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구리고.. 몸도 안좋고.
아픈데 기분까지 우울한 날이네요.
요즘들어 사람은 진짜, 생긴게 잘나고 봐야 한다는 게 느껴져서 염증이 생겨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일하면서 공부하고 들어오는 돈은 몽창 저축하느라 꾸미기는 개뿔 두달에 옷 한벌 사기도 빠듯한 형편인데다가 어머니의 교육방침이 외모는 꾸미지 않아도 좋다. 너의 내면을 꾸며라 라서 지금껏 꾸미지 않는 삶에 불만없이 열심히 살아왔어요.
근데 착하고 예쁜 동료가 너무 부럽고 참 내 자신이 짜증이 나요.
이 친구는 주말마다 술약속이 빼곡한 인기녀에요.
다리도 쭉쭉 길고 예뻐요. 학교에서 홍보모델을 잠깐 했었다고 하더라구요. 예뻐서 부러웠어요.
내가 잘난 편이 아니라서 더 부러웠어요. 어디가서 외모로 차별받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우대해주지도 않는, 지나가는 행인A급의 사람이라서 와 예쁘다 부럽다 그게 됐었는데..
알면 알아갈수록 순수한 부러움이 나에 대한 짜증으로 바뀌어 가요.
이 친구 놀기 참 좋아해요. 밤새 술마시고 일하러 오는 건 보통이고 주말 이틀 내 달리다 오는 것도 여러 번. 하지만 일에는 늦지 않으니 참 좋은 동료에요.
그렇게 사람 만나고 노는 거 좋아하다보니 남자를 많이 만나요.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니 주변에 남자가 넘쳐요. 줄을 서요.
그 남자들이 참 쟁쟁해요. 나 오늘 힘들어서 일끝나고 집에 못 가겠다 하면 의정부에서 안양까지 와서 손수 기사가 되어 주는 남자도 있고 일터 앞에서 날마다 군것질거리를 사들고 기다리는 남자도 있어요. 심지어는 자격증시험 일주일 전부터 과외를 해주겠다며 우기는 남자도 있어요. 시험 잘 보라며 엿에 초콜릿에 양손 그득그득 짊어지고 오는 남자도 있구요.(수능시험이나 고사도 아닌, 20대 사람들 50%가 가지고 있는 단순한 자격증 시험일 뿐인데..)
그 친구가 자기 입으로, 아 나는 술마시고 계산 안하는 게 습관이 돼서 큰일이야. 할 정도로 남자들이 모든 계산을 다 해요. 주말마다 약속이 넘쳐나도 월말까지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근데 나는 이 친구랑 비교되게.. 안 생겨요. 안 생긴다기보다 없어요.
사귀는 남자들마다 참으로 처참하기 그지없네요. 나는 왜 더치페이를 했는가.
더치페이가 상식이라구요? 기본이라구요? 알아요. 하지만 남자들은 더치페이를 할 수록 날 만만하게 보네요. 내가 못나서 더치페이를 한다고 생각하나?
난 지금까지 남에게 빚지지 않고 폐끼치지 않고 사는 인생이 맞는 인생이라고 배우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 뿐인데 그 행동이 남자들한테는 만만한 행동으로 보였나봐요.
지금껏 만났던 남자친구들 중 한두명을 빼고는 모두들 날 쉽게 보고, 나에게 상처를 주고 떠나더라구요..
하지만 이 친구는 남자들이 모셔다줘 밥사줘 모시고와 해도 아무 불만이 없어요.
헤어지자 하면 매달리는 건 보통에 3년 전에 헤어진 남자가 아직까지 전화를 한다네요.
차라리 공부를 포기하고, 저축을 포기하고 열심히 꾸미고 남자만나고 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지금까지 나 자신이 못났단 생각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남들한테 못났다 소리 한번도 들은 적 없는데 바로 옆에 말 그대로 남자들이 다 갖다바치는 사람이랑 있으니까 기분이 묘해요.
내 신념대로 열심히 할 때, 그걸 알아봐주고 나한테 잘해주는 남자가 진짜 좋은 남자일거라고 생각은 해요.
근데 그렇게 해주는 남자가 없네요. 내가 못나서 그런가봐요.
우울한 월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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