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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l_376270
    작성자 : 날아가도
    추천 : 14
    조회수 : 1507
    IP : 1.250.***.54
    댓글 : 40개
    등록시간 : 2013/10/14 20:01:39
    http://todayhumor.com/?lol_376270 모바일
    [브금][롤갤문학] 겨울을 떠나면 .txt
     
     
     
     
     
     
    이제는 잊어버린 줄 알았던 순위 결정전에서의 패배의 쓰라림이 아련함과 동시에 피어올라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단 한 남자만의 모니터만이 숙소의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

    그는 멍하니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십 분 전까지만 해도 붉은 색으로 패배라는 글자가 떠오르던 모니터였다.

    그리고 지금 그의 모니터에 떠오르는 글자는,

    "……."

    승리였다.

    그 글씨를 가만히 바라보며, 현우는 천천히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그리곤,

    입술을 꽉 깨문다.

    그는,

    프로스트의 정글러, 클라우드 템플러였다.

    "……."

    그것은 지금까지 게임을 하며 느껴온 찜찜함이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 커져버린 아픔이었다.

    모니터에 떠오른 승리라는 파란 단어는 그의 그런 마음을 치료해 줄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을 잊기 위해 미친듯이 게임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가슴속의 그 응어리는 사라지지 않고,

    게임을 거듭할 때마다 풀어지지 않은 채 점점 커져만 갈 뿐이었다.

    터지기 직전의 상황속에서 억지로 터지는것을 꾹 눌러가며 게임을 계속한 현우였다.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아왔던 현우였다.

    하지만,

    그래도 이길 수 없었다.

    "형, 뭐해?"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현우가 의자를 돌린다.

    자다가 깼는지 부스스한 얼굴의 상면이 보였다.

    현우는 재빨리 게임 결과창으로 넘어가며 "아무것도 아냐." 하고 얼버무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상면은, 문득 그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아무무네?"

    "……."

    그 말에, 현우의 손이 멈춘다.

    상면은, 그런 현우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프로스트의 정글러, 클라우드 템플러의 약점은 늘 대두되어 왔다.

    초식형 정글러의 한계, 좁은 챔피언 폭.

    그것을 자르반으로 커버해오다가 결국 터져버린것이 요 최근의 경기들이었다.

    "……그냥."

    그냥, 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현우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말이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를, 상면은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럼, 열심히 해."

    그런 상면의 말을 들으며, 현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현우는 고개를 숙였다.

    꾹 다문 입에서 하, 하는 조소가 세어나왔다.

    그리곤 그것은 이내 허망한 웃음으로 이어졌고,

    결국 현우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계속해서 나오는 웃음을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새 웃음이 멈췄다.

    슬쩍 떼어낸 현우의 손에, 아직 따뜻한 습기가 묻어나 있었다.



    * * *



    낮과 밤을 구별치 않고 연습을 계속하던 현우를 강현종 감독이 불러냈다.

    그런 감독의 부름을 받은 현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들 패배 이후의 허탈감에서 벗어나 연습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래서였기에 가장 열심히 연습을 하던 현우의 부름은 이례적이었다.

    팀원들에겐 아무런 말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연습을 계속 할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온 현우의 표정은,

    담담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이, 그의 표정은 담담햇다.

    그런 그 모습에 아무도 그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볼 뿐이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붙잡을 뿐이었다.

    그것이 그들, 프로게이머들의 방식이었다.

    답답한 것을 게임으로밖에 풀 수 없는, 슬픈 그들이었다.

    그리고 현우는,

    "……."

    이를 꽉 물었다.

    모두 모니터를 바라본다.

    모두 그를 바라보지 않는다.

    오직 단 한 명,

    상면만이, 등돌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현우의 뒷모습을 바라 볼 뿐이었다.

    그 날 밤, 갑자기 찾아온 무거운 표정의 강현종 감독이 현우에게 말했다.

    "생각은 해봤니?"

    "……네."

    현우의 표정은 담담했다.

    현우의 모니터는 불이 꺼진 상태였다.

    그런 모습을 잠시 살펴보던 현종이,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무거운 그 표정을 바라보고 있던 현우가 이내 팀원들을 모으며 말했다.

    잠시 말을 고르는듯하던 현우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한텐, 그냥 사실대로 말할게."

    그리곤 불쑥, 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새 정글러가 올거야.'

    그 말에,

    팀원들은 말이 없다.

    "프로스트의 전력에 도움이 되는 정글러일거고, 내 빈자리와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야."

    말을 마친 현우가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들 시선을 피하는 가운데, 상면만이 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우도 그런 상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정글러가 초식이라서 아쉬웠던 상황이 많았을거야."

    현우와 상면은, 서로를 바라본다.

    서로의 다른 감정이 담긴 시선이 얽힌다.

    슬쩍, 애환이 가득한 미소를 지은 현우가 그런 상면을 향해 말한다.

    "정글러가 많은 챔피언을 다룰 수 있으면 당연히 라이너의 챔피언 폭도 넓어지겠지."

    "……."

    상면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런 상면을 바라보던 현우는, 이내 천천히 한숨을 내쉰다.

    그리곤 천천히 허리를 숙이며,

    "그 동안 미안했다."

    그런, 처절함 섞인 비애로운 목소리로,

    그동안 자신의 방패가 되어준 탑솔러에게 감히 용서를 구한다.

    그런 현우를 바라보던 상면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과하지마."

    "……."

    "계속 보고 있을거잖아."

    그 말에 현우는 웃었다.

    아랫 입술을 꽉 문 채로……. 그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 * *


    클라우드 템플러는 CJ 프로스트를 떠났다.

    자신과 팀 모두의 발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그는 담담히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다음 시즌부터 해설자로서 모습을 보이는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

    다음 프로스트의 정글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기자의 말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겨울이 지나면 언젠간 봄이 온다.

    그러나 자리잡은 곳이 깊다면 그 곳은 언제까지나 추운 겨울일 뿐이다.

    봄을 맞이하려면 언젠가는 구멍 속에서 나와야만 한다.


    그 끝에는 자신은 그걸 하지 못했다며 웃는 내용의 인터뷰가 쓰여있었다.

    그리고 인터뷰의 끝, 프로게이머 생활을 정리하며 덧붙이는 말이 있었다.


    -새로 올 정글러는 아주 따뜻한 정글러다.

    아마 프로스트에게 다시 한 번 봄을 안겨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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