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순 "신라호텔 사건 이후 한복 벗기도 했다"
"나는 유독,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었고 밖은 곧으며,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애련설 중에서)
송나라 문장가 주돈이의 시 애련설(愛蓮說)을 사랑하는 여인 이혜순. 담연(潭蓮)이라는 브랜드는 애련설을 사랑하는 한 여인을 위해, 그녀의 남편이 지어 준 호(號)이자 브랜드다. 그녀는 연꽃같다.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가냘픈 외양과는 달리 꼿꼿하고 강하다.
<20년째 언제나 이 모습이다. 쪽진 머리에 단아한 평상 한복. 신라호텔 파크 뷰에 갔을때도 이 모습이었다. 웃는 눈매가 선하다>
25일 신라호텔 한복사건(4월 12일) 으로 유명세를 치룬 담연 이혜순씨를 100일만에 만났다.
- 당시에 외출할 시간이 없었어요. 강우석 감독의 영화를 위해 한복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도통 컨셉이 풀리지가 않았어요. 마침 외국에서 친구가 와, 잠시 머리라도 식힐겸 신라호텔로 갔죠. (사건 중략) .... 신라호텔 파크 뷰에서 나와 택시를 탔는데, 남편에게 문자가 와 있었어요. "집에 들어가려다보니 길가에 벚꽃이 아름답더라. 걱정말고 편안하게 늦게까지 놀고 오라"는 내용이었어요. 울컥하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전화를 해 "지금 집에 들어가는 중"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 "왜?"라고 되물었어요. 자초지종을 말하고 "참을 수 없으니, 당신이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는 기자들에게 모두 전화했어요. 옆에서 전화통화를 듣고 있던 아들이 트위터에 사건을 올리기 시작했죠. 놀랍게도 그 다음 날 아침, 위키트리만 보도를 했죠. 다른 어느 매체도 사건보도를 하지 않더군요. 위키트리 기사가 트위터를 통해 100만건 이상 노출되자, 사태가 달라졌어요.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를 왔어요. 그제야 다른 모든 매체가 취재전쟁이 벌였어요. 샵으로 전화가 빗발쳤고, '담연' 앞에는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진을 쳤어요.
-사태가 커지자 위키트리에 연락해 "다른 매체와 인터뷰를 해도 괞찮겠느냐?"고 물었어요. 위키트리측에서 "편집국장 등 여러 사람과 상의한 후, 답을 주겠다"고 하더니 잠시 후 "모든 매체와 정정당당하게 인터뷰를 하라. 단, 인터뷰 한 내용을 단 한마디도 왜곡하지 말고 그대로 보도해 달라고 하라"고 조언을 주더군요.
-아쉽지만 일부매체에서 사건을 좀 호도하더군요. '종업원의 단순 실수'라는 식으로.그러나 대세를 뒤업을 순 없었죠. 트위터에도 음해하는 글들이 올라오더군요. '뭘(돈) 바라고 한 일'이라는 식으로. 참 고맙게도 내 주변사람들과 아들 친구들이 그런 트윗이 올라올때마다 24시간 "당신, 삼성 알바나?"며 적극 대응해 줬어요. 그러면 곧 음해성 트윗이 사라지더라구요.트위터의 자정능력이죠. 모르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었습니다.
<이혜순씨가 항상 들고 다니는 핸드백. 저고리로 만들었다>
-이부진 대표이사가 사과를 와서 약 40분 정도 샵에 있었죠. 상황이 뻔한데, 서로 무슨 말을 하겠어요. 이 대표이사는 비단 신라호텔뿐만 아니라 에버랜드 등 여러 영업장에서 일어나는 고객불만 사항을 매일 보고를 받는데, '파크 뷰' 한복 출입금지 사건은 본인도 보고를 받는 순간 "대체 누가 그렇냐"고 되물었다고 하더군요.
- 이 대표이사를 보면서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 '참 안됐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보다 10살쯤 어린 40대 초반인데, '그 나이의 다른 재벌집 딸들은 유한마담처럼 즐기며 사는데, 저 분은 뭐하러 저렇게 애쓰고 사나? 나한테 사과까지 오면서' 하는 생각이요.(웃음) 부탁 한가지 했어요. "사건과 관련된 분들을 징계하지 말아달라"고요. "알겠다"고 하더군요.
-사건이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알아봐서 3일정도는 20년동안 입었던 한복을 벗고 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갔죠. 남편이 그러더군요. "지금까지 삼성이라는 대기업을 상대로 싸운 개인은 당신뿐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사건이 잘 마무리되서 다행이다"고요. 남편도 결혼초에 지금은 한솔제지로 바뀐 전주제지을 다녔으니 삼성에 근무했었던 사람이지요. 삼성의 힘을 알죠. 든든하게 저를 지탱해주었습니다.
-사건 삼일후인가 고객 한분이 한복을 가봉하러 왔는데, 그 분의 남편분이 일부러 따라왔어요. 저를 보고 싶다고요. 사건 이후, 주변에서 모두 저를 '잔다르크'라고 한다며 얼굴도 보고 싶고 응원도 해주려고 왔다고요. 전 잔다르크 아니예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한복에 대한 감동이 지금까지 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리 함께 평범하면서도 강한 아줌마들의 모임 하나 만들어요. 우리나라 아줌마들은 강하잖아요. 뭔가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요. 참 우리 부산에 같이 가요. 한진중공업 3차 희망버스가 언제요? 소리 소문없이 부산에 직접 가서 그냥 조용히 응원하고 싶어요.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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