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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비단 강이라 불리던 금강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강바닥은 썩어 녹조가 떠오르고 악취까지 풍기고 있다. 강변에는 죽은 물고기가 널렸다. 야생에서 뛰어놀아야 할 고라니까지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어있다. 강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운동을 나왔다가 물고기와 야생동물이 죽어 있고 악취가 심해서 물가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제보를 받았다. 24일 금강 공주보 상류 백제큰다리까지 접근이 가능한 우안과 좌안 약 4km 구간을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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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 500m 지점.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녹조가 떠올라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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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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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상승하면서 바닥에 가라앉았던 녹조가 물 가장자리로 떠밀리고 떠돌면서 악취까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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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는 수문이 열려 있었다. 제보대로 강바닥을 뒤덮고 있던 녹조가 떠다니고 악취가 심했다. 공주보 상류 우안 1km 지점에서는 손바닥만한 붕어 20여 마리가 죽어서 가장자리에 떠밀려 와 있었다. 40cm가 넘은 붕어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고 있었다.상류로 몇 발짝 더 걷자 성체로 보이는 고라니가 눈도 감지 못하고 죽어 있다. 건너편 좌안 공주보 1km 지점(고마나루 솔밭)에서는 40cm 가량의 자라까지 죽어 있다. 건너편과 마찬가지로 부유물질이 떠다니고 곳곳에 골프공이 널려 있다. 악취마저 풍긴다(관련 기사:'공주보' 벌써부터 녹조현상...동면 자라도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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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동면에 들었던 자라가 죽어서 가장자리에 떠밀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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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1호로 지정된 공주 고마나루 솔밭은 강변의 2/1 정도가 모래사장으로 뒤덮여 있고, 애틋한 곰의 전설이 서려 있어 사진작가들과 지역주민,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으로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하지만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대규모 준설로 모래사장이 사라졌다. 강변도 평탄하게 밀어 버려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버렸다. 취재하는 도중에도 2명의 사람이 골프공이 든 가방을 옆에 두고 연신 날리고 있어 간간이 찾는 주민의 안전까지도 걱정스러웠다.인근 산성동에서 산책 나온 부부를 만났다. 남편(52)은 "옛날에는 아침이나 해질녘이면 모래백사장에 야생동물이 뛰어놀고 물가에는 철새들이 참 많았다, 지금은 3~4마리나 보일 뿐 다 사라졌다"며 "그냥 떠 마셔도 될 정도로 맑은 물은 펄층이 드러나고 부유물질로 뒤덮여 악취가 심해 돌아가는 길이다"고 말했다.동행한 부인(50)은 "공주로 시집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아 그림도 그리고 봄이면 쑥도 캐면서 자주 찾았다, (4대강) 공사를 하면서부터는 인공정원처럼 변해 버렸다"며 "모처럼 옛날 생각이 나서 신랑과 같이 나왔는데… 이렇게 악취가 심한데, 날씨가 풀리면 얼마나 더 심할까 싶다,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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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돌아본 금강은 20여 마리 정도의 자라와 물고기가 죽어서 물 가장자리에 밀려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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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권도엽 장관은 공주보에서 수달이 발견되었다고 국토부 기자단(30여 명)과 수공관계자 등 60여 명이 찾아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 자리에서 권 장관은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가 회복되고 야생동물까지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지만 사정은 이와 반대다.더욱이 지난해 백제보 인근에서는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 떼죽음으로 사라졌다. 당시 13일간 현장에서 취재를 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2주나 받아야 했을 정도였다. 살아생전에 그런 처참한 현장은 처음이었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기억인데 다시 시작될까 두려운 마음마저 밀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