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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371676
    작성자 : 제2국민역Ω
    추천 : 0
    조회수 : 284
    IP : 175.193.***.155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2/07/24 12:14:06
    http://todayhumor.com/?gomin_371676 모바일
    (약텍스트압) 28세 군면제자의 썰풀이


    일단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빡침이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밀리터리 게시판에 올리려다가... 익명이 안되어서; 고민이라기보단 썰풀이지만 고민게시판에 올려봅니다.

    음슴체는 익숙치 않아서 그냥 대충 써볼께요.


    전 28세(85년생)의 신체건강한 남자입니다; 면제 판정을 받았고요.

    스무살, 대학 1학년 시절 신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당연히 현역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신체건강하고, 키와 체중은 평균정도에 안경은 쓰지만 시력이 심하게 나쁘지도 않고.

    그런데 어머니께서 너 진단서 가져가면 100% 면제일거라고, 의사가 그랬다 합니다.

    어린 시절에 수술을 하긴 했었습니다. 저는 기억도 안나는데 배에 흉터 있고 말로만 들어서 알고 있는 정도로...

    무슨 수술이었는지는 굳이 신경도 안 썼고, 신검때까지도 몰랐습니다.

    면제 판정 받고 나중에서야 알아보니 종양이 생겨서 장을 좀 절제했다나? 그런 것 같더군요.


    아무튼 진단서 보니 뭐 네가지 체크하는 부분중에 '정상생활 가능' 이런 항목에 체크되어 있길래,

    어머니한테 '뭐 이런걸로 면제 받겠냐고 정상생활 가능이라는데 당연히 보내지' 하면서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7급 재검이 나오더라구요...-_-; 

    그리고 며칠 후 재검받았더니 5급 제2국민역; 군면제, 예비군면제에 바로 민방위부터... 

    당장 학교다니는데도 민방위오라하던데 재학증명서 내니 괜찮더군요.

    난 팔팔하고 잘만 뛰어노는데 종이쪼가리 몇장에 면제라니 좀 웃겼습니다.

    그래도 뭔가 땡잡았다는 기분도 들고, 오지 말라는데 굳이 갈 방법 찾아서 가는 것도 싫어서 그런가보다 했죠.

    학교가서 말하니 뭐 좀 놀리듯이 너네집 잘사냐, 너 병신이냐-_-; 이런말들 오갑니다.


    스물 한살, 슬슬 동기놈들은 입대하고, 전역하신 형님들이 복학하십니다.

    이쯤부터 뭔가 자격지심이 듭니다. 형들은 저랑 같이 놀다가도 할땐 빠릿빠릿하게 잘하는것 같고.

    동기 여자들은 괜히 형들이랑 나랑 비교하는것 같고. 뭐만 하면 놀림받기 일수였죠;

    학교 선배들한테건 알바하는데서건 이새끼 개념없다는 소린 들어본적 없는데, 

    괜히 제 자신이 뭔가 못하고 있는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게다가 별 말 없던 사람들도 제가 군 면제란 사실을 알고나면 달라집니다.

    뭐 삐끗 실수하면 면제라서, 말한마디 잘못하면 면제라서, 기타등등 ㅡㅡ; 

    복학한 형들한텐 질문공세가 쏟아집니다. 너 왜 면제냐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도 다 물어보고... 뭐 진단서 받아서 면제 받았다 하면 또 병신취급 받을까봐,

    대부분 그냥 농담삼아 '저희 집이 좀 살고 아버지가 좀 높은 분이라...ㅋ' 정도로 웃고 넘겼습니다. 

    (실제론 아버지가 안계십니다. 어린 시절에 이혼하시고 어머니랑 둘이 월세방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러면서 다녔더니 -_- 존나 뜬금없게 친하지도 않았는데 급 들이대는 여학우들이 생겨납디다;

    속셈이 너무 들여다보여서 기분도 나쁘고, 거짓말한건데 그거 이용해서 뭐 잘해볼수도 없고 해서 

    '사실대로 말하자면 좀 길어져서 걍 뻥치고 넘긴거다' 하면 다시는 말도 안겁니다; 

    이런 와중에 형들의 갈굼은 더 심해집니다... 면제인게 맘에 안드는건지 여자꼬이는게 맘에 안드는건지 둘다인지;


    스트레스는 쌓이고 쌓이고... 도저히 못버티겠어서 그냥 휴학했었죠.

    다시 복학했을땐 위로는 한 학번 차이 복학한 형들, 아래로는 한 학번차이 여후배들과 같이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뭐-_- 똑같습니다; 그래도 학습해서 이젠 '제가 몸이 좀 안좋아서요...' 정도로 대답을 해드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병신취급을 받습니다. 후배들한테도... 

    여후배들은 복학생선배들의 비호를 받기 마련이라 뭐라 할수도 없고... 아니 사실 아예 말 섞기도 싫었습니다.


    그거 말고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있기도 싫고... 또 휴학하고 아르바이트 하며 돈이나 벌고...

    다시 복학하니 슬슬 동기들 전역하고 복학했지만 학년도 다르고 역시나 같은 학년인 후배 챙기기 바쁘고.

    가끔 한번씩 같이 술자리라도 가지면 바로 군대얘기 튀어나와서 저는 그냥 찌그러져 있어야되고.

    여자애들이 저보다 더 잘 압디다... 남자친구들 기다리느라 이래저래 알아본다니 뭐; 그 중에 끝까지 기다린 사람은 한명도 없었지만ㅡㅡ


    8년동안 이런 일들의 연속입니다... 새로운 인맥이 생길때마다 저게 반복됩니다; 일하는데서도 똑같이...

    처음엔 신기해하고, 좀 지나면 놀리고, 좀 더 지나면 전 그냥 병신이 되어있습니다 -_-;

    심지어는 온라인에서도 ;;; 겜하다가도 길드창 같은데서 군대얘기 나오면 꺼려집니다. 

    좀있으면 나한테 화살이 돌아오니까요. 넌 어디로 갔었냐고.

    면제라 하면, 뻔하디 뻔한 레파토리가 또 시작됩니다... 


    이제는 그냥 대꾸도 안합니다. 집요하게 캐묻는놈 있으면 정신이상이라 안갔다 하고 또라이 취급 받는게 속편하더군요;

    실제로 좀 또라이인건지 군대 안가서 그런진 모르겠는데 제가 보기에도 뭔가 이상하긴 합니다. 참을성이 모자라다거나...

    또, 남자들이랑 얘기하는 것 보다 여자들이랑 얘기하는 게 더 편합니다. 군대얘기 안하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생기진 않고ㅠ


    뭔가 장황하게 썰을 풀었는데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 지 모르겠네요.

    '그때 진단서를 내지 말껄' 이라고 후회하지는 않지만... 아니 가끔 술먹으면서 하는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라도 아들놈이(생긴다면) 면제의 기회가 있으면 다 걷어 차고 걍 다녀오라고 할겁니다.

    주위에 면제자 있으면 너무 놀리지들 마세요...ㅠㅠ 

    다른 면제자들도 이런건지, 제가 소심한건지, 제 주변이 이상한 사람들이었는진 몰라도 마음에 상처를 입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익명으로라도 털어놓고 보니 좀 속시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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