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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36694
    작성자 : 리리엔
    추천 : 13
    조회수 : 1647
    IP : 121.152.***.251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7/10/06 05:20:26
    http://todayhumor.com/?love_36694 모바일
    싸가지 없는 대학 동기 수연이 이야기 -1-





    수연이는 은따였다. 은근한 따.

     

    정확히 말하면 남자애들 대부분은 수연이를 혐오하고, 일부 맘 약한 여자애들도 수연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수연이는 수연이 그룹끼리만 놀았다. 그 외에는 냉담하게 대했다.

     

    , 수연이는 항상 같이 다니고 노는 그룹이 있지만, 그 외에는 어울리지 않는, 왕따라고 하기엔 애매한 약간 그런 존재였다.

    내 스스로 미화해서 평가하면 천상천하 유아독존. 고고한 존재가 남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고 그러던 말던 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연이를 한 어절로 표현하면, '싸가지' 였다.

    한 마디로 싸가지가 존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남자애들중 일부는 극도로 혐오해서 수연이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안씨(수연이의 성이 안씨였다) 혹은 ㅅㅇ으로 부르기도 했다.]

     

    심지어 같이 다니는 그룹 멤버들에게도 개꿀잼으로 지내다가, 아니다 싶은 건 좀 우회하더라도 냉담하게 잘르는 성격이다.

     

     

     

     

     

     

    군계일학.png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그룹 내에서 배척당하지 않고, 심지어 수연이와 나쁜 상호작용을 거치지 않은 여자애들은 수연이를 우러러 보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수연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똑똑'하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군계일학'

     

    그래서, 수연이가 자기 주장을 고집해도, 존나 싸가지 없게 말해도, 결국은 맞는 말이고 반박할 수 없었기에, 당사자는 기분은 좀 나쁠 수도 있지만

    결국은 다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조별 실습시간에, 누구 시키지 않았지만, 수연이 혼자서 총 지휘를 하면서

     


    "야 너 이거해."

    "야 너 지금 그거 알고 하는 거야?"

    "야 뭐하냐? 교수님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 거 못 들었어?"

    "야야 야!!!"

     

     

    거의 고든렘지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독설을 내뿜고, 목소리가 큰 탓에 옆 조였던 나는 수연이의 짜증섞인 명령을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심지어 수연이보다 연장자인 사람도 뭐라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수연이의 지적이, 명령이 전부 탁월하고 반박할 수 없고, 최고의 효율을 내는

    거의 교수님이 명령하는 수준의, 질적으로 흠잡을 수 없는 오더이기에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다.

     

    그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2가지로 나뉘었다.

    신기하게도 그 2가지가 남/녀로 정확히 나뉘기도 했다.


    [사실 수연이가 남자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 것 같다. 같은 그룹을 제외하면 남자에게 무관심하고 냉담했다.그래서인지 여자애들에게도 가차 없는 수연이지만, 남자들에겐 좀 더 심했다.

    그렇다고 수연이가 무개념 남혐은 아니었다.

    나도 남자고 인터넷 페미니즘 별로 좋게 생각하진 않지만, 수연이의 말들은 전부 납득 가능하고 동의하는 것들이었다.]

     

    남자애들은 '맞는 말인데 같은 팀하기 너무 불편하다. 항상 긴장속에서 조별실습을 해야한다.' 였다.

    그 중 수연이의 욕설/독설을 신명나게 얻어먹은 수연이네 조원이 썰을 풀자 그 애 친구들이

    약간 분노하며


    "야 연장 챙겨 연장. 연장 어딨어." 하면서 반쯤 코믹하게 분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애들은 일부는 침묵을 지켰지만

    다른 일부는, '수연이 or 언니가 좀 직설적이긴 해도 일처리 빠르고 믿을 수 있다.'

    의 분위기였다.


    일부 남자애들 중에서는 침묵을 지키는 한 편 여자애들과 비슷하게 탐탁치 않지만 실력은 인정! 하는 아이도 있었다.

     

    심지어 다른 조에선 이런 아이까지 나왔다.

     

     

     

     

    "수연이 멋있어...."

     

     

     

     


     

     

     

     

     

     

     

    애달프게도 나였다.

     

     

     


     

     


    saya.png

    수연이의 외모?

     

    최대한 비슷한 짤은 찾아보려고 하다 결론지은게 이 사진이었다.

    수연이는 예쁘고 청순한 아이이다.

     

    이 사진에서 약간 인상쓰고, 잘생(?)긴 편이고, 좀 더 어른스럽고, 좀 더 냉철한 눈빛을 가진 얼굴이 수연이다.

     

    하지만 평소의 수연이는 예쁘지만 이렇게 예쁜 모습까지는 아니다.

     

    수연이는 놀러가거나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화장을 평범하게 파운데이션 정도만하고 그 흔한 눈화장도 아예 안한다.

     

    하지만 조금 적당히 화장하면 이 사진의 소녀처럼 청순하고, 때론 수연이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눈부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남자애들이 수연이를 싫어하고 일부는 극도로 혐오하지만


    가끔 수연이가 맘 먹고 화장하고 온 날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난 여태 수연이가 남자인 줄 알았어~ 오늘 화장하니깐 좀 여자 같더라"


    "! 미쳤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저기 큰 병원 있는데 빨리 가보는게 어떄요??"


    뭔가 혐오하는 대상이 예쁘고 생물학적 본능을 일깨우니 다들 약간 당황하면서 현실부정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 수연이를 동경하던 나는, 수연이 외모를 보고 동경한 건 아니지만, 수연이가 더욱 눈부시고 이상향으로 보였다.

     

    심지어는 이런 생각도 했다.

     

     

     

     

     

     

     

     

    수연이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생에는 수연이 같은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나는 수연이와 친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조는 아니었지만, 조별실습 도중 종종 수연이네 종종 찾아갔다.


    수연이는 별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이거 되게 잘했다... 누가 한 거야?"


    한 조원은 약간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수연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식으로 수연이를 우회적으로 칭찬하려고 한 거였다.


    이런식으로 말을 붙히고, 나 따위는 신경도 안 쓰던 차가운 수연이가

     

    "오빠 자꾸 우리 조에 현타를 즐기러 오지 말라구 ㅋㅋㅋㅋㅋ"

    하면서 웃기 시작했고

     

    가장 말 안 듣고 답 없는 조원에게 씨발씨발 거리던 수연이의 욕설을 교수님이 듣고 '누가 ㅅㅂㅅㅂ거려? 하니깐

     

    "이 오빠가 그랬어요!"

     

    하면서 은근 슬쩍 내 눈치를 보면서 웃기도 했다.

     

     

     

     

     

    이런 나날중 어느 날 실수 아닌 실수를 했다.

     

     

     

     

     

     

     

     

     

    그 날도 수연이는 조별 실습을 멋지게 지휘하고(조장은 따로 있었다... ㅋㅋㅋ)

    교수님의 칭찬까지 받았다.

     

    그 날 따라 수연이가 너무 멋있었다.

    수연이가 잘생긴(?) 것도 있었지만, 그냥 수연이의 그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이 너무 빛나 보였다.

     

    나는 반딫불이 처럼, 태양처럼 빛나는 수연이 주변을 서성였다.

    쉬는 시간이라 다른 조원들은 쉬러 갔고 수연이만 남아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말 최면에 걸린 듯, 초점이 반 쯤 나간 상태로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수연아 넌 왜 이렇게 공부를 잘해?"

    수연이는 늘 그렇듯 약간 톡쏘는 말투로

     

    "공부를 해!"

     

    "멋있어....."

     

    "?"

     

    수연이가 내색은 안했지만 약간 당황해했다.

    그러더니 실습물을 만지작 하면서 "이거 ㅇㅇ에게 자랑해야지~" 하면서 말을 돌렸는데...

     

    진짜 나는 뭐에 홀린 듯, 거짓없고 진실된 상태로 한 마디 덧붙혔다.

     

    미소지으며 나는 말했다.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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