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대학에 가면 ‘이제는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거야’ 생각하며 봄을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그 자유를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지, 자유가 어떻게 제한돼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자유, 인간의 권리-스무살, 진짜 자유를 사랑할 때’를 주제로 27일 오후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에서
강연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유란 과연 어떤 모습이며, 그것을 가로막는 일은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얘기해 보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서점에 나온 책 사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 왜 금지돼야 하나”이 대표는 ‘자유’란 “다른 사람을 억압하거나 차별하거나 짓누르지 않고 서로 공존하면서 스스로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스스로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87년 봄, 대학에 들어갔고 학교에 가면 전경들이 줄을 서있었다”며 “대학은 원래 그런 곳인 줄 알았다가 그해 6월 민주항쟁 이후 경찰이 없는 학교를 볼 수 있었다”고 본인의 과거를 이야기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여러분은 제가 대학에 다니던 때 보다는 좋은 세상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벌어지는 ‘색깔론’, ‘노조 탄압’ 등을 예로 들며 2013년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자유를 보장받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국방부에서 불온서적 23권을 지정한 사례를 들며 “서점에 책이 나와서 사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왜 이 자유가 금지돼야 하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들면 잘리거나,
책상이 복도로 나가는 게 2013년
한국사회의 현실”이라며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지 문제를 토로했다.
“우리사회 ‘민족이냐 반민족이냐’ 아직도 자유롭지 않아”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자유, 인간의 권리-스무살, 진짜 자유를 사랑할 때’를 주제로 27일 오후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 노천에서 강연을 하고있다.ⓒ민중의소리
이 대표는 2013년 제기되는 문제점들의 원인을 ‘한국현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사회는 친일매국행위를 한 사람들을 반성하게 하고 거기서 완전히 벗어난 뒤에 우리 국민들이 함께 만드는 세상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여기에 ‘좌익’과 ‘우익’, ‘빨갱이 때려잡기’가 꼈다”며 “결국, 우리사회는 ‘민족이냐 반민족이냐’ ‘애국이냐 매국이냐’하는 문제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않게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3·1절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유공자에게 훈포장을 수여하는 것을 이야기 하며 “친일 행위를 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단 한마디라도 사과한 적이 있었느냐”며 “친일 청산은 한국 사회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고도 말했다.
또 “노동조합을 만들 때, 무엇인가 공부하려고 할 때도 생각을 하고 기성의 관념과 다른 시도를 하려고 한다면, 분단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뀌지 않는 한 용공, 좌경, 요즘에는 종북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색깔론에 여러분도 마주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어 “우리의 자유를 만들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는 독일 루터교회 목사 마틴 니뮐러의 시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를 읊은 뒤, 자유를 얻기위해 ‘행동하고 말할 것’을 강조했다. 이 시는 나치에 저항하지 않고 침묵하고 무관심했던 독일인 지식인이 어떤 결과를 맞는지 그리고 있다.
이 대표는 “자유를 누리기 위한 가장 기본은 서로가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는게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마디라도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조금이라도 행동하는 사람이 있어야 바뀐다”며 “용기를 내어서 한 마디라도 말했으면 좋겠다. 내가 침묵하고 또 침묵했을 때 결국 나를 잡으러 왔을때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그런 상황을 우리는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종북 얘기 맞는지 알고 싶어왔다...얘기 듣고 판단해 보고싶다”강연에 앞서 전북대학교 북한인권 동아리 ‘북극성발전소’ 학생 등 10여명은 강연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민중의소리
이날 이 대표의 강연은 우여곡절 끝에 진행됐다. 당초 이 대표의 초청 강연을 위해 전북대학교 학생들은 학내 강연 신청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기로 돼 있었으나, 학교 측은 ‘학내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적 강연은 부담스럽다’ 등의 이유로
대관을 불허해 이 대표의 강연은 결국 야외에서 이뤄졌다.
강연에 앞서 전북대학교 북한인권 동아리 ‘북극성발전소’ 학생 등 10여명은 강연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통진당과 이 대표는 스스로를 진보정당, 진보정치인이라고 표현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가지는 이미지는 ‘종북’ 한 단어로 요약된다”며 이 대표가 강연을 열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등장을 환영하거나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상당수였다. 이 대표가 등장하자 학생과 시민 300여명이 구(舊)정문 앞에 모여들었다.
강연 장소에서 만난 전북대 학생 홍모(20‧여)씨는 “종북 얘기가 나오는데 그게 맞는지 알고 싶어왔다”며 “얘기를 듣고 판단해 보고싶다”고 강연을 찾은 이유를 전했다. 2학년 학생 오모(21)씨는 “정치적인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닌데, 매일 있는 일이 아니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왔다”고 흥미로운 듯 강연을 지켜봤다.
전북대 3학년 K씨는 북극성발전소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좀 오바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 대표가 우리한테 정치색을 입히려고 강연하는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하는건지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가장 우려되는 점 묻자...“‘나라가 나라답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 대표는 ‘자유’를 주제로 1시간 넘게 강연을 진행했다. 저녁이 되면서 바람이 불고 날이 쌀쌀해 졌지만, 야외에서 진행된 강연임에도 대다수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강연을 마친 뒤 질문을 받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 전북대 2013학번 신입생은 “대선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트리려고 나왔다고 했는데 어떤 가치가 가장 충돌돼 그렇게 얘기를 한 것이냐”며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걱정되는게 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전북대 재학 중인 한 남학생은 “북한이 핵개발하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수단만 활용해서 대화하자는 것은 우리가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게 아니겠냐”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이 대표는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게 될까’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FTA의 불평등성을 지적하면서 “한미FTA가 날치기 처리는 당시 박근혜 대표가 합의해 주지 않으면 못하는 일들이었다”며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된 주권을 갖고 지키고 찾아올 수 있냐는 걱정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남북관계의 오랜 역사 봤을 때 가장 좋았을 때가 언제였는지 보면 6.15선언과 10.4 선언이 나왔을 때”라며 “(대화가)쉽지 않은 길이지만 지난 역사를 지켜보면 남북 합의가 이뤄졌을 때 가장 평화에 많이 (다가)갔다. 전쟁은 안되기 때문에 그 길은 우리가 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자유, 인간의 권리-스무살, 진짜 자유를 사랑할 때’를 주제로 27일 오후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 노천에서 강연을 하고있다.ⓒ민중의소리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강연을 마친 뒤 대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민중의소리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강연을 마치자 전북대학교 학생이 다가와 사인을 요청해 이 대표가 사인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