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밑에 글에서도 말했지만 무서운걸 좋아해서
공포영화는 물론이고 폐교,폐가,흉가도 찾아다니고 밤에 일부러 산에 올라가기도 해요.
아무리 동네 뒷산이라도 늦은 밤이면 뭐가 나와도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여담이지만 제 친구가 교회를 다니는데 안가면 용돈을 안준다고 간다더군요-_-;
근데 그 교회 목사님이 오른손 약지가 없는데 그 약지가 잘리게 된 사연이..
저는 모르겠지만 교회 다니시는분들은 산기도란걸 한다면서요?
산에 혼자 올라가서 기도 하는거..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걸 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에서 별의 별 소리가 다 들렸다고 해요.
어린애,여자,남자,할머니 등등 수십명이 동시에 얘기하는듯한 소리가 막 들리더니..
풀 밟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자기를 중심으로 계속 빙빙 돌았다고 하더군요. 눈도 못뜬 상태에서 머리를 바닥에 박고
무릎도 꿇은 상태에서 깍지 낀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계속 기도 하는데
풀밟는 소리가 멈추더니 오른손 약지를 붙잡았다고 해요.
그래서 눈 감은 상태로 막 털어내고 미친듯이 달려 내려왔는데 그 손가락만 동상에 걸려 잘라냈다는군요.
뭐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얘기도 듣고 하니 더더욱 산에 올라가고 싶더군요.
친구 둘이서 소주 두병씩 까마시고 15cm정도 되는 손전등 하나에 핸드폰 라이트 세개 키고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근데 손전등 밝기가 진짜 코앞만 비출수 있을정도밖에 안되더군요.
그렇다고 핸드폰 라이트가 밝은것도 아니고.. 뭐 어쨌든 셋이서 궁시렁 궁시렁 하면서
오르기 시작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고 길 닦아놓은데로 가면 안나올수도 있다면서
일부러 좀 험한길로 갔어요. 솔직히 이 당시엔 귀신보단 뱀이 더 무섭더군요ㄱ-;;
아! 그리고 산 높이는 3시간이면 정상에 오를정도로 얼마 높지도 않은 산이죠.
그렇게 막 올라가면서 장난친다고 핸드폰으로 착신아리 벨소리라든가
그루지 벨소리 뭐 이런거 막 틀면서 낄낄거리고 있는데 저희가 그때 걷던 길이
왼쪽은 90도 경사가 한 20m정도 이어져 있었고 오른쪽으론 나무가 굉장히 빽빽했어요.
막 낄낄거리면서 비치지도 않는 손전등으로 휘휘 돌리고 있는데 저~ 앞 바위랑 나무 사이에
뭔가 나무 같지도 않으면서 덤불 같지도 않은 무언가가 보이더군요.
순간 술이 확 깨더군요. 그리곤 뭔가 나왔다는 기대감과 호기심.. 공포가 뒤섞이면서
심장이 제대로 뛰기 시작하더군요. 손으로 코 만지는 척하면서 조용히 친구들한테
"야.. 걷는 속도 늦춰봐.. 저 앞에 바위 보이재? 정면 말고 약간 오른쪽에 큰 나무랑 평평한 바위 안보이나?"
"어.. 보이.. 어? 어??"
"조용히 해라.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척하면서 바로 앞에 지나갈때 동시에 라이트 비춰보자"
"어어.."
뭐 이러면서 아무일 없다는것처럼 잡담하면서 그 앞에 지나갈때 핸드폰 라이트 두개와
제 손전등을 동시에 홱 비췄는데 남잔지 여잔지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 형체가
무릎을 꿇었는데 무릎은 흙바닥에.. 팔은 쭉 뻗은채로 바위에 붙이고 얼굴도 팔 사이에 묻고 있더군요.
그니까 상체는 전부다 바위에 붙어있고 다리는 흙바닥에 무릎 꿇은 상태..
그 상태로 간헐적으로 몸을 꿈틀 꿈틀 한다고 해야되나요? 경련이라고 해야되나?
저흰 처음에 사람인줄 알았어요. 산에 다니다가 귀신 들려서 바위잡고 경련했다는 얘길 들어서;;
그렇다고 올라가서 확인하려하니 무섭고
그냥 지나가려니 혹시나 귀신이라면 이런 기회가 흔치가 않거든요. 수십번을 흉가,폐가,폐교를 다니고
산에 다녀봤지만 실제로 뭔가를 본건 이때가 세번째였거든요. 폐교서 한번 강가에서 한번
이때가 세번째.. 그래서 돌맹이 줏어서 던져서 맞췄는데 반응이 없더니만
몇번이고 계속 던졌어요. 근데 대여섯번 맞더니 후다닥 일어납디다;;
그 상태에서 일어나는 시간이 1초도 안걸린거 같을 정도로?; 푸덱 거리면서 일어났는데
머리는 봉두난발에 옷은 왜 그 택견할때 입는 옷인가요?
하여튼 그런 옷인데 덕지덕지 뭔가 묻어있는데 색이 잘 안보이더군요. 그리고
얼굴도 잘 안보이는데 우리쪽을 보더니..
뭔가 중얼중얼 거리더군요. 아.. 쓰면서 생각나는데 뒷골이 확 땡기네요..ㅠ_ㅠ
중얼중얼 거리는데 뭔가 명확히 들리지는 않고 웅얼웅얼 거리는데
목소리도 남자 같지도 여자 같지도 않은 뭐 표현할수 없는 그런 목소리에
웅얼거리는 소리도 존내 듣기 불쾌하고 막 우리보고 책망하는듯한 소리 같기도 하고
우는소리 같기도 하고 염불외는 소리 같기도 하고 하여튼 셋이서 슬금 슬금 뒷걸음질 치면서
들고 있던 돌맹이 그쪽으로 냅다 다 던져버리고
그대로 올라온길을 내달렸어요. 있는 비명 없는 비명 다 질러가면서 근데 그때부터 진짜 미치겠는건
저희가 그 사람같은걸 본 그쪽에서 우리 바로 옆쪽 수풀쪽으로 사람이 달리면서
풀에 스치는 소리 있죠? 샤샥 거리는 소리랑 풀밟는 소리.. 그 소리가 저희를 따라 계속 오더군요.
중얼거리는 소리는 멈췄지만. 진짜 막 넘어지는데도 아픈거 못느끼고 손전등은 넘어지면서
다 깨지고 가방 메고 갔는데 왼쪽 가방끈은 튿어지고 그래도 사람이 한가지 감정에 너무 치우치니까
다른건 전혀 안느껴지더라구요. 그냥 여기서 멈추면 죽겠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그렇게 산아래를 구르다시피 해서 내려왔는데 거기에 고등학교가 두개 있거든요.
여고 하나랑 남녀공학 고등학교 하나.. 그 앞은 좀 밝고 하니까 셋다 주저 앉아서 꼴을 살펴보니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 & 손바닥,무릎,팔꿈치,얼굴 등등 넘어져서 생긴 상처 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흙투성이에 전 가방 튿어지고 남은 한쪽만 메고 있고
제 친구는 오른쪽 신발한쪽 없어져서 오른발바닥에서 피 줄줄 나고 진짜 완전 누가 보면
산에서 맹수랑 싸우다 온것처럼 그렇게 보였을꺼에요ㅡㅡ;; 그렇게 숨 헐떡거리면서
- 방금 우리가 본거 사람이냐? 귀신이냐?
- 잘못 본거 아니지?
- 막 뭐라고 하든데 그거 뭐라는줄 들었냐? 한국말이긴 한국말이었냐?
등등 셋이서 동시에 아무도 대답도 안하는데 질문만 계속 했어요.
그렇게 한참을 셋이서 질문만 하다가 서서히 정신 찾고 보니
순간 이 상황이 너무 웃기더군요. 귀신보자고 올라가서 막상 봤다고 생각하니
생각할겨를도 없이 미친듯이 구르고 기어가며 내려왔으니..
너무 웃겨서 피식 한게 시작으로 셋이서 동시에 고등학교 앞에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아서
한참을 웃었어요. 박장대소를 했죠. 새벽 3시 반이 넘어서..;;
그리고 그때부터 아픈게 느껴지고 가방도 아깝고 제친군 신발 찾아야 되는데
오늘은 못올라가겠다고 하고 등등등.. 친구 자취방 가서 씻고 약바르고 다시 얘기해봤는데
셋다 본건 똑같고 듣긴 들었는데 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글로 쓰고보니 진짜 전혀 안무서워 보이는데
저흰 그때 진짜 미칠뻔 했답니다ㅡㅡ;;
폐교나 폐가 흉가 이런데는 귀신이 나온다고 해도 어차피 사람이 만든 곳이기 때문에 덜 무서운데
강가에서 봤을때도 이렇게 도망치지는 않았었는데 말이죠.
산에서 보는건 진짜 반딧불과 태양의 차이만큼 크더군요;;
근데 그날이 지나고 대충 정리가 된 후 생각해보니
그게 과연 정말 귀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나 사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