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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366418
    작성자 : 탑동의보말
    추천 : 5
    조회수 : 971
    IP : 221.162.***.162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09/09/17 16:09:36
    http://todayhumor.com/?freeboard_366418 모바일
    다단계 경험담
    저는 워낙 다단계를 많이 경험해봐서 이젠 누가 "밥먹자." 얘기만 나와도 '아 다단계구나."할 정도입니다.
    그들의 첫번째 목적은 교육장으로 유인입니다.
    교육장으로 유인을 해야 물건을 팔던지 회원유치를 하던지 그 스타트를 끊거든요.
    고로 안생기는 오유여러분들은 아리따운 여성분이 다가와서  "밥먹자."고 하면 일단 50%는 다단계를 의심하고 들어가야됩니다. 왜냐하면 우린 원래 안생기니깐요.

    그날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원래 자동차동호회 동생인데 얼굴도 반반하게 생겼고 남친도 있는 걸로 아는데
    결정적으로 별로 친하지도 않고 
    평소에는 전화도 잘 안하던 ㄴ이 그날따라 괜히 친한 척하는 겁니다.
    그리고 밥도 먹자고 하네요.
    순간 본능적으로 '아 다단계구나.'생각했고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다단계로부터 그녀를 구해내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했고, 
    그녀는 '다른 다단계직원들이 늘 그렇듯이' 친히 저를 모시러 오셨습니다.
    뜨악~
    i-30 신형...(i-30이라고 쓰고 아이써티라고 읽습니다.)
    그 차를 보는 순간 갑자기 짜증이 더 밀려왔습니다.
    '이 ㄴ이 단단히 홀렸구나. 쉽지 않겠는걸...'
    전 그냥 내색하지 않기 위해 자동차 좋다~~는 말만 하고는 절대 딴소리는 아무말도 않고 그녀와 최고급 음식점으로 갔고, 전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최고급 요리를 주문했습니다. 

    음식이 그리고 나올때 즈음 작전을 수행하기 시작햇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왜 만나자고 했는데? 어디 갈거야?"등 궁금하다는 듯 계속 질문을 했고 
    좀 더 당황시키기 위해서 제가 미리 계산을 해버렸습니다.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매장으로 향하더군요.

    저는 순순히 따라갔고 교육장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교육을 담당하시는 아주머니는 미용실을 하다가 다단계로 진입했는데 현재 높은 위치에 있는 듯 보였고
    정수기능도 없는 이온정수기를 판매한다는 사실
    그리고 의료기구로써 호평받는다는 사실
    정수기를 사면 엄청난 포인트가 누적된다는 사실 등등
    모든 내용을 꼼꼼히 적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햐 오빠 진짜 열심히 공부하네."하면서 뿌듯해 했지만
    사실은 반론을 펼치기 위해 혼자 속으로 계산중이었습니다.

    반격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일단 밖에 나가서 담배한대 피우고 오려고 했습니다.
    당연히 직원한명이 따라 붙더군요.
    담배한대 피우고 들어왔더니 아까 그 아줌마가 제 담당인 모양이었습니다.
    그분은 아까 했던 조직도와 상품별 마일리지 설명을 다시 해주더군요.

    저는 그것도 꼼꼼히 다 적었습니다.
    그리고 반격!
    저는 먼저 그녀가 구입한 i-30의 마일리지 점수가 얼마인지 물었습니다.
    그차의 가격은 몇천만원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수기와 비교해서 마일리지가 얼마나 차이나는지 알고 싶다고 햇습니다. 
    물론 정수기가 주종목이기 때문에 몇천만원하는 자동차라도 마일리지는 별로 높지 않을 것을 예상했지만 생각외로 너무 낮더군요.
    정수기 : 1,000점
    i-30 : 30점

    일단 기선은 잡았으니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정수기가 의료기구라고 햇는데 식약청 허가증을 갖고 오라고 햇습니다.
    본사에 있기 때문에 제시를 못한다고 합니다.
    원래 없는게 아니고?ㅋㅋㅋ
    이때다 싶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장 제시해보세요!! 안그러면 지금 당장 식약청에 고발하고, 이아이 제가 지금 바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갑자기 설명하시던 아줌마가 밀리는지 담당이 바뀌더군요.

    다른 남자가 왔습니다.
    그리고 제주변으로 어깨 서너명이 둘러쌓습니다.
    저는 쫄지않았습니다만 쫄고 있는 척햇습니다.
    어짜피 때리지 못할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이 저를 때리면 그들은 우수고객인 그녀를 놓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단 목소리를 낮추고 조목조목 모든 것을 반박햇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데리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생각 잘 해보시라고 했습니다.
    저는 집에가서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한 후 그녀와 밖으로 나왔습니다.

    바깥에 나오니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맥이 쭈욱 풀리더군요.
    담배한대를 피고 차에 올라탔더니 
    그녀가 자꾸 아까 아줌마가 했던 얘기를 다시 또 하더군요
    아마 단단히 세뇌가 들었나봅니다.
    좀 짜증나서 그만 말하라고 하고는 집에 올때까지 입을 다물었습니다.

    결국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그녀를 꺼지라고 보내고 그냥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녀와는 그걸로 끝. 가끔 전화와도 수신거부...

    다단계 빠진 인간 구해내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더군요 ;;

    다단계 한번 빠지면 인간관계가 끊어집니다. 조심하십시요.
    탑동의보말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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