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대체적으로는 아주 만족했습니다. 최근 본 영화중에서 제일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몇가지 남는 영화였습니다.
1. 왜 유인탐사인가?
줄곧 영화를 보면서 의문을 가졌는데, 영화 속에서 만 박사의 대사 '로봇은 공포 ㄴㄴ해'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스필버그판 원본을 보니까 쿠퍼 일행이 웜홀을 넘기 전에는 철저히 무인탐사 위주더라구요.
배신 때리는 것도 중국로봇이구요.
그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성이 인류의 새로운 지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중력, 대기의 성분, 기온, 지각활동, 자연환경(해일) 영상 이미지, 등의 데이터에 근거해서 도출되는 결론이 아닙니까?
사람이 가는 건 그 다음이죠.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나가리인 곳에 가서 과학자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 왜 생존 데이터가 확보되지도 않은 데에 일단 과학자가 가서 뻘 목숨을 꼴아박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가던데요.
만 박사의 배신과 에드먼즈와의 관계 설정 등을 위한 끼워맞추기로 보입니다.
2. 과연 과학자 집단이 진행하는 일인가? .
일단 진입 전에, 블랙홀과 너무 가까이에 있는 문제는 차지하고서라도, 파도행성이 바다밖에 없다는 게 우주선에서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습니까?
파도행성의 경우, 바다에 있는 괴생명체나 초거대 해일 같은 것은 사전에 가능성을 고려해 두고 갔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불과 몇분 전에 밀러가 상륙했다는 시간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면 난파된 우주선 잔해를 보고 '데이터'를 수거하겠다는 뻘 생각은 안했겠죠. 대체 불과 몇분 전에 도착해서 박살한 우주선에서 무슨 대단한 행성에 관한 데이터를 얻자고 그랬답니까?
사전에 당연히 수행되어야 했을 작업의 부재, 다짜고짜 우주선에서 내리는 무모함, 쓸데없는 데이터를 위한 고집.
이런 것들이 파도행성에서의 문제였죠.
물론 캐릭터가 다 완벽하다면야 무슨 스토리가 나오겠습니까만, 그것은 바보들의 향연이 되어서는 개연성이 없죠.
3. 작위적인 감정씬과 대사
저는 일단 인터스텔라의 대주제, 시공을 초월하는 가족애, 사랑의 힘에 대해서 까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다소 뜬금없습니다.
아멜리아가 에드먼즈행성으로 가자는 걸 주장했을 때의 사랑의 힘, 만 박사가 쿠퍼를 죽음으로 내몰면서 언급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
좀 생뚱맞죠.
결과적으로 그것이 대주제에 함몰되는 짜임새있는 부품이었다고쳐도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영화를 보는 중간에 깨버리는데요.
인터스텔라는 결론이 생뚱맞게 느껴지지 않게 하느라 대신 투박한 대사를 강박적으로 노출시켰어요. 그래서 최종결과물조차 유치하고 주입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대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이게 문젭니다.
결말조차 강박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요.
4. 틀에박힌 클리셰
다수의 집단으로 떠난 일행이 사고를 통해 한사람씩 한사람씩 out되다가 주인공 남녀만 남게 된다는 식의 플롯은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왜 이런 뻔한 공식을 놀란 영화에서 봐야하는 걸까요. 너무 제가 기대를 많이 한 걸까요.
5. 중력이라는 키워드가 묻힌 것
저는 블랙홀 진입 이후에 펼쳐진 4차원 테라섹트에 대해서 비주얼 쇼크를 받았습니다. 영화가 다 끝나고도 생각나는 건 그거더라구요. stay나 nonono 라면서 책장 뒤흔드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미지와 신비의 장소에서 의사소통 수단이 중력이라는 점에서 갸우뚱 했거든요.
찾아보니 최신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차원을 넘어 시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바로 중력이라고 하더군요. 3차원은 5차원이라는 큰 장막에 맺힌 물방울과 같고 중력은 5차원에서 오는 힘이라고 합니다.(전 잘 모릅니다)
인터스텔라에서 웜홀이 다른 은하계와 태양계를 잇는 것도 중력의 힘이 작용한 것이고, 블랙홀 내부에서 쿠퍼가 딸의 방을 찾게 된 것도 시공을 초월하는 중력의 힘이죠. 딸이 찾게되어 인류를 살린 방정식도 중력방정식이고요.
고로 제가 생각하는 인터스텔라의 진짜 줄기는 사랑도 뭣도 아닌 바로 중력입니다. 이 중력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시공을 초월할 수 있는지 초반부부터 이론적으로 선명하게 부각시켜줬으면 훨씬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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