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린보이 이동수 대표 부부
"감옥에서 9개월 가량을 보내고 나니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청소 전문업체 `크린보이`의 이동수 대표(47)는 잘 나가던 CEO였다. 1997년 외환위기(IMF) 전만 해도 연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을 운영했지만 하루 아침에 빚 10억원만 남았다. 부모님 집도 빚으로 넘어갔다. 경제사범으로 몰려 9개월간 수감 생활도 해야 했다.
아내는 파출부로 일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왔지만 당장 먹을 밥이 없어 남의 집 일을 했다. 건물 청소도 했다. `사모님`에서 `청소부 아줌마`가 됐다. 아이가 갓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다.
위기는 곧 기회였다. 복역 후 절치부심으로 돌아온 이 대표는 `살아 있기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장님이라는 명함을 내려놓고 아내와 함께 건물 계단을 청소했다.
청소한 지 3개월 만에 한 달 예약이 꽉 찼다. 건물 관리까지 신경쓰는 이 대표의 맞춤형 서비스가 건물주 사이에서 입소문난 것이다.
청소 도구를 자본으로 시작해 순전히 땀과 노력으로 월 매출 900만원을 올렸다. 동생, 친척, 지인까지 동원해 사업을 확장하고 `푸르른계단`이라는 이름으로 가맹점도 150개까지 냈다.
현재는 종합 청소 업체 `크린보이`로 거듭나 계단뿐만 아니라 복도, 내부, 화장실 등 건물 전반을 청소한다. 올 상반기에만 매출이 10억원을 넘었고 하반기에는 배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님, 사장님, 선생님 소리를 듣지만 지금도 남들 다 자는 새벽에 청소 현장에 나간다.
◆낮엔 고객관리, 밤엔 청소…청소 잘하는 법 연구도
"사장 할아버지라도 현장에서 손을 떼면 안 돼요."
청소 업무 외에 마케팅, 고객 관리, 가맹점 교육 등 중요한 일이 많지만, 걸레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것이 이동수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성심성의를 다한 청소를 알아보는 고객의 눈은 정확하다는 것이다.
한샘, 웅진, 인터파크 등 대·중소기업들도 청소 업계에 진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실무자가 없었다`는 것이 이 대표가 말하는 실패 이유다. 청소는 자본, 규모, 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 대표는 밤낮없이 일한다. 아침 8시, 늦어도 9시면 사무실에 출근해 초저녁까지 관리 업무를 본다. 퇴근 후 모자란 잠을 보충한 후 새벽 한 시엔 어김없이 청소 현장으로 나간다. 동이 틀 때까지 일하다 다시 사무실로 출근한다.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크린보이가 사용하는 걸레 종류는 20가지가 넘고 세재도 용도에 따라 15가지 이상 구분해서 사용한다. 건물 바닥만 해도 그 종류가 각양각색이므로 청소 방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 도구도 기존 제품을 응용해서 개발한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세 번 받은 이 대표의 경험도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된다.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밀대, 키 작은 사람도 높은 곳을 청소할 수 있는 걸레,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청소할 수 있는 먼지떨이 등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도구도 십수 가지다. 일본에서 열리는 청소 박람회에도 직접 다닌다.
◆청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아니야…청소 전문가 키울 것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하버드대 갔을 거에요."
첫 번째 사업 실패 후 두 번째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이 대표의 대답이다. 청소를 더 잘할 수 있는 연구는 물론이고 다방면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젊은 패기 하나로 사업을 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이동수 대표는 말했다.
소셜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 아이패드도 나오자 마자 구입해 활용했다. 홈페이지와 홍보책자에 쓰이는 문구도 이 대표가 하나하나 개발했다.
처음 `푸르른계단`이란 이름으로 가맹점을 냈을 때 경험했던 맹점도 연구 대상이 됐다. 2008년에는 모든 가맹사업을 중단하고 `청소사업으로 장수할 수 있는 길`을 2년간 공부했다.
청소로 한 명이 한 달간 최대한 벌 수 있는 수입은 400만원이다.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면 프랜차이즈식 확장은 필수다. 하지만 `푸르른계단`에서 경험한 것처럼 관리도 안 될 만큼 많은 가맹점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청소야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공부하고 연구해서 청소 전문가가 되고, 더 많은 전문가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뉴스속보부 = 이미림 인턴기자]
출처 :
http://mnews.mk.co.kr/mnews_061806.html