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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36529
    작성자 : 검사Kei
    추천 : 14
    조회수 : 537
    IP : 211.235.***.9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03/12/06 12:42:47
    http://todayhumor.com/?humorstory_36529 모바일
    아르바이트-14 (전단돌리기)
    *이성찬님의 글입니다.










    [1] 알바 구하기. 

    학교를 졸업한지 1년이 되도록 직업을 구하지 못해 방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떼굴떼굴..! 떼굴떼굴떼굴....! 

    엄마 :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더니.. 

    리앨 : 그쵸? -_-;; 

    엄마 : 취직 안할꺼냐? 

    리앨 : 그동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본결과....나는 한가지 일을 오래할 

    체질이 아닌거 같아요. 그래서 직장을 신중히 선택하고 있는 중이죠. 

    엄마 : 방바닥 구르는건 오랫동안 잘도 하던걸? 

    리앨 : 한군데서 계속 구르지는 않죠. -_-; 

    삐삐삐삐!!! 삐삐삐삐! 

    이때 나를 위기에서 건져주는 삐삐 음성 한통!! 역시 영대녀석이었다. 

    음성 : 하이! 리앨. 이번 알바는 전단지 알바일세. 

    장소는 서면 지하상가! 전단지 내용은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ELS 시사 영어사 광고지야. 시간은 내일 아침 7시부터이고 일당은 4만원! 

    물론 나와 친구 사이란건 학원측에 비밀이야. 

    이미 태열이도 포섭해 두었네. 이 메시지는 5초내에 자동 삭제되네. 

    그럼 건투를 비네. 치이이이익.. 

    리앨 : 놀고있군. -_-;;; 



    [2] 임무 부여. 

    아~! 그동안 뼈빠지게 고생만 하며 돈은 눈꼽만큼 받는 일만 하며 몸을 축냈는데 

    오늘에야 드디어 몇시간만에 4만원을 버는 일을 맡게 되는구나. 헐헐.. 

    아직 백수이던 태열과 나는 각각 연락을 받고 서면ELS 학원으로 항했다. 

    리앨 : 안녕하세요? -_- 

    태열 : 안녕하세요? -_- 

    영대 : 예, 어서와요. -_- 

    알바 광고를 보고 온척 하며 서로 모른척 하기도 무척 힘이 들었다. -_-; 

    영대 : 자. 이게 오늘 돌릴 전단지에요. 

    거기엔 웬 책들이 이삿짐처럼 끈으로 묶여 한 무데기로 쌓여있었다. 

    아차! 몇부를 돌리는건지를 물어보지 않았던것이다. 

    리앨 : 새로 나온 학원 교재 아닌가요? -_- 

    영대 : 아니요. 오늘 돌릴 전단지에요. 

    리앨 : 그..그렇군요. -_-; 

    태열 : 하하 -_-; 




    [3] 전단지 돌리기 

    이윽고 태열과 나는 전단지를 무데기로 들고 나와 지하상가로 향했다. 

    그리고는 멀리 떨어져 각각 자리를 잡았다. 

    출근타임때 모두 돌리지 못하면 나중엔 돌리기가 힘들기에 서둘렀다. 


    근데 하기전엔 몰랐는데 막상 하려니깐 무지 쪽 팔렸다. -_-; 

    전단지를 한움큼 손에 들고 걸어오는 사람들을 향해 서 봤으나... 

    뚱~한 무표정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무섭기까지 했다. 

    월요일 아침부터 무거운 몸을 끌고 억지로 출근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괜히 전단지를 내밀었다가 한대 얻어 맞는건 아닐까? 

    하는수 없이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자기최면을 거는 수 밖에 없었다. 

    ' 4만원....4만원.....4만원......-_-;;;;;' 

    갑자기 어깨에 무지 힘이 솟는다. 그래...돈을 버는데 이까지것쯤이야. 

    리앨 : 안녕하세요. 이거 한번 읽어보세요. 

    그냥 쓰윽 지나치는 아저씨.. 

    리앨 : 저어...이것좀 읽어보세요. 

    역시 그냥 쓰윽 지나치는 아가씨.. 

    리앨 : 이...이것좀 읽어보세요..-_-; 

    계속 그냥 지나치는 학생들... 

    리앨 : 제..제발 성냥 하나만 좀 팔아주세요..흑흑..-_-; 

    그제서야 나는 왜 성냥팔이 소녀가 얼어죽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추위도 아니고, 외로움도 아니고, 배고픔도 아니었다. 바로...... 

    성냥이 안 팔렸기 때문이었다......-_-;;; 

    내 옆에 쌓여있는 전단지뭉치를 보니 결코 줄어들지 않을것처럼 쌓여있다. -_- 

    저대로 굳어버리는건 아닐까? -_-; 저거 다 돌리면 4만원 준다고 했는데 

    일주일만에 다 돌리게 되는건 아닐까? -_-; 


    어허..내가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다시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리앨 : 안녕하세요. 한번 읽어보세요. 

    싫다고 손으로 막는 시늉을 하며 지나가는 아저씨! 

    리앨 : 안녕하세요? 한번만 읽어보세요. 

    들은척도 안하고 휙~ 지나가 버리는 아가씨. 

    마치 내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는듯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투명인간 되기가 쉬운데 뭣하러 그렇게 연구를 거듭하지?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서 전단지를 돌려도 모두들 나를 이렇게 못본척 해줄까? 


    나는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리앨 : 안녕하세요. 함 읽어보세요 

    안 받으려고 옆으로 비켜서는 아가씨에게 몇걸음 더 따라가서 전단지를 건넸다. 

    그래도 끝까지 먼 산 바라보며 안 받고 앞으로 걸어가는 아가씨.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지독한줄은 내 오늘에야 첨 알았다. 

    심지어 5m 전방에서 미리 피해서 옆으로 비켜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뭐 문둥병환자라도 되는줄 아나? ( 나환자님들. 죄송 -_-;)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드디어 내 전단지를 받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리앨 : 안녕하세요. 한번만 읽어주세요. 

    갑자기 내민 전단지를 놀라며 받아든 아가씨..! 

    리앨 : ' 으하하하하......드디어 받았다' 

    근데 아가씨는 한번 쓰윽 훑어보더니 쓰레기통에 꾸겨서 버리고 지나갔다. 

    리앨 : ' 으하하하하......드디어....열 받았다. -_-++' 


    하지만 그런 황당한 장면에서 나는 뭔가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것을 느꼈다. 

    리앨 : ' 그래....바로 그거야. 버리면 되는것을..' -_-;;;;;;; 


    나는 이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알리기 위해 지하상가 저쪽끝의 태열에게 갔다. 

    내가 온줄도 모르고 열심히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태열이! 

    태열 : 저어...이것좀.. 

    시민 : (쓰윽...) 

    태열 : 저...이거.. 

    시민 : (휙..) 

    태열 : 이거... 

    시민 : (홱...) 

    리앨 : 아.....T_T 


    태열이는 마치 지하철 내에서 사람들에게 복사한 종이를 나누어 주며 구걸하는 

    걸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_-; 

    리앨 : 태...태열아...T_T 

    태열 : 허걱! 너...너 언제 왔었니? -_- 

    리앨 : 바..방금 왔어..흑 

    태열 : 이..이런 내 모습 보여줘서 미안해. 많이 놀랐지? -_-; 

    리앨 : 놀고 있네 -_-; 


    나는 녀석에게 귓속말로 전단지를 모두 버리자는 제안을 했다. 

    리앨 : 내 생각 어때? 

    태열 : 쉿!! 나도 그 생각 이미 해봤어. 하지만 불가능해. 

    리앨 : 잉? 불가능하다니? 

    태열 : 저길봐. 


    태열이가 가르키는 곳을 보니 영대가 서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다. -_-; 

    리앨 : 아하하하하...^_^;;; 

    영대 : 전단지는 어디두고 여기까지 왔냐? -_-+ 

    리앨 : 아하하.. 잠시 태열이가 보고파서.. 

    영대 : 그러다 누가 전단지 훔쳐가면 어쩌려고? 

    리앨 : 줘도 안받는 전단지를 누가 훔쳐가? -_-;; 


    하는수없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전단지를 돌릴수밖에 없었다. 

    영대의 말에 의하면 전단지 알바를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전단지를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단지 알바는 감시를 하거나 믿을수 있는 사람들을 써야 한다는거였다. 

    우리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감시의 대상이라니..-_-; 



    [4] 술래잡기. 

    하지만 뭐든 요령이 붙는법! 이것도 역시 하다보니 요령이 붙기 시작했다. 

    전단지를 들고 옆에 서서 내밀어봐야 가져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사람이 전단지를 받기 위해 손을 꺼낼리도 만무하고 

    짐 든 사람이 전단지를 받기위해 짐을 잠시 바닥에 놓을리도 만무하다. 

    더더군다가 미리 안받을려고 작정한 사람에게 전단지를 받게 한다는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요령은 두가지! '갑자기 내미는것'과 '정면을 막는것' 이 두가지였다. 

    안 줄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홱 내밀면서 인사를 하면 엉겁결에 받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옆에서 주지 말고 정면으로 막고 전단을 주면 피하기가 어렵기에 받게 된다. 

    한장씩 주는것도 바보다. 한사람에게 서너장씩 줘야 다 해낼수 있다. 

    이렇듯 요령이 생기자 전단지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고, 힘이 솟기 시작했다. 

    ' 흐흐흐...이런식으로 나가면 몇시간만 하면 다 끝내겠다.' 


    하지만 역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저 멀리서 경비아저씨들이 걸어오며 호각을 마구 불어대기 시작했던것이다. 

    경비 : 거기 뭐하는거야? 어서 나가! 삐삑.......삐이익.. 

    호각소리에 나에게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들...! 

    모두들 쳐다보는 가운데 전단지를 주섬 주섬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는 내 초라한 

    모습! 행여나 누가 볼까 무서운 모습이었다. 


    밖으로 나온 나는 다시 다른 출구로 해서 지하로 내려갔다. 

    그리고 계속 전단지를 돌렸다. 또 어디선가 호각소리가 들렸다. 

    경비 : 아 어서 나가! 나가라니깐.....삐삑.......삐이익.. 할트! 할트! 


    모퉁이에 급히 숨었다가 전단을 들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또 돌렸다. 

    저 멀리 어딘가서 들리는 호각소리!! 이거야 원 불안해서 일을 할수가 있나. 

    그제서야 난 유태인들이 왜 나치들에게 죽어야만 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유태인이 우수한 민족이어서도 아니고, 히틀러 명령때문도 아니었다. 바로.. 

    제대로 숨지 못했기때문이었다. -_-;;; 

    난 계속해서 숨어다니며 전단지를 돌려댔지만 타 영어학원에서 신고를 하는건지 

    기막히게 알고 쫒아오는 경비아저씨들 때문에 결국은 지상으로 쫒겨나게 되었다. 



    [5] 경쟁자 아가씨. 

    밖에서 전단을 돌리는건 더더욱 힘든일이었다. 

    지하도보다 보도가 공간이 더 넓어서 전단을 줘도 피할수 있는 공간이 넓어 

    시민들이 잘도 피해다녔으며 버릴곳도 많았기에 전단을 받아든 사람도 근처에 

    마구 버려대서 순식간에 주위는 쓰레기 매립장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출근시간이 좀 지나자 사람들마저 뜸해져 전단지를 다 돌리는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리앨 : 이거 한번 읽어보세요. 

    시민 : (후다다닥..) 

    지각한 직장인들이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뛰어가는 사람도 많았다. 

    전단 돌리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게다가 예상치도 못한 경쟁자까지 한명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미니 스커트를 입은 늘씬한 아가씨 알바생! -_-; 

    그 아가씨는 생긋 생긋 웃으며 내 맞은편에 서서 앙증맞은 목소리로 삼푸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나는 더더욱 초라해져버렸다.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쓰레기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가씨 : 안녕하세요. 이거 한번 써보세요. 자! 샘플 받아가세요. 

    리앨 : 이익..-_-+ 

    아가씨 : 후훗...^_^++ 

    예상대로 사람들은 내쪽에는 오지도 않았고 아가씨쪽으로만 지나가면서 죄다 

    삼푸샘플을 받아가기 시작했다. 나도 나레이터 모델 복장하고 올껄..-_-;;; 

    아가씨가 가져온 샴푸 한박스는 금방이라도 다 사라질것 같은데 내가 들고 있는 

    전단지는 아직도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리앨 : 아아...정녕 실패란 말인가? 하늘이 나를 버리시는구나 .. 

    그때 비가 조금씩 흩뿌리더니 이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내린 비에 지하도 입구에서 나가지를 못하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내가 역전의 기회를 놓칠리가 없다. 


    리앨 : 자아...여기 있습니다. 이걸 쓰세요. 여기 있습니다. 

    내 전단지를 받아든 사람들이 머리에 쓰고 비를 피하며 밖으로 튀어 나가자 

    그뒤에 사람들도 연이어 전단지를 받으려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리앨 : 자자...여기 있습니다. 한번 써보세요. 자.. 비를 피하세요. 

    아저씨 : 몇장 더 줘요. 

    리앨 : 예..예..여기 있습니다. 자 더 필요하신분? 

    학생 : 저두 조금만 더 줘요.. 

    아가씨 : 이익 -_-;;;;; 

    그날의 최종 승리는 역시 나였다. 



    [6] 그날 이후. 

    그 이후로 길을 걸으며 나는 전단돌리는 사람들을 수없이 보게 되었다. 

    카드 대출 전단을 돌리는 아줌마들, 생리대 샘플 돌리는 아가씨들, -_- 

    비디오방이나 만화방 광고 전단 돌리는 남자들, 

    그들을 볼때마다 예전에 내 모습이 생각이 나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곤 한다. 

    그리고........ 

    쓰레기를 받지 않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그들을 피해 다니고 있다. -_-; 










    -다음에 계속... 
    검사Kei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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