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을 호위하고있는 위엄 ㅎㄷㄷㄷㄷㄷ
2010년 7월 태평양 연안의 여러 나라 해군들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2010 환태평양(RIMPAC) 훈련’에 참가한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이 함포사격 훈련에서 최고 성적을 거둬 ‘탑 건(Top Gun)’함에 선정됐다. 세종대왕함은 7월 12일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실시된 해상화력지원 훈련에서 다국적 해군 함정 19척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해군은 밝혔다. 해상화력지원 훈련은 7.2km 떨어진 표적에 대해 각국의 함정이 5인치 함포를 5발씩 쏘아 표적으로부터의 오차거리의 합이 제일 작은 함정이 우승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세종대왕함은 참가함정 중 유일하게 오차 합계가 100m 이내인 75m를 기록, 우리 해군의 우수한 사격 능력을 입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함, 세종대왕함
림팩(RIMPAC) 훈련에서의 성과로 다시 한번 언론의 주목을 받은 세종대왕함은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함 으로 유명하다. 이지스함은 강력한 레이더로 적 항공기나 미사일을 수백㎞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하고 최대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요격할 수 있어 현대전의 총아이자 ‘꿈의 함정’으로 불린다. 세종대왕함은 지난 2007년 5월 진수돼 2008년 12월 실전배치됐다. 본격적인 해외에서의 작전은 2010년 림팩훈련 참가가 처음이었다.
그러면 세종대왕함이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갖고 있고 함정에 어떤 무기가 실려 있길래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세종대왕함은 우리 해군이 보유한 전투함 중 가장 큰 배다. 길이 166m, 폭 21m에 기준 배수량은 7600t이다. 만재 배수량은 1만t에 육박한다. 승무원은 300여 명이며 가격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세종대왕함 보유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5번째 이지스함 보유국이 됐다. 특히 우리나라와 비슷한 크기의 이지스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일본 정도다. 스페인과 노르웨이도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보다 작은 5000t급이다.
미국 항공모함(좌)과 함께 훈련 중인 세종대왕함(우).
한국 최초의 이지스함이다.
세종대왕함은 미국과 일본의 최신형 이지스함에 견주어봐도 뒤지지 않는다. 앞으로 국산 함대지 크루즈(순항) 미사일이 탑재되면 일본 이지스함에 비해 강력한 타격능력을 갖게 된다. 세종대왕함에는 항공기는 물론 함정,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는 최신형 국산 및 외국제 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이 총 128기의 수직발사기(VLS, Vertical Launching System)에 실리게 된다. 이는 미국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이나 일본 아타고급 이지스 구축함이 96기의 수직발사기(미사일 96발)를 갖고 있는 데 비해 32기나 많은 것이다. 32발의 미사일을 더 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지스 레이더에 의한 강력한 방공망
세종대왕함의 가장 큰 강점은 강력한 이지스 레이더 SPY-1D(V5)와 각종 미사일 및 기관포로 3중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선체 4면에 고정돼 항상 360도를 커버하는 SPY-1D 레이더가 최대 1000㎞ 떨어져 있는 항공기 등 표적 약 1000개를 동시에 찾아내고 추적할 수 있다. 또 이중 2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미국 이지스함에 탑재된 MK41 수직발사기. 세종대왕함에도 탑재되어 있다.
특히 SPY-1D 레이더는 우리 해군 레이더 가운데 처음으로 탄도미사일 추적 및 요격 능력도 갖추고 있다. 2009년 4월 북 대포동2호 발사 때 그 궤적으로 정확히 추적해 그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 레이더가 찾아낸 목표물은 먼저 SM-2 블록Ⅲ 함대공 미사일로 최대 170㎞ 밖에서 요격한다. SM-2 미사일은 80기의 미국제 Mk 41 수직발사기에 탑재된다.
1단계 SM-2 방어망을 무사히 통과한 적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은 2단계로 램(RAM) 미사일이 맡는다. 발사기 1문에 들어있는 21발의 미사일은 최대 9.6㎞ 떨어진 곳에서 적 항공기 등을 격추시킨다. 2단계 램 미사일 방어망을 통과한 목표물은 마지막으로 30㎜ 기관포인 ‘골키퍼’가 맡는다. 분당 4200발의 기관포탄을 퍼부어 목표물을 파괴한다.
앞으로 더 강력해질 세종대왕함
세종대왕함에는 다른 나라 이지스함에 없는 ‘비장의 무기’들도 앞으로(2010년 8월 현재 기준) 탑재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한국형 수직발사기(KVLS) 48기에 탑재되는 함대지 크루즈 미사일 ‘천룡’과 장거리 대잠수함 미사일 ‘홍상어’가 그것이다. 함대지 크루즈 미사일 ‘천룡’은 이미 실전배치돼 있는 사정거리 500km의 지대지 크루즈 미사일 ‘현무-3A’를 함대지로 개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상에서 땅 위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미사일에서, 함정에서 땅 위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미사일로 개조된 것이다. 2001년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는 300km 이내로 제한되지만 크루즈 미사일은 사실상 사정거리의 제한을 받지 않아 우리 군당국은 크루즈 미사일 개발에 주력해왔다.
지대지 크루즈 미사일은 사정거리 1000km 미사일이 이미 실전 배치돼 있고, 1500km 미사일은 최근 개발이 끝나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룡’ 미사일은 함대지 외에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 형까지 개발, 통일 이후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활약하게 될 전망이다. 세종대왕함에는 ‘천룡’ 32발이 탑재된다.
잠수함을 잡는 ‘홍상어’는 19km 이상 떨어져 있는 적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으며 16발이 탑재될 예정이다. 국산 함대함 미사일인 ‘해성’ 16발도 수직발사기와는 별개의 원통형 4연장 발사관 4기에 들어 있다. ‘해성’은 150km 이상 떨어져 있는 적 함정을 공격하는 크루즈 미사일이다. 세종대왕함에는 이밖에 KMk45 5인치 함포와 국산 경어뢰 ‘청상어’를 탑재한 KMk32 어뢰발사관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해군은 세종대왕함에 이어 이지스함 2번함인 율곡이이함을 2008년 11월 진수했으며, 2012년까지 총 3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할 계획이다. 해군은 예산부족 등으로 세종대왕급 이지스함보다 작은 56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2019년부터 2026년까지 건조하는 사업도 추진중이다.
각국의 이지스함 보유 현황
한편 ‘원조’ 이지스함 국가인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22척)과 이보다 약간 작은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50척 이상) 두 종류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도 미국 ‘알레이 버크’급, 우리나라 세종대왕급과 비슷한 크기의 ‘콩고’급 4척, 신형 ‘아타고’급 2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2척을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