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보고 학점 잘 받으려고 강의실 미리가서 수업준비 다해놨는데
교수님이 급한 공무 생겼다고 다른 지방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갑자기 휴강되고 방금 막 집에와서 어이가 음쓰므로 음슴체
글재주도 음스므로 읽다가 불편하신분들은 ←키 추천해드림
거진 4~6년전에 있었던 이야기인데
한참 한국에서 대학 다니던 도중에 "아, 이런 지방대 졸업하고 어디에 취업해서 뭐해먹고 살지?"
라는 생각이 급 들어서 학교다니면서 교수님 몇분들 찾아뵙고 상담받다가 결국 학교는 휴학하고
해외에 여행다니던 거에 푹 빠져있던 시절이었음
시기는 2월?쯤 이었던 거 같음, 그때도 해외여행 가려고 아는 동생이랑 각자 알바하면서 한참 여행자금 모으고 있었는데
한참 단기알바만 하다보니 아무래도 수입원이 안정적이지가 않아서 영~ 통장에 돈이 모일 기색이 안보였음
게다가 일단 공부도 하긴 하면서 돈도 모아야겠다 싶기도 하고 이것저것 알바 많이해봤지만
그나마 짬짬히 내시간 가져가면서 할만한 알바가 편의점, 피시방 밖에 안 떠오르는 거임
근데 남자가 피시방에서 일하면 짬짬히 게임하지 공부를 하겠음? 결국 편의점 알바를 하기로 함
참고로 20살되고 처음 했었던 알바가 편의점이라서 만만하기도 했음(그리고 편의점에서도 결국 공부는 안함)
그래서 알바사이트 찾아보는데 편의점 크기도 방 한칸만하고 달동네 중앙에 있어서 경사도 완전 심하고
심지어 코앞에 훨씬 큰 동네슈퍼도 있고 그것도 모자라서 경사따라 그대로 쭉 1분만 내려가면
다른 편의점이 또 있어서 굳이 손님이 여기 올 이유가 없는 편의점에서 알바모집하는 글이 있는거임
심지어 야간이라 손님이 올리가 더더욱 없었음(실제로 몇개월간 일하면서 손님 한명도 안오는 날도 있었음)
좋다고 전화하고 부랴부랴 가니까 지금 알바하고 있는 야간이 3월부터 대학교 복학을 해야해서 관둔다는거임
근데 2월말까지는 하고싶다고 하길래 3월부터 일하게 될텐데 괜찮냐고 하길래 이런 꿀바 명당을 놓칠 수 없다는 일념에
"저 휴학생이라 남는게 시간이에요, 대타 다 뛰어드릴 수 있음"이라고 매력 어필하고, 무조건 기다릴테니 알바모집 글 당장 내려달라고 했음
근데 대타 다 뛸 수 있다니까 점장님이 사실 여기 말고도 편의점 두개를 더 하고 있는데
자기도 너무 피곤해서 조금 쉬고싶다고 3월에 여기서 일하기 전까지 거기서 잠깐 일해주지 않겠냐고 함
근데 문제는 잠깐만 일해달라고 하는 곳이 버스 터미널 바로 옆골목에 있는 편의점이었음
위치 설명 들어보니까 주변에 술집, 모텔같은 가게가 몰려있는 그냥 말 그대로 유흥가인거임
가게도 엄청 크다고 하고 손님 엄청 많다니까 일도 바쁠 거 같고
집에서 거기까지 40분 거리라 왕복시간 핑계대고 거절하려고 했는데 교통비 지급에 시급 2배로 준다길래 승낙해버렸음
부연설명이 너무 길어진듯 이제부터 본론임 사실 여기서부터 봐도 내용 이해엔 지장 없을듯...
처음 3주간은 예상대로 엄청 손님 많이와서 바쁘기도 하고, 교대하는 다른 알바생들도 다들 착하고 이쁘고
아무래도 사람 많이 다니는 곳에 있어서 그런지 여러가지 웃긴 일들도 많이 있었음
뭣보다, 유흥가라서 저녁쯤 되면 편의점 앞에 사람들 술집으로 납치하는 삐끼 누나, 형들이 포진을 친다는 거랑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었던 거 같음, 근데 내 출근시간이 저녁부터 아침까지라서
매번 출근할때 보면 편의점 앞에 취객 납치범들이 진형을 짜고 애워싸고 있는데도
3주동안 단 한 번도 출근하는 도중에 그 수많은 삐끼누나들조차 잡아세우거나 달라붙거나 하는 일이 없었음
사건은 4주차에 일어남
그날도 평범하게 버스타고 터미널 근처에 도착해서 편의점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웬 남자 하나랑 여자 두명이 한 번 쓱 보는 거 같더니만 지네끼리 속닥거리고 편의점 가는 길이라서 근처까지 가니까
남자 하나가 다가오더니 눈을 똥글똥글 뜨고 "저기요~" 라고 잡아세우더니 말을 걸어옴
이어폰 빼고 ?? 하면서 쳐다보니까 맨날 편의점 앞에 있던 사람중 하나였음 그리고 하는 말이
"되게 친숙하신 풍채를 하고 계시네요~"
"아~ 그러실 거에요"
사실 이때까지는 이사람이 사이비라고는 생각 못했음 맨날 편의점 밖에 서있어서 보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너무 당연하게 대답했는데 얘가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혹시 대학생이세요??" 라고 묻길래 일단 휴학중이라고 해도 대학생이니까
"네, 대학생이에요"
"아, 그러시구나~ 혈색도 되게 좋으시고 건장하신게 보기 좋으셔서요"
괜히 멋쩍어서 "ㅎㅎ 감사합니다" 하고 웃어줬음 그러니까 얘도 환하게 웃으면서
"시간 괜찮으시면 제가 좋은 말씀 전해드리면서 맛있는 거 사드리고 싶네요"라고 말하는 거임
이때 딱 감을 잡음, 아 이거 사이비나 다단계 같은 거구나 하고
사실 집에서 초인종 누르고 뭐라고 하는 거 말고는 첫 경험이라서 되게 신선했음
어차피 알바 하면서 손님 안오면 할 것도 없었고, 심심하기도 해서
"아~ 그럼 편의점 가서 마실거나 하나 사주실래요?" 하고 앞서 가니까
"네~ 그러면 편의점에서 잠깐 같이 이야기해요"라고 뒤에 있던 여자애들한테 손짓하더니 셋이서 졸졸 따라옴
그리고 편의점 들어가서 점장님 남편분한테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들어가니까
"인사성도 굉장히 밝으시네" 하면서 훈훈하게 웃어줌
그리고 난 그대로 음료코너 지나서 스탭실 들어간 다음에 편의점 조끼입고 나오고 그대로 카운터로 들어감
그러고 걔네들 쳐다보고 있으니까 얘네들 벙쪄있다가 죄송합니다 하면서 그대로 나가버림
점장님 남편분 쟤네들 뭐냐?라고 물으셔서 마실 거 사준다길래 데려왔는데 그냥 가네요 라고 대답함
남편분 지금껏 편의점 하면서 야간에 삐끼녀랑 노는 것도 모자라서 저런 놈들까지 친구먹는 놈은 처음봤다면서
웃으시다가 등짝스매싱 때리고 퇴근하셨음
그리고 그날 밤에 일하면서 창밖 보는데, 그 사이비남 서있어서 계속 보다보니 눈마주치고, 웃으면서 손 흔들어 주니까
편의점 들어와선 냉장고에서 레쓰비랑 TOP플라스틱 병에든 거 하나씩 결제하고 TOP는 나한테 줌
그러고 낮엔 죄송했습니다, 저희가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 커피같은 거 자주 사드려요 라고 하면서 멋쩍게 웃어주고 나감
그 뒤로 원래 알바처로 갈때까지 일주일간 밖에 서있다가 나랑 눈 마주치면 들어와서 커피나 먹을거 공짜로 사줌
글 적으면서 생각한건데, 죄송하다고 했었던 거 생각하면 자기네들도 나쁜짓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던 거 같음
그리고 4주차에 모자쓰고 출근하면서 삐끼누나들한테 몇번이나 잡아세워졌었음
그때마다 누나 나임 편의점ㅋ 하면서 모자 벗으면 바로 미안ㅋ 하면서 놔주긴 했었는데
복장이 달라진 거 말고는 다른게 전혀 없었는데, 이 누나들은 옷으로 사람을 기억하나봄
단순히 그때 난 개량한복이 츄리닝보다 편하다는 걸 깨닫고 개량한복입고 출근하다가
엄마한테 좀 빨면서 입고 댕기라고 강제로 세탁당하고 갈아입었던 거 뿐인데...
옛날 카메라에서 찾은 그때 입던 개량한복 사진임
별로 특이하지도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