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에 와서 처음으로 쓰는 글에 멘붕게시판이라나 살짝 착찹하네요.
저는 호주에 10년째 살고 있는 여자게이예요. 쉽게 말해 레즈비언이죠.
보수적인 부모님 덕분에 집에 커밍은 꿈도 못꾸고 있고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사회 생활을 할 때에도 100% 확신이 들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커밍을 하지 않습니다.
현재 직장에서도, 회사 최고 매니저가 Gay 이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저는 얘기를 꺼내지 못하겠더라고요.
며칠 전 평소 친하게 지내는 다른 부서 인도네시안 매니저랑 얘기하다가
어쩌다보니 Same Sex Marriage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어요.
요새 호주에서는 핫한 토픽이거든요.
사실 저는 이런 얘기 할때마다 결국은 제 얘기가 되는 거니까 사랑은 사랑이다를 주장하며 옹호하는데.
갑자기 그 분이
"동성애는 병이야. 그건 맞지 않는 것 같아. 동성결혼 허용해 줬다가 유행처럼 번지면 안되잖아."
라고 하는 말을 듣고 사고가 정지!
사실 이 분, 회사에서도 인품 좋기로 소문나 있고.
입도 무겁고 묵묵히 맡은 일 확실히 해내는 정말 본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연말마다 장난처럼 하는 최고의 동료 투표에서도 1등만 하는 그런 사람인데.
이런 사고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1차 멘붕!
그리고 오늘.
제가 주로 가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요.
그냥 취미 사이트라서 보통 일상 생활 소소히 올리면서 취미 공유하는 곳이랄까요.
그 곳에 항상 닮고 싶다 배우고 싶다 라는 여자분이 계세요.
아름다우시기도 하지만 똑똑하고 당차고 여러모로 배울 점이 너무 많으신 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글들을 보다가 우연히 그 분이 달아놓은 댓글을 보는데.
"메갈리아에는 순기능이 존재함. 메갈리아가 일베와 같다는 얘기를 하는 여자들과는 나는 대화도 안함"
라고 쓴 댓글 보고 2차 멘붕.
도대체 어떤 순기능이 존재하냐고 댓글을 달려다가 다 부질없는 짓일 것 같아서 그냥 사이트를 나와버렸네요.
물론 제가 신도 아니고 무당도 아니니 그 사람 속을 알아볼 길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정말 믿고 친해지고 싶고 따르고 싶던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저와 정반대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알게 되니
큰 충격으로 멘붕이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