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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365974
    작성자 : Banya
    추천 : 12
    조회수 : 604
    IP : 114.206.***.194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3/02/25 14:41:50
    http://todayhumor.com/?sisa_365974 모바일
    박근혜의 취임...꼭 축하해 줘야만 합니까?

          축하[祝賀]

         - 남의 좋은 일을 기뻐하고 즐거워한다는 뜻으로 인사함. 또는 그런 인사.     1) 남의 좋은 일에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함       2) 좋은 일이 있어 기뻐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하다 

         


    좀 전에 게시판들 쭉 둘러보니까 박근혜 당선인에게 축하한다는 게시글들이 참 많네요^^

    진심이든 아니든 일단 대통령이 되었으니까 잘 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받아드리면 되는거죠?네?

    아니면 정말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시는걸로 받아드려야 하는지요?^^

    저는 이 분이 살아온 정의롭지 못했던 삶도 인정해 주기 싫고  머리에 어떤 삶의 철학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제 시선으로는 축하를 해주기가 어렵네요..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살아온 배경들이 다 다르다 보니까 가치와 의미를 두는 부분도 다 다르겠지요..

    저는 어떻게 보면 어릴 때부터 유신과 군사독재의 폐해를 직접 눈으로 보고 듣고 자라 온 사람인지라 축하한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가 않습니다. 나이 먹은 양반이 왜 이렇게 속이 좁냐? 라고도 말씀 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살아오면서 다짐했던 신념과,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무너뜨리기 싫어서" 라고 합리화를 시키고 싶습니다.


    제 부친은 사정상 대학교를 좀 오래 다니셔서 70년대 초반까지 대학을 다니셨습니다. 정치외교를 전공 하시고 대의원 의장을 하셨던 분입니다. 당시 운동권 학생이었기 때문에 박정희 독재정권에 반하는 학생이라 수배도 받고 미행은 밥먹듯이 당하셨고 졸업을 앞두고 정계 진출의 회유들이 있었지만 집안이 가난했기에 거부하시고 졸업하자마자 바로 직장을 다니셨습니다.그러나 반정부 학생운동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그 정권하에서의 회유와 압박등으로 직장조차 편히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79년에 부마민주항쟁이 발발(勃發)했고 아버지께서는 후배들의 도움 요청도 있었지만 자신의 신념으로 또 다시 거리로 나가 후배들과 시민들을 이끄셨습니다. 이후 군법회의에 회부된 후배들을 구명하시다가 억울한 누명도 썼었고 며칠 후 10.26사태가 일어나 어영부영 마무리가 되면서 다행스럽게도 아버지께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다잡기도 전에 어이없게 12.12사태가 일어나고 결국엔 전두환의 5공화국이 들어섰지만 가족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생업에 매진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셨습니다.(당시도 가끔 공안의 감시도 받으셨습니다.) 허나 이후 몇 년이 흘러 부산 민주시민 협의회가 창설 되었을때 그 소속원으로 민주화 열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셨었고 그 이듬해에쯤 87년 6월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지요..이때도 참 생생히 기억납니다. 무슨 가슴에 응어리가 그리 많으셨는지 부친은 또 다시 거리로 나가 옛 동료들과 넥타이 부대를 이끄셨고, 후배와 동료들의 부상에 분노 섞인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도 아들인 제 앞에서 보이셨습니다. 그 당시 모친은 중학교 교사였는데 여러 선생님들과 저희 집에서 빵과 우유등을 준비해서 운동하시는 분들께 전달했고 다친 학생들을 손수 간호하셨던 기억도 생생하네요..그리고 작은 첨언을 하자면 모친은 6월 민주화 운동 이후 현재 전교조의 시초가 되었던 (유신독재와 전두환 정권동안의 교육이 학생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기 보다는 입시라는 목적을 위해 서로를 경쟁자로만 여기는 비인간적 교육이었다는 반성과 함께 군사독재 정권이 교육을 체재 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하여 비민주적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라는 비판에서 나온 전국의 평교사님들이 만든(발췌)) 전국교사 협의회 소속이었습니다. 몇 년후 애초의 모토와는 부합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에 탈퇴를 하셨지만요. 

    뭐 어떻게 보면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말하는 빨갱이 집안이었네요.ㅎㅎ


    이런 저런 영향으로 누님과 저 역시 각각 정치외교학과과 정치학과를 나오게 되었고 십수년동안 법과 정치에 관해 공부를 하고 몇편의 논문을 쓰면서 그 지식에 지키고자 했던 가치관을 부합시켜 논리로 다듬어가다보니, 남들과는 조금 다른 '냉소가 많이 섞인 각박한 신념과 가치'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도 있겠죠.

    갑자기 말이 삼천포로 빠지네요.^^

    세세히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부모님이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유신과 군사 독재시절 민주세력에게 저질렀던  많은 일들을 봐 왔고 기억하기에...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소소한 민주주의의 행복을 원하는 가족을 어떤식으로 탄압을 해 왔는지 직접적으로 느껴보고 겪어봤기에.. 그 정권의 프린세스로 계시던 분께서 거기에 대한 사과나 반성 한 마디 없는 이번 박근혜 정부 탄생을 저는 축하를 못 해 주겠네요..사실 이 분의 정치철학을 모르기에 두렵기도 한가봅니다.(정말 철학이 없는건지 제가 모르는건지.^^.)


    넋두리 같은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간 욱하고 올라오는게 있다보니..죄송합니다.

    정말 비열했던 이명박 정부에 이어 더 힘들것 같은 박근혜 정부 역시 다시 한번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보고자 합니다. 

    끝으로 바른 시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노력하시는 여러분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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