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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처음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올해 본격적으로 열심히 타고 있는 와중에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국토종주를 해보면 어떻겠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말만 들어도 무섭다는 중2병걸린 아이들의 담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답사를 한번 가야되지 않겠나 싶었구요.
국토종주를 준비하면서 오유에 올라온 종주 글들을 하나하나 주의 깊게 읽어보면서 참고를 많이 했습니다.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저도 미약한 글 솜씨 나마 도움이 되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후기를 남겨봅니다.
준비하면서 더 너무 불안하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출발하기 이틀 전에 연속으로 밤을 새서 발표준비를 하고 하루전날 출장을 가는 등 체력이 떨어져서 포기해야 되나 생각도 했었는데 이게 마지막 기회라 생각이 들어 억지로 출발을 했습니다. 게다가 뉴스는 자꾸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고.......주위사람들이 걱정되서 가지 말라고 권유를 해서 진지하게 생각도 했었지요.
가장 맘에 걸렸던 것은 다음 달에 와이프 출산예정일입니다. (예.... 제가 죄인입니다 ㅠㅠ) 하지만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고 2세를 잘 키워보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억지로 떠났습니다. 와이프는 친정에~
준비물 : 자전거(첼로 메리디안), 빕숏, 헬멧, 장갑, 토시, 속옷, 츄리닝, 자전거 가방, 휴대폰, 애플워치, 보조배터리, 충전기,라이트, 포카리분말, 물통2개, 선크림, 고글, 현금, 카드, 미니펌프, 펑크패치, 이어폰
원래계획은 인천출발->부산도착 이었는데 마산에서 인천 가는 심야버스가 매진 됐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계획을 수정. 부산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을숙도에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사상터미널->을숙도 8.1km
사상터미널에 심야버스를 타고 내려서 바로 을숙도 시작지점으로 갔습니다. 바로 옆에 있을 줄 알았는데 조금 라이딩을 해야 되더라구요. 도착하니까 두 팀 정도가 출발준비를 하고 사진을 찍고 계시네요. 다 남자분들 이고 날도 아직 어두워서 인증부스 옆에서 빕숏으로 갈아입고 출발 했습니다.
2박3일을 목표로 잡아서 못해도 하루에 200km는 가야한다는 계산이었고 한낮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탓에 빡센 라이딩이 힘들 것 같아 새벽에 좀 무리해서 라이딩을 했습니다.
1일차 을숙도->강정고령보
첫날 소감 : 체력을 아끼려면 고개는 우회하자.
물 보급은 보이는 데로 무조건 가득가득!!
낙동강 하류에서는 야생동물 주의!
저는 계획을 첨부터 인천->부산으로 세웠기 때문에 체력을 봐서 시간 내 힘들 것 같다 싶으면 고개는 우회하려고 했습니다...만 계획이 변경되면서 업힐3종세트를 그대로 무방비상태인 몸으로 받아들여야했습니다.
영아지고개 : 체력이 좋은 상태여서 그런지 “어? 조금 힘드네?” 하는 순간 정상이었습니다. 이름 붙을 정도의 고개길은 아니라고 생각이 되네요. 하지만 반대방향에서 오시는 분들은 아마 초입부에 그 경사를 보고 욕이 나올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체력적으로도 제일 마지막에 만나니 힘들기도 하구요.
박진고개 : 업힐 중에 가장 많이 이야기 들었던 곳인데 이곳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넘었습니다. 초입부에 물 잔뜩 마시고 기합 넣고 한번에 올라가니까 금방이더군요. 경사도가 좀 있긴 하지만 구간이 짧아서 쉬웠습니다. 게다가 옆에 낙서를 보면서 웃으면서 가니까 끌바 없이 업힐이 되네요.
무심사임도 : 처음으로 육성으로 이명박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4대강에 돈을 그렇게 썼다는데 왜 자전거 도로는 이따구로 만들어놓았냐. 초입부는 어쩔 수 없이 끌바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전 구간 무끌바로 가고 싶어서 시도하다가 앞 휠이 들려서 죽을 뻔했습니다. 어느 정도 끌고 올라가서 다시 라이딩해서 무끌바로 넘었습니다만 다운힐에서 더 힘빠지더군요, 특히 로드나 미니스프린터 타시는 분들은 조심하세요. 무심사에 들러서 과일 조금 얻어먹고 밥먹고 가라는걸 정중히 사양하고 샤워한번 하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낙동강하류는 보급할 곳이 정말 마땅치 않습니다. 미니스프린터에 물통케이지가 하나밖에 없어서 물통을 하나만 챙겨갈까 하다가 와이프님 말 듣고 두 개를 챙겼는데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창녕합천보에서 펑크가 나는 바람에 목표치인 칠곡보까지 실패했습니다. 여분 튜브는 꼭 챙겨야할 것 같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새 튜브로 교체를 했었고 다이소에서 산 패치로 때우려했지만 공기주입부 옆에 펑크가 나는 바람에 그것도 소용없게 되어 근처 자전거센터에 전화로 출장을 불러 튜브교체를 했습니다. 출장비와 교체비 3만7천원이 날아가고 한 시간 이상 소비가 되었습니다. ㅠㅠ 둘째 날 여유롭게 가자는 계획이 틀어졌죠.
야간에는 야생동물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갈대숲사이를 달리는데 어떤 시커멓고 큰 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와 자전거 앞을 지나가는데 속도가 빨라서 피하질 못했습니다. 퍽하고 부딪히는 느낌이 났고 깜짝 놀라 소리도 질렀는데 돌아보니 형체가 안보이더군요. 다행히 죽지는 않은 것 같은데.... 너구리인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낙동강에 산다는 뉴트리아??일지도 모르겠네요.
2일차 강정고령보 -> 수안보온천
둘째 날 소감 : 업힐은 정신력이다.
그 유명한 이화령과 소조령이 있기 때문에 3일중 가장 힘들었습니다. 첫날에 무리했던 탓에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업힐을 만난다는 불안감 때문에 더 힘들었네요. 이화령을 오르면서 내려서 끌고갈까 계속 가볼까 수십번은 고민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화령, 소조령 무정차 무끌바로 해냈네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낙동강 상류와 새재길은 생각보다 길이 안 좋았습니다. 곳곳에 길이 헷갈리는 곳도 많구요. 길을 잘못들어 몇킬로미터를 다시 돌아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미니스프린터라 노면상태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평지길인데도 속도를 제대로 못 냈습니다. 그래서 200km를 채우지는 못했네요. 하지만 목표치인 수안보까지는 잘 도착했습니다.
3일차 마지막 날 수안보온천 -> 인천서해갑문
마지막날 소감 : 역시 수도는 다르다.
가장 많은 거리를 라이딩을 많이 해야 하는 곳이라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큰 업힐구간이나 노면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없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네요. 남양주,양평구간은 터널도 많아 시원했습니다. 역시 자전거의 도시! 한강은 특히 곳곳에 아리수가 있어 언제든지 물보급이 가능했고 편의시설이나 식당이 많아 비교적 부담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이라 체력이 다 떨어져 좀비처럼 페달을 돌렸습니다. 게다가 여행 내내 거의 없었던 역풍을 한강에서 만나 체력과 허벅지가 슬슬 떨어져 가는 찰나에 안양천합수부에서 구세주인 친구를 만나 뒤에서 피빨기로 무사히 인천서해갑문까지 도착을 했습니다. 여행 내내 혼자서 달리다가 옆에 든든한 친구가 있으니 정신적으로도 편안해서 없는 체력으로도 도착을 할 수 있었네요.
최종소감 : 2박3일이 가능할지는 몰랐습니다. 일단 해보자라는 식으로 도전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출발을 한 뒤에는 도중에 포기하면 돌아올 와이프의 핀잔과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다는 패배감과 서울에서 기다리고 있을 친구, 종주 중간에서 만나서 급하게 친해졌던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해낼 수 있었네요.
하지만 다음에는 꼭 기간을 길게 잡아야할 것 같습니다. 사진 찍을 여유도 없이 달리는데 만 집중했네요. 게다가 폭염을 뚫고 라이딩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무모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혼자라 갑자기 쓰러지면 구해줄 사람도 없고 ㅠㅠ
게다가 장거리에는 꼭 로드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스프린터 속도 유지하기 너무 힘들어요 ㅠㅠ 몇 백명을 지나쳐왔지만 미니스프린터는 한명도 못 봤습니다. 폴딩 미니벨로는 많이 보이는데요. 펑크 났을 때 도와주겠다고 오신분이 있는데 미니벨로튜브가 없어 그냥 가신분도 있었구요. 남들과 다른 것을 타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더라구요.
저는 이만 그동안 안 들었던 와이프님의 잔소리를 마저 들으러가야겠습니다. ㅠ 안전한 라이딩 되세요!!!
출처 | 내 허벅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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