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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톡을 즐겨 읽는 교육학/언어학 공부하는 스물여덟의 남학생입니다.
아직 한국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낯선 학생인데요.
제가 언제나 판을 통해서나 어떤 매체를 통해서 들었던 한국의 운전 매너는 다소 거칠고 무법에 가깝기까지 하다고만 들었죠.
아무튼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이곳 한국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제게
오늘 아주 따뜻한 일이 있어서 이곳 판을 즐겨 읽으시는 분과 나누고자 처음으로 글을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대학원을 다니며 학교에서 멀지 않은 수유에 혼자 살 아파트를 구해 살고 있습니다.
오늘 과외 가려고,(연대에서 과외중이라 미아삼거리나 미아역에서 보통 지하철을 타고 갑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102번 파란 버스를 탔습니다.
평소에 부모님께서 어딜 가던지 인사하라고 교육 시키셔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하고 탔는데
기사님께서 외려 더 크게 "안녕하세요"라고 기분 좋게 미소와 함께 인사를 나눠 주시더라구요.
이미 감사한 마음에 들떠있었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한 두정거장이나 갔을까요,
연세가 굉장히 지극히 드신 한 할머니께서 탑승하시더라구요.
(언뜻 봐도 거의 80은 되어 보이시는 등이 구부정한 그 할마님께서 올라 타셨을때 연세때문에 다른 승객들과는 다른 다소 긴 시간이 걸렸는데
기사님께서는 "친절하게 어서 오십시요"라는 인사를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할머님께서 한참을 뒤적이시다가 버스비를 안 가져 오셨던 모양인지 안절부절 못 하시더라구요,
이게 거의 1,2분이 걸리니 승객분들 뒤에서는
불만과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아.. 돈도 없고, 올라 타지도 못 하고 뭐야..."라는 소리가 조금 크게 들리더라고요.
과외도 있지만 할머님께서 민망하실까 저는 지갑에서 1000원을 꺼내 넣어 드리려 했는데
아이구, 이게 왠일입니까, 제 지갑에 제일 작은 돈이 글쎄, 5000원이더라구요.
이렇게 말씀 드리면 유치하게 들리시겠지만 전 "버스카드는 환승하기 위해서 두번 찍으면 안 된다"는 나름의 철칙으로
중복으로 인해 환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 할까봐 그냥 5000원을 넣어 드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 기사님께서 버럭~ 화를 내시듯 "아~ 뭘 그렇게 멋진 척을 해 그래?"
이러시더니 잔돈으로 100원짜리를 계속 눌러서 주시더라구요.
아니? 그 착한 기사님 어디 가시고 갑자기 저런 모습의 기사님께서 나타나셨을까... 싶은 마음에
갑자기 괜한 오지랖이었나 싶어 부끄러운 나머지 동전 눌러주시는데 멍하니 서서 기사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전 한보따리를 주머니에 넣기에 불편해서 가방 옆주머니에 넣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를 말씀드리고,
미아삼거리 역에서 내리는데 기사님께서 내리는 환히 웃으시면서 제게 크게 외치시더군요.
"어이 학생!! 어디서든지 그렇게 살아, 그리고 어른들 돈 없으면 우리도 안 받아.
하하하~ 잔돈으로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먹으라고...."라고요..
어찌된 영문일까요?
제 잔돈으로 제가 아이스크림을 먹던, 환타를 마시던 뭐 그런 이야기를 하시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내려 잔돈을 꺼내서 세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받은 잔돈은 100원짜리 55개더군요..
그랬습니다, 기사님께서는 제가 부끄러워서 어쩔줄 모르게 장난 치시고는 외려 더 많은 돈을 주셨던겁니다.
이런.... :-)
오늘 그 할머님께서는 제 손을 잡으시며 감사하다고 하셨지만 저는 기사님께 감사하다는 말씀도 못 드리고 내렸습니다.
제 부족한 센스로 번호판은 못 봤지만 102번 버스 기사님!!
다시 한번 너무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 드립니다.
정말 기사님과 같은 분들 덕에 저 한국 온 것에 대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다음 번에 또 뵐지 모르니까 앞으로 102번 버스 탈때는 음료수 하나 챙겨서 타려고 합니다.
그 기사분 뵈면 꼭 챙겨 드리게요.
재미없는 글 읽어 주신 분들 감사드리고...
아주 작지만 뜨거운 하루처럼 따뜻한 기분 한번 느껴보시길 바라면서 적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