해 'CJ헬로비전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재현 선수는 '2013 KSF 포르테쿠페 팰린지레이스' 챔피언이다. 국내 모터스포츠 사상 최연소 우승으로 화제가 됐다. 레이서 시승은 서울 도심과 자유로, 외곽고속도로 등 300㎞ 구간에서 진행했다.
SM3는 승차감에서 호평을 받았다. 김동은 선수는 "직선 주행 시 중형차만큼 부드럽다. 가벼운 느낌이 있지만 승차감에 신경을 많이 쓴 차"라며 "쇼크업소버(주행 중 발생하는 노면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는 장치) 상쇄점이 약한 탓에 요철을 만나면 충격이 크지만 일반도로 승차감은 우수하다"고 말했다. 김재현 선수는 "계기판이 누워 있어 불편하다. 고속에서 스티어링휠(핸들)이 저절로 무거워져 안정적이다"며 "ABS(미끄럼방지장치)가 작동하는 급제동 거리가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K3는 초반 가속, 계기판 시인성(보기 편한 정도),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의 사이 앞부분에 오디오·에어컨 등 각종 버튼이 모여있는 공간) 구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김재현 선수는 "스포티한 주행과 안정적 운전 둘 다 어울린다. 서스펜션은 너무 부드러운 감이 있지만 코너링에서 잘 잡아준다"고 말했다. 김동은 선수는 "같은 플랫폼(차량 기본골격)이지만 K3의 서스펜션 셋팅이 아반떼보다 더 잘 돼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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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비즈는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전문 레이서, 서울동답초등학교 등의 도움을 받아 아반떼·K3·크루즈·SM3에 대한 소음 및 주행·시승테스트 등을 진행했다. /송병우 기자
K3는 운전자 배려 측면에서도 탁월하다고 평가받았다. 김재현 선수는 "핸들과 사이드미러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고려한 듯하다. 휠 밸런스(바퀴간 균형)가 잘 맞아 안정적이다. 다양한 부분에서 운전자를 배려했다"고 전했다.
아반떼는 배기량에 비해 힘이 좋다고 분석했다. 김동은 선수는 "아반떼의 1.6가솔린직분사(GDi) 엔진은 크루즈(1800CC)보다 배기량은 작지만 힘은 쳐지지 않는다. 브레이크 초반 담력(밟는 순간의 힘)도 좋다"고 말했다. 반면 아반떼는 다른 차보다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동은 선수는 "시속 100km 이상 시 급감속 하거나 핸들을 틀면 차가 돌 수 있다(피쉬테일)"고 말했다. 김재현 선수는 "하체가 안정적으로 잡혀있지 않다. 코너 돌 때 뒷바퀴가 핸들 조절보다 늦게 따라온다. 고속도로에서 코너링 하거나 차선을 변경할 때 차체가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크루즈는 시속 60~80㎞ 이상에서 힘을 인정받았다. 깊게 눌러야 반응하는 브레이크와 느린 응답 속도는 문제였다. 김재현 선수는 "브레이크 유격(기계 작동 장치의 헐거운 정도)이 너무 깊다. 신장이 작은 여성 운전자에게 위험 요소다. 시승 내내 발로 펌핑을 해서 압력을 맞췄다. 3~4단 변속 시에는 차량이 울컥거리고 튀는 현상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동은 선수는 "아반떼에 비해 서스펜션이 안정적이고 휠 밸런스도 잘 맞아 흔들림이 적다. 전형적 미국차 감성이다"라면서도 "응답이 느리다. 안정성 갖췄지만 기어변속 및 제동반응에 시간이 걸린다. 미션슬립 현상(엔진 동력이 바퀴 회전에 완전히 전달되지 않는 현상)도 심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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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서가 경기도 일산 직선도로(평지)에서 제로백(시속 0~100km에 이르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각 차종별 같은 조건으로 5회 테스트한 후 나온 평균치.
한편, 초등학생 시승 평가에서는 SM3가 직선도로 승차감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레이서 시승과 같은 결과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준중형차 구매자 약 60%는 30~40대다. 준중형차 뒷좌석은 대부분 자녀들 몫으로 이들은 약 6~15세다. 조선비즈는 학교 측 도움을 받아 서울동답초등학교 어린이 50여명을 시승하게 했다. 어린이들은 뒷좌석이 가장 편한 차 앞에 섰다. 정지 상태에선 아반떼와 K3가 높은 점수(각 14명)를 받았다. 시속 20~30km 주행 시에는 SM3(16명) 뒷좌석이 안락하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아반떼(12명), K3(11명), 크루즈(11명)가 이었다.
◆ "팔기위한 차보다 타기위한 차 만들어야"… "옵션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준중형차 절실"
조선비즈는 차량 비교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 대표매체 편집장 및 전문기자 20여명에게 설문을 의뢰했다. 사전에 기사 기획의도를 밝혔고 각 제조사로부터 받은 차량 자료와 사진을 제공했다. 아래는 그 결과표다. 투명성을 위해 전문가가 작성한 문장을 되도록 그대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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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점 평가. 괄호 안은 평균 점수다. /정리=송병우 기자, 정리 및 편집=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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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송병우 기자, 정리 및 편집=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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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송병우 기자, 정리 및 편집=김범수 기자
<도움 주신 분>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견두헌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박사,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김기홍 지피코리아 기자, 김동은 선수, 김병헌 모터매거진 부장, 김재현 선수,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김형준 모터트렌드 편집장, 박병일 자동차 명장, 박지훈 카라이프 편집장, 박진우 오토타임즈 기자, 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소리공학연구소장), 성현재 에스콰이어 자동차기자, 오종훈 오토다이어리 대표, 이상원 오토데일리 대표, 이승용 모터매거진 편집장, 이재우 쉐보레레이싱팀 감독, 이태헌 PD, 임유신 자동차칼럼니스트, 정동석 신성카센터 대표, 한숙경 동답초등학교장, 한창희 더아이오토 편집장 (이상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