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30312205010894&RIGHT_COMMENT_TOT=R6 [한겨레]르포/ 안철수 출마 '노원병' 주민들 생각 들어보니
"안철수 노원병 선택 이해 안가"
"모범될만한 사람…기대들 많다"
(중략)
높은 인지도 비해 차가운 민심
"젊은 사람엔 인기 좋을지 몰라도"
안 전 교수의 높은 인지도에 비해 민심은 예상외로 차가웠다. 국회의원이 아닌 대통령이 되려고 외부에서 온 사람, 그래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떠날 사람이 아닌가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4월 재·보선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게 된 노원병의 민심은, 오히려 지역을 위해 얼마나 일할 사람인가를 가늠하는 쪽에 비중이 쏠려 있었다.
지난 선거에서 노회찬 전 의원을 찍었다는 김준길(45)씨는 "노회찬은 그래도 야권의 단일 후보였고, 이 지역 서민을 대표해서 국회의원이 된 것 아니냐. 안철수 같은 분이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젊은 사람들한테는 인기가 좋을지 몰라도"라고 말했다. "밖에서는 시끄럽던데 아직은 별로 말이 안 나온다"는 말도 보탰다.
"큰코 다친다…우리가 만만하냐"
"노원이 발전할 것이란 기대 가져"
새누리당 지지자로 23년째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아무개(59)씨는 "(안 전 교수가) 쉬운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왔다면 큰 코 다친다. 우리 지역구가 만만하냐.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면 책임이 있는 사람이 너무 일찍 나온 것도 그렇고, 위에서 내려와서 뭔가 하겠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가 보인 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아무개(22)씨는 "노회찬 전 의원이 삼성 엑스(X) 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박탈된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이해를 구한 다음 출마를 선언했어도 되는데, 대리인을 통해 일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내가 알던 것과 조금 달라 실망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태도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여전히 대선 과정에 안 후보가 보였던 선거 방식이 미온적이었고, 선거 당일 출국이 경솔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달래기에는 3개월이란 시간이 너무 짧은 듯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5.9%p차 1위
안철수로 단일화땐 10.1%p차
안 전 교수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는 이 지역에서도 여전했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37)씨는 "이 동네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산다. 그래서 전 국민에게 모범이 될만한 사람이 우리 지역을 대표하려고 한다니 기대들이 많다. 이번에는 특히 대선 후보로 꼽히는 분이 오니 더 그렇다"고 말했다. 대선 때부터 열렬한 팬이었다는 30대 주부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노원에서 (새 정치를) 시작한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노원이 발전하는 것 아니냐. 그런 기대감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의 인기는 여론조사에서도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 10일 <jtbc>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노원병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안 전 교수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교수가 무소속 후보,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다고 가정한 다자대결에서도 안 전 교수는 35.4%로 1위를 차지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7%p). 이 전 비대위원은 29.5%, 이동섭 위원장 13.2%, 김지선 후보 9.2% 등의 순이었다. 야권만 본다면 안 전 교수의 지지율이 38.5%로 가장 높고, 민주통합당 이동섭 지역위원장이 17.7%,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는 15% 순이었다. 특히 야권이 안 전 교수로 단일화하면 이 전 비대위원의 격차는 49.7%와 39.6%로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누리당 후보로 홍정욱 전 의원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46.7%가 안 전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지선 후보엔 안쓰러운 시선
"노회찬 의원직 박탈과정 알면서"
안 전 교수가 현충원 참배로 노원 병 출마의 일정을 시작할 무렵,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남편인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마들역 인근 상가를 돌며 인사했다. 안쓰러운 시선을 보내는 60대 할머니에게 김 후보가 안기는 모습에 취재 중이던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김 후보에게는 노원 병지역의 풀뿌리 시민단체가 큰 힘이다. 실제로 마들주민회, 함께 걸음 의료생협 등 노원 병 지역에서 활동하는 4~5개 풀뿌리 시민단체는 김 후보 지지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 후보는 마들주민회 운영위원, 함께 걸음 의료생협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마들주민회 이지현 대표는 "2월14일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박탈 이후 이 지역 시민단체들이 특별사면을 위한 서명운동을 했다. 단체들은 김 후보의 출마를 이해하고, 정서적으로는 김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방식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곧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안 후보가 노 전 의원의 의원직 박탈 과정을 알면서 노원병을 택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홍정욱 전 의원의 사례처럼 지역사정을 잘 모르는 명망가가 의원이 돼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게 지역주민들에게 학습효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을 대신해 김 후보가 나선 데 대해서는 여전히 지역구 세습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정주부인 차무순(51)씨는 "일할 사람이 말실수로 일할 기회를 잃은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아내가 나오는 것은 세습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30대 후반의 이 아무개씨는 "일할 만한 순간에 억울한 일로 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노 전 의원이) 아내를 도와 지역을 위해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