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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럽 Judgement
클럽 Judgement는 유람선 위에 설치되는 일종의 떠다니는 도박장이었다.
특이한 점은 출입도 자유이며 클럽 내에서는 모두 가면을 착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클럽에 누가 출입했는지 알 수 없고,
도박을 위해 한 번 출항한 배가 항구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 사라지더라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공개적으로 들어나서는 안되는
검은돈의 세탁이 종종 이 곳에서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클럽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누구나 출입할 수 있지만, 아무나 출입하지는 않는 그런 장소.
진호와 요환은 두희 죽음 이후에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던 중, 클럽 Judgement에서 주말에 큰 도박이 열리고
그 곳에 이상민, 조유영, 노홍철, 은지원 등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물론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이 운영할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소식을 접한 진호는 도박을 이용해 그들의 비자금을 빼어낸다면 그들에게 타격을 줌과 동시에, 차후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이 되리라 생각했다.
물론 적진의 한가운데 직접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만, 두희 죽음을 목격한 지금 그런 것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다만 클럽 내에서는 도박의 기본 베팅금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충분한 자금이 없다면 애초에 도박에서 성공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2. 승선
진호와 요환은 부둣가 근처 골목에서 배에 오르기 전,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호, 이게 내가 준비한 군자금의 전부네.”
요환은 종이에 둘둘 말린 현찰 더미를 진호에게 내민다. 진호는 말없이 돈뭉치를 받아든다.
예상한대로 넉넉하지 않은 액수였다. 진호는 돈뭉치를 가슴팍에 넣고서 입을 열었다.
“일단 승선한 이후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좋을 것 같네.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야.”
요환은 진호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진호는 요환 없이 혼자 승선을 생각하고 있었다. 독립 운동을 위해서는 조직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요환과 자신 둘 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초래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민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요환의 고집에 결국 두 사람 모두 승선을 하기로 결정했다.
3. 클럽 Judgement 로비
로비에 들어선 진호와 요환은 자신이 가진 자금을 각각 클럽 내에서 통용되는 가넷으로 교환하였다.
돈뭉치였을 때는 그래도 묵직한 느낌이 들었지만 가넷으로 교환하고 나니, 한손에 쥐어질 정도로 가벼웠다.
진호는 그렇게 받아든 가넷을 만지작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울리며 가볍게 웃었다.
‘마치 내 목숨도 한결 가벼워진 듯 하군.’
클럽은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모두가 자유롭게 도박을 벌이는 장소로 사실 판돈도 일반 도박장을 조금 웃도는 수준일 뿐이다.
다만 2층부터는 일정 자격을 갖춘 인원만이 출입이 가능한데, 거기에 출입하기 위한 출입증을 얻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출입권을 이미 소지하고 있거나, 1층에서 일정 횟수 이상의 연승을 기록하여 2층 이상을 출입하는 자격을 얻거나.
자신의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오는 vip들은 이미 출입증을 가지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1층에서 일정 횟수 이상의 연승을 거둔 사람들에게
출입증을 주게 되어있지만, 클럽은 출입증을 고가에 vip들에게 판매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층에 머무는 사람들은 엄청난 도박꾼이거나
엄청난 자산가 둘 중 하나였다. 다만 3층에 대해서는 진호와 요환이 백방으로 조사해도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금전적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무엇인가를 거래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것 역시 소문에 불과했다.
물론 진호와 요환이 타켓으로 삼고 있는 이상민, 조유영, 은지원, 노홍철 모두 현재 2층에 머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호와 요환은 1층에서
일정 횟수 이상의 연승을 거두어야만 그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진호와 요환은 우선 가볍게 식사를 하고 1층 도박장으로 들어섰다.
1층 도박장은 수십 개의 도박 테이블이 펼쳐져 있었고, 테이블에 일정 이상의 인원이 모이면 도박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예상 외로 많이 모여
있었으며 클럽 내의 분위기는 시끌벅적 했다. 도박을 구경하는 사람들, 승리에 환호하는 사람들, 도박을 쉬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까지.
전장에 임하는 마음으로 들어선 진호와는 사뭇 다른 그들의 모습에 진호는 어딘지 모를 이질감을 느꼈다.
각 테이블의 딜러는 도박에서 승리할 경우 징표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으며 그것을 통해서 연승 횟수를 확인하였다.
물론 패배할 경우 지금까지 획득한 징표는 모두 회수했다.
1층에서 이루어진 도박은 포커, 바카라, 룰렛 등의 일반적인 도박이었다. 진호와 요환이 가진 자금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애초에 투사적 기질을 타고난 그들의 기백과 빠른 두뇌회전은 그들을 연승으로 이끌었고 오래지 않아 2층에 출입할 자격을 얻게 되었다.
22승을 달성한 진호는 2층 출입권을 받은 뒤 잠시 1층 도박장 밖으로 나와 바다를 바라보며 머리를 식혔다. 이미 시간은 밤 11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4. 클럽 Judgement 2층 - (1)
출입권을 얻은 진호가 2층으로 올라가자 입구에서 클럽 스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길을 막았다. 진호는 말없이 출입증을 보여주었고 스텝은
출입증을 확인한 후에 진호에게 명찰을 내밀었다.
“2층에서 부터는 이 명찰을 착용하셔야 합니다. 또한 사용하실 이름을 정해주셔야 합니다.”
“이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실명으로 정하셔도 되고, 가명으로 정하셔도 됩니다. vip 룸에서 이루어지는 경기의 특성상 개개인을 지정하는 호칭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진호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콩. 콩으로 하겠소.”
스텝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명부에 콩이라 이름을 적고 2층 클럽의 문을 열어 주었다.
2층에 들어선 진호는 클럽 내부를 둘러보았다. 1층과는 달리 중앙에 큰 테이블이 하나 있을뿐 이었고, 사람도 매우 적었다. 물론 음식을 서빙 하는
웨이터,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 등이 있었지만 1층에 비교하면 한적하고 매우 차분한 분위기였다. 또한 가운데 큰 테이블을 중심으로 좌우에 출입이
가능한 문이 여럿 있었다. 하나씩 문을 열어보지는 않았지만 화장실이라 생각하기엔 이상하리만큼 문이 많은 것이 진호는 수상쩍었다.
2층에 들어선 진호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요환의 모습이었다. 요환은 구석에서 혼자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 진호의 입장에 요환이 고개를
돌려 진호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짧은 시간 눈빛을 교환했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중앙 테이블 주위에는 이미 은지원, 조유영이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비록 가면을 쓰고는 있었지만 그들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진호는
이상민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클럽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진호는 주위에서 음식을 서빙하는 웨이터에게서 칵테일을 한잔 받아 손에 들고는 질문했다.
“여기서는 어떤 종류의 도박을 진행하오?”
“룰렛입니다.”
“룰렛? 그건 1층에서도 이미 하고 있는 것 아니오.”
“네, 그렇지만 조금은 다릅니다.”
“다르다니, 그게 무슨..”
그때였다.
2층에 있는 여러 개의 문중에서 하나가 열리며 이상민이 등장했다. 상민은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다.
“자자, 여러분 오늘도 이렇게 가족 같은 여러분들이 모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상민은 유쾌하게 웃으며 클럽 내부의 사람들을 둘러보았고, 상민의 요란스런 등장에 클럽 내부의 사람들 역시 모두 상민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자 오늘은 어떤 분들이 참여해 주셨을지 어디 볼까요.”
상민은 누군가를 찾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한 스텝을 발견하고 이리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진호의 가명을 명부에 적던 스텝이었다.
“은지원님, 조유영님, 유정현님, 노홍철님, 그리고... 보자.. 콩? 콩이라.”
상민은 소리내어 웃으며 명단을 계속 확인했다.
“황제도 계시고.. 오늘은 재미난 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진호와 요환을 제외하곤 다들 자신의 실명을 명부에 적은 것이 진호는 조금 꺼림직 했지만 침착함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들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 테이블로 모여주시겠어요?”
구석에서 앉아있던 요환과 진호, 어딘가에 있던 유정현, 노홍철 까지 다들 테이블로 모이자 상민은 말을 이었다.
“이번에 새로 참가하신 두 분을 제외하고는 저희는 안면이 있는 편인데.. 괜찮으시죠?”
상민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진호와 요환을 번갈아보며 질문했다.
“괜찮소.”
진호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고, 요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분 께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하하하”
요환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고, 상민은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쳐를 취한 후 말을 이어갔다.
“뭐, 도박하러 온 사람들은 도박을 하면 되는 거니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2층에서 이루어지는 룰렛은 조금 특이한 룰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 참가하시는 두 분을 위해 소개를 들어볼까요?”
대기하고 있던 딜러들이 테이블을 향해 걸어왔고, 간단한 세팅을 마친 후에 딜러들은 입을 열었다.
"이제 게임 룰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하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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