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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37079
    작성자 : ㅠ_ㅠΩ
    추천 : 6
    조회수 : 524
    IP : 61.106.***.92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09/05/14 10:44:15
    http://todayhumor.com/?gomin_37079 모바일
    너무 우유부단한 성격이 걱정이에요.!!!!!!!도와주세요 ㅠ_ㅠ
      저는 스스로 병이다 라고 생각할 만큼 우유부단 합니다.

      나이들어서 쭉 생각해 보니 어릴때 부터 제가 결정을 하면 늘 결과가 그닥 좋지 않아서

      욕을 먹거나 후회하거나 해서 그런듯 해요.

      특히 어릴때부터 친구들과 뭘 먹으러 가거나 어디 가거나 할때 제가 가자고 한 곳은

      꼭 인근에서 가장 맛없고 불친절한 곳이더군요.  제가 결정하면 늘 그랬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어디가자고 결정을 하면 친구들은 으례 "아 그럼 일단 여기선 저기가 젤

      거지같겠네~"  이라고 하니까요.  그래서 전 늘 술집이던 밥집이던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데서 가고 제가 절대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별 거 아닌거에도 괜히 이래저래 망설입니다.  

      아 밥먹고 화장실 가야할까,  화장실 가고 밥을 먹을까?  지금 밥 먹으면 시간이 어정쩡한데

      이따 먹을까?  밥은 뭘 먹을까?  오늘은 짜장면이 땡..아 어제도 먹었지. 그제 점심도 짜장면

      이였어.. 그럼 제육덮밥이나 오징어 덮밥? 아 그것도 질리고 짬뽕은 국물이 많아서 싫고

      아! 볶음밥은 두개 비스무레.. 아.. 볶음밥은 너무 기름지고 맛 없지.. 그럼 더운데 냉면

      이나.. 아! 냉면은 먹어도 그닥 배가 안 불러서 나중에 또 배고파... 찌개종류는 맛 없고..

      돈까스 같은건 밥이 적게 나오고.. 밥을 추가시킬까.. 으음..

      위의 고민이 어제 점심먹을때 한 고민입니다.  결국 두시간만에 허기에 못 이겨 가장 

      빨리 배달되는 짜장면을 시켰습니다.  정말 병적이죠?


      또 어젯밤은 너구리 닮은 여친이 술을 사준다고 해서 나갔는데,  9시에 만나서 위와

      같은 고민을 반복하다가 결국 11시까지 결정을 못 해서 결국 집에 들어와서 술 마셨

      습니다. 집에 들어가자는 것도 옷을 다시 갈아입고 한번 더 생각해 보자고 하다가

      어머니께서 귀찮게 뭘 나가 족발먹어 라는 말 한 마디에 족발을 시켜 먹었구요.

      물론 어머니께 "족발 먹고 싶어?" "족발이 괜찮을꺼 같아?" "진짜 먹을꺼야? 난 아무

      상관 없는데 어머니가 족발 먹는다고 하면 난 그냥 한젓가락 거들께" 라고 해서

      시킨 겁니다.   어제는 제가 생각해도 진짜 무서울 정도의 얼간이 같았습니다.
     
      물론 술집이던 어디가서도 메뉴는 제가 시키지 않습니다.  왜냐, 못 고르니까요~



      자기 전에 또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어릴적에 우유부단한 주인공을 이쁜 여자들이

      다 같이 좋아하고,  주인공은 우유부단에서 결정못하고 당황하면서 삼각관계등을

      이어가는 만화나 하렘물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걸

      많이 봤다고 우유부단해 졌다면,  액션만화를 많이 본 사람은 격투가가,  애로물을

      많이 본 사람은 애로배우나 감독이 되어 있겠지요.   아 진짜 모르겠습니다.

     
      뭘 살때도 전 기본적으로 엄청난 고민을 합니다.  고가의 제품은 말할것도 없고

      예전 어릴때 용산에 호출기 사러 갔을땐 용산을 일요일마다 한번씩,  한달동안을
     
      갔지요.  덕분에 호출기 파는 아저씨들이 절 보면 오히려 슬그머니 피하거나 공포에 

      떠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워크맨 사러 갔을때는 일주일만에 샀는데  일주일을 더 고민하다가 반품을 

      받아온적도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절때 환불안해준다고 장담했었는데 전 그냥 다시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그 앞에서 우물쭈물 한나절 동안 고민을 했을 뿐인데 말이죠.  



      "정말 마음에 안 드는데 반품은 안되죠? 아, 안된다고 하셨지.. 많이 손해 보지요? 그냥

      다시 쓸까요? 아 근데 정말 마음에 안 드는데.. 다른 물건으로 교환은 안 되.. 아 안된다고

      하셨죠... 그럼 비슷한 가격대 물건으로 바꾸는건 어떨까요?  아~ 그게 그거라구요.... 

      아우 죄송해요.. 제가 결정을 잘 못해서 괜히 저 때문에 고생만 하시네요.... 으음.. 그러면요.."



      그 짓을 상점앞에서 몇시간 동안 하고 있으니 어느새 제 손에는 돈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판매점 형의 눈동자는 서서히 위로 올라가고 있었고 입에는 마른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고있었습니다.  

      돌아갈때 어서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한나절 동안 한 십년은 더 늙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줘터지지 않았던 것은 역시나 더러운 인상 때문이겠죠.
     

      제 병적인 우유부단증 때문에 처음에 만나는 사람들은 그냥 예의상 웃거나 결정해 주지만

      시간이 계속되면 점점 눈동자가 하얗게 서서히 뒤집히며,  발작을 일으키려 하던가

      주먹을 풍차처럼 휘두르곤 합니다.  하지만 행여나 쳐 맞지 않는건, 예~  더러운 인상 때문이지요.


      물론 일상적인 일은 잘 하고,  잘 행동하고 판단합니다.  설마 신호등을 보고도 갈까 가지

      말아야 할까,  저 여자는 이쁜데 말을 걸어볼.. 아.. 근데 이건 못하네요.  여하튼 소소한

      일이나 먹을꺼, 어디 갈꺼, 살꺼 등등에서 진짜 우유부단으 극치를 보여줍니다.

      이거 고치는 방법 없을까요?  좀 등신같지만 저에겐 진지한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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