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귀신 보고 싶어서 흉가 찾아다니고 커서는 시간나면 한번씩 시골 촌동네 찾아가서 흉가나 폐가를 늦은밤이나 새벽중에 찾아다니고 저주 받았다는 장소나 물건도 찾아가보고 그랬다.
그러나 늘 건진 건 없었다. 그러다가 기라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 가라데를 배웠다. 무도를 하다 보면 기라는 것을 느낄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잘은 모르겠지만 가라데는 마음에 들어 14년이 지난 지금도 열심히 가라데를 배우고 있다.
최근에도 전라도에 업무 차 들렀다가 인근에 여관에 묵고 있었는데 장난삼아 여관 주인에게 이 근방에 귀신이나 뭐 흉한 일이 일어난다는 그런 곳 없느냐고 물으니까 주인이 정색하면서 그런 말 말란다. 큰일난다며 안 그래도 이 근처에 이유없이 지붕이 무너져 살던 사람이 크게 다치고 흉가가 된 집이 있는데 여름이고 하니 학생들이 공포 체험이랍시고 밤중에 찾아갔다가 여자애는 기절하고 남자애 하나는 왼손이 마비가 되어서 난리가 났었단다.
브라보! 새벽 두시에 찾아갔다. 근데 뭐 깊숙한 산까지는 아니고 한 이삼백미터 거리에 불 켜진 빌라 한 채 있고 주변에 짓다만 아파트들이 좀 있어서 썩 그렇게 음기가 강하다 느낀 곳은 아니었다. 집은 정말 무슨 벼락 맞은 것처럼 가운데만 쑥 꺼져있고 마당에는 온갖 집기류들이 마치 누가 던진 것처럼 여기저기 펼쳐져 있다. 개집이랑 밥그릇도 보였지만 개가 있을리가 있나.
집도 별로 크지도 않고 해서 살 둘러보고 있는데 봉고차들이 오더니 사람들이 막 내린다. 그리고 환하게 켜지는 불들과 등장하는 카메라들. 그들은 나를 보더니 욕까지 하며 놀란다.
어우 씨발 뭐여 사람이 있네라던지. 꺄아아악 저거 뭐야 라던지.
나보고 뭐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아 그냥 산책하러 나왔다고 대답했다. 그러는 당신들이야말로 뭐하는 거냐 불 켜놓고 카메라 들고 나와서. 그러니까 자신들은 방송국에서 공포 프로그램 촬영하는 스텦들이란다. 뒤에서 남자 두명 여자 한명 서 있는데 남자 하나랑 여자 하나는 정장을 입고 있고 한 남자는 개량 한복 같은 걸 입고 있는데 무당들이란다.
나테 다가오더니 왜 왔느냐. 이런다. 그래서 귀신 잡으러 왔다. 이러니까 완전 띠껍게 노려보는거. 그래서 나는 지긋이 살짝 미소지으면서 당신들 무당이라면서 어떠쇼 여기 귀신 느껴짐? 이러니까 천천히 집을 둘러보면서 손을 들어서 무슨 바람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하더니 음기가 강하고 이 정도면 뭐라도 있으러다 이럼. 나는 그치들에게 티비서 대충 하는거 봤는데 난 당신들 사기같더라. 엊그제 나온 프로에서는 육십넘은 무당이 고속도로에서 작년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19살 고딩 둘을 접신했다는데 말하는 건 들어보니 딱 육십대 할머니 멘트다. 요즘 19살들이 누가 똥물에 튀겨죽인다느니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말을 쓰나.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니까 그냥 생각에 잠긴 척 말이 없다.
관계자가 다가오더니 방송해야 한다. 집에 가시라 이러길래 여기가 당신들 전세냈느냐 먼저 온 사람더러 가라는 건 뭔 행패냐니까 그럼 방송하게 좀 비켜라도 달란다. 그래서 조금 떨어져 서서 촬영하는거 지켜보려니 완전 어이없고 웃음이 나온다.
내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꿍해있던 무당들이 카메라 도니까 좀 밝은 표정으로 멘트를 던진다. 무당이면 방송인은 아닌데 방송인처럼 행동한닼ㅋㅋ. 그리고 보고 있으려니 가관도 아님. 정장입은 남자가 갑자기 접신했다며 난리 부르스 바이브레이션을 취하는데 목소리 아주 힘들게 까는게 다 들림ㅋㅋㅋㅋㅋ. 힘드니까 중간중간에 말 못하는 척 말을 안함. 주변 무당이 말하기를 어린 여자아이의 영이 들어갔는데 말하기를 힘들어 하는 거보니 뭐 질식해서 죽었다느니 어쩌고. 다 큰 남자가 여자애 목소리 흉내내는거 들어봤음? 어린 여자아이가 아니라 방송에서 목소리 변조한 것처럼 그리 말함.
그러더니 갑자기 그 남자 머리위에다가 종이 찢어댐. 귀신 쳐냈다고 함ㅋㅋㅋ. 귀신을 지네 맘대로 들였다가 뺐다가 함ㅋㅋㅋㅋ앜ㅋㅋㅋㅋ. 난 보고 싶어서 찾아다녀도 보지도 못하는데 저 사람들은 귀신을 전입시켰다 퇴출시켰다 자유자쟄ㅋㅋㅋㅋㅋ.
그러더니 카메라맨이 카메라 천장 문턱에 부딪히더니 내가 봐도 카메라 충격으로 화면 흔들린건데 뭐가 카메라를 치고 지나갔다 카메라가 이상하다 난리들이고. 무당들 차례차례로 돌아가면서 접신드립치고 내가 듣기론 이 집 지어진게 오년이 안됬다고 들었는데 쟤네들 이야기는 거의 두 시대는 넘나듬ㅋㅋㅋㅋㅋㅋ. 심지어는 이집 지어지기전에는 논밭이었다는데 논밭에서 사람 죽을 일이 얼마나 있음? 논밭에서 여자아이가 왜 뜬금없이 물에 빠져죽으며 영감쟁이가 벼락을 맞고 죽고 사람들이 죽어나감ㅋㅋㅋㅋㅋㅋ.
잡소리가 길었고 나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런 폐가를 찾아가면 주먹과 발로 집을 다 때려부순다음 마당에 분리수거까지 싹 다해서 나무나 종이는 한데 모아 태워버리고 그 터 자체를 완전히 정리해버리고 그랬었음. 옛날 집이나 흉가 폐가들은 벽도 상당히 약하고 이미 집들이 쓰러져가던 것들이 많아 맨주먹과 발로도 처리할 정도로 약해 빠짐.
충청도에선 마을 한 중앙에 있는 저주나무인가 뭔가 건드리면 죽는다길래 잘라버리려니까 동네 영감들이 안된다고 난리쳐서 가지치기하고 옴. 그게 오년도 더 됬나. 아무리 질알을 하고 깝을 쳐도 귀신은 날 찾아와주지 않음. 귀신도 날 버린 건가.
군 복무중에도 27사라 강원도 산 밑인데 귀신봤다는 후임과 선임 동기들 매일 내가 데리고 다니면 맨날 왜 안 보이지 이러고 내가 안 가면 또 귀신봤다고 난리들이고. 걍 껒여 귀신새끼야. 닌 이제 보이면 아예 소멸시켜 버린다. 아오 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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