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이었다.
연휴를 연휴답게 쉬지못한 울분을, 다음날 출근따위 생각안하고 술을 빨아재껴버리며 날려버리고...
남들보다 뛰어나다 장담할 수 있는 귀소본능을 발휘하며,
인간의 마지막 존엄성을 지키며 네발로 기지않고 간신히 두 발로 걸으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택시가 안잡혀...단거리라고 오지도 않어...ㅠ.ㅠ)
마지막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기나긴 솔로생활.
술김에 매력적으로 보이던 신호등기둥에 기대어
정상이 저 앞 이야. 힘내자. 라며 결의를 다지고 있는데,
"저기요~말씀 좀 여쭐께요~"
라며, 누군가 말을 붙인다.
나는 예전부터 사람눈빛을 보면 이 사람이 제 정신인지 아닌지 약 98%의 확률로 감별해내곤 했다. (최소한 미친 X은 잘 구분함.)
이 맑다못해 살벌하게 반짝거리는 눈빛은 세상이 아직 감당못하는 천재거나, 그냥 맛이 간 인간의 눈빛이다.
여기에 입술빼고 노메이크업, 좀 많이 촌스러운 체크남방과 살때는 검은색인것 같은데 때가 탄건지 먼지가 앉은건지 색이 바랜 면바지, 검은 뿔테안경, 메이커모를 등산화와 백팩의 조합으로 미루어보건데,
약 380%의 확률로, 거 쓸떼없이 남의 사주관상을 봐주고, 나도 모르는 조상님의 심기불편함을 알리고, 제사를 권하는 "영업사원"이었다.
나는 30년 넘게 살면서 사람과 종교관련하여 엮이면,
그 사람 알아가는 과정도 안 좋은데, 결말은 뭘 해도 비극으로 끝나는 인생역정을 가진 사람이라,
어디 가서 도를 아십니까, 인상이 좋아보이세요, 예수믿어야 천국가요. 이런거 정말정말 안좋아한다.
이런 사람들 만나면 예의상이라도...그냥 표정관리가 안된다.(친구들의 증언)
퍽 불편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관계로 한때 "클레임담당"으로 일한 적도 있다. 인상으로 70%는 먹고 들어간다고-_-ㅋ
그래서 어지간한 (고객님과 거래처의 당연한 불편불만사항은 제외하고) 진상들의 떽떽이정도는 씨익 웃어주며 처리해낸다.
어째 내가 씨익 웃으면 처음에는 얼굴만 보면 칼빵이라도 놓을것같던 사람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며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면 진짜 프로페셔널한 교육을 받은 담당자가 내 버프가 통하는 동안에 얼른 처리해버림ㅎ)
이렇듯 보통이상의 남들 불편하게 하는 인상을 가진 관계로,
어지간한 도인과 자칭 종교인들도 영업을 시도하려들지않아 나름 청정지역으로 지내고 있었고 시간도 꽤 야심했고 음주로 인해 개방심한 틈을 타,
아야나미 레이에게 침투한 사도, 알미사엘처럼 나의 AT필드에 균열을 일으킨 모양이다. (술이 이렇게 해롭습니다...)
이거 허...라며 자연스럽게 탄식이 나오고 초보이신가 열정적이신건가 그대의 열정에 치얼스~라며,
영업적으로 이빨로 털릴래, 내 썩소보고 움찔하며 꺼질래 둘 중 하나 골라봐. 안그래도 기분도 안좋은데...라며 (술김에)한마디하려는데,
"이 사탄의 자식아!!!! 지옥불에 떨어질 마귀같으니!!!!"
라며, 지옥불에서 니가 나오신것 같은 기세로 웬 아주머니가 나를 상대로 하던 "영업사원"에게 나 대신에 달려드셨다.
이 사이비이단아!!!라며 그 뽀글뽀글빠마 아줌마는 뿔테안경영업사원을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나한테는 힘없는 느물느물한 말투로 한 500만원짜리 제사를 권할것 같던 그 영업사원도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에 갑자기 초싸이언으로 돌변하여 전투력을 뽐냈다.
아...독실하다못해 넘쳐흐를정도로 열정적인 교인이시고, 이 쪽은 영업실적때문에 압박감이 장난아니었구나...라며,
마침 바뀐 신호등과 조금 더 기운빠지면 근처 버스정거장 벤치를 침대삼아 자버릴것 같아
(세계 3대 구경거리인 불구경, 부부싸움구경,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X밥싸움)
동양과 서양의 싸움을 마저 구경하지않고 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많이 늦어 목격자가 없는 점, 내가 SNS를 하지 않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그 잠깐 타이밍에 오고간 동서양개똥철학의 충돌은 가히 10만 따봉정도는 받을 정도로 격렬했기때문이다.
공격해오던 동쪽의 오랑캐, 동이는 느닷없이 나타난 서쪽의 오랑캐, 서융의 기습으로 중원을 공격할 타이밍을 놓쳤고,
그렇게 중원과 중화는 평화를 지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